2024년 노벨 화학상은 인공지능(AI)으로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을 예측하고 분석하는데 이바지한 미국 생화학자 데이비드 베이커(62) 워싱턴대 교수, 구글의 AI기업 딥마인드 데미스 허사비스(48) 최고경영자(CEO)와 존 점퍼(39) 수석연구원이 공동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물리학상에 이어 화학상도 AI 분야가 수상하는 개가를 올렸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9일(현지시간)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베이커 교수와 허사비스 CEO, 점퍼 수석연구원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AI의 아버지’로 불리는 제프리 힌톤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가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데 이어 화학계에서도 AI 연구자가 노벨상을 받게 된 것이다.
노벨위원회는 “베이커는 단백질의 구조 설계를 위한 컴퓨터 계산법을, 허사비스와 점퍼는 AI 단백질 구조 분석 프로그램을 개발해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수상 배경을 설명했다. 베이커 교수는 단백질의 구조를 예측하고 설계하는 AI ‘로제타폴드’를, 허사비스 CEO와 점퍼 수석연구원은 단백질 3차원 구조와 기능을 분석하는 AI ‘알파폴드’를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은 셈이다.
베이커 교수는 단백질 AI 설계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자다. 그의 주요 업적 중 하나는 수분~수시간 내에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AI ‘로제타폴드’의 개발이다. 이 프로그램은 단백질의 구조를 예측하고 나아가 새로운 디자인을 설계하는 중요한 도구다. 이를 통해 질병 치료에 필요한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
허사비스 CEO와 점퍼 수석연구원은 컴퓨팅과 AI를 통해 단백질의 비밀을 밝혀냈다. AI를 활용해 인류가 발견한 거의 모든 단백질의 구조를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2018년 AI 모델 ‘알파폴드′를 개발했는데, 이 모델을 통해 지금껏 발견된 2억개의 단백질 구조를 예측할 수 있게 됐다.
단백질은 보통 20가지 아미노산으로 구성된다. 이 아미노산은 거의 무한한 방식으로 결합될 수 있다. 구부러지거나 접히고, 때로는 굉장히 난해한 3차원 구조가 되기도 한다. 이런 구조에 따라 단백질의 성질이 결정된다. 어떤 단백질은 근육이 되고, 깃털이 되며 뿔이 된다. 또 다른 단백질은 호르몬이나 항체가 된다. 세포와 주변 환경 사이 통신 채널 역할도 한다.
이 때문에 단백질 입체 구조를 알아야 체내에서 이 단백질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알 수 있고, 단백질 이상으로 생기는 알츠하이머 치매나 파킨슨병 같은 난치성 질환의 원인을 찾거나 치료방법을 개발할 수 있다.
허사비스 CEO는 특히 국내에서도 친숙한 AI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의 개발을 주도한 인물이다. 2016년 알파고는 바둑 세계 챔피언 이세돌을 이겨 AI의 가능성을 전 세계에 알렸다.
세 수상자는 상금 1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3억 3000만원)를 나눠 받는다. 노벨위원회는 7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8일 물리학상에 이어 이날 화학상, 10일 문학상, 11일 평화상, 14일 경제학상 수상자를 차례로 발표한다. 노벨상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생리의학·물리·화학·문학·경제상)과 노르웨이 오슬로(평화상)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