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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버스 재정 지원 구조 전환, 조삼모사" vs "버스 회사 경영효율 유도"


입력 2024.10.23 05:03 수정 2024.10.23 05:03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시, 재정 지원 구조 전환 및 버스 노선 개편 등 담은 시내버스 준공영제 혁신안 발표

김성철 "사전확정제로 재정 아낄 수 있다고 한 것은 시의 검증 헛점 자인하는 꼴"

장수은 "민간자본 진입 차단이 답 아냐…사모펀드 과도한 지배력 막는 장치라면 동의"

김응철 "노선 개편 시 나오는 이점을 시민들에게 홍보·설득해야 뿌리내릴 수 있어"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울시내버스 준공영제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데일리안 김인희 기자

서울시가 시내버스 준공영제 시행 20주년을 맞아 버스회사 재정 지원 구조를 사후정산제에서 사전확정제로 전환한다. 또 사모펀드 등 투기성 자본의 진입을 차단하고 버스 노선 체계 전면 개편을 추진한다. 전문가들은 시의 시내버스 준공영제 혁신안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지만 사전확정제를 골자로 하는 재정 지원 구조 전환에 대해서는 '시범 운영 기간'이나 '예외 조항' 등을 통해 신중하게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지난 22일 발표한 시내버스 준공영제 혁신방안을 보면, 시는 사후정산 방식을 미리 정한 상한선 내에서 보전하는 사전확정 방식으로 재정 지원 구조를 바꿔 시의 재정 부담은 줄이고 버스 회사의 자발적인 경영혁신을 유도할 계획이다.


또한 민간자본 종합관리대책 등 엄격한 기준을 마련해 건전한 민간자본만 버스업계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고, 시민 누구나 도보 5분 내 대중교통 접근이 가능하도록 버스노선을 이용자 중심으로 개편은 '대중교통 세력권'을 실현할 방침이다.


김성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센터장은 이날 시의 발표에 대해 "전체적으로 아쉽다"고 평가했다. 김 센터장은 "재정 지원 구조를 전환하는 것은 조삼모사"라며 "사후정산제를 운영했을 당시 시는 버스 회사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을 잘 검증해 재정 지원을 해왔다고 밝혔다. 그렇기 때문에 시가 과거에 제대로 검증했었다면 사전 지원 방식이든 사후 지원 방식이든 비용적인 측면에서 큰 차이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시가 이날 발표에서 사전확정제를 시행하면 재정을 아낄 수 있다고 한 것은 사후정산제 시행 당시 버스 회사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시가 발표한 대로 버스 노선 체계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노선이 확충되거나 운행 횟수가 늘어야 한다. 노선을 직선화하고 중복 노선을 없애면 버스가 다니는 권역을 촘촘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현재 상황을 놓고 보면 사실상 노선을 줄이거나 적자 노선을 감소시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노선권이 민간사업자에게 있기 때문에 시가 아무리 정책을 세워도 특정 노선을 운영하도록 강요할 수 없고 민간사업자도 손해를 보면서 굳이 노선을 늘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시내버스.ⓒ연합뉴스

김 센터장은 "최근 전국적으로 다양한 버스 운영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시는 오로지 준공영제라는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무리해서 혁신안을 내놓은 것 같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다양한 운영체계를 경쟁시킬 생각을 하지 않는 점이 아쉽다"고 전했다.


반면 장수은 서울대 환경계획과 교수는 "사후정산제는 도덕적 해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지만 버스 회사 입장에서는 일정 수익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는 장단점이 있었다"며 "다만 시가 비용 절감만 생각해서 사전확정제를 급하게 밀어붙이면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이라는 장점이 훼손될 수 있다. 이를 도입하기 전 일정 기간 시범 운영을 통해 시행착오를 거친 뒤 전면 시행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응철 인천대 도시환경공학부 교수는 "사전확정제는 버스 회사 스스로 경영 효율화를 꾀하도록 하는 등 자구노력을 강화하겠다는 시의 의도가 담겨 있다. 또 도덕적 해이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뜻도 있다"며 "하지만 사전에 재정 지원 금액 상한선을 정해놓은 만큼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사후에 보완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간자본 종합관리대책에 대해 장 교수는 "사모펀드 등 민간자본의 진입을 과하게 차단하는 것이 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장 참여 자체를 제한하는 게 만능은 아니기 때문"이라며 "그렇지만 사모펀드가 과도한 지배력을 발휘할 수 없을 형태의 안전장치라면 동의한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과거에는 투자 위험도가 거의 없었던 사후정산 방식이었기 때문에 사모펀드가 버스업계에 진입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전확정제를 통해 불건전한 민간자본의 투입을 막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며 "건전한 민간자본의 투자를 받는다는 것은 준공영제의 공익성을 담보로 한 투자가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버스 준공영제 개선방안.ⓒ서울시 제공

두 교수는 버스 노선 개편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장 교수는 "개편의 핵심은 굴곡도와 중복 노선이다. 오랜 기간 해결하지 못한 문제인 만큼 빠른 시일 안에 해결할 필요가 있다"며 "또 승용차 이용 대비 속도 경쟁력이 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전혀 그렇지 않다 보니 이용 수요가 줄었고 수익 감소로 이어졌다. 버스 노선 개편으로 이러한 문제도 해결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굴곡도와 중복 노선이 많던 이유는 조금 돌아가더라도 주민들이 환승 없이 목적지까지 가는 것을 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개편하는 것은 이용자 입장에서 조금의 번거로움이 생기더라도 버스 시스템의 효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라며 "이번 버스 노선 개편안이 확실히 자리 잡기 위해서는 배차 간격이 줄어드는 등 굴곡도와 중복 노선을 없앴을 때 오는 이점을 시민들에게 홍보하고 설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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