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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만에 '간접소통' 시정연설 불참했지만…곧바로 '직접소통' 승부수


입력 2024.11.05 00:45 수정 2024.11.05 06:40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한덕수 총리가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 대독

개원식 이어 시정연설도 불참 '부담감' 속

임기 반환점 사흘前 '대국민담화' 승부수

'독단적 이미지' 우려 불식시킬 수 있을까

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이 선출한 대의대표인 국회의원들 앞에서의 시정연설이라는 '간접소통'을 건너뛴 부담감을 안고, 임기 반환점을 사흘 앞둔 상태에서 국민과의 '직접소통'에 해당하는 대국민담화·기자회견에 나선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독한 시정연설에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 "2년 반을 쉴 틈 없이 달려왔다" "4대 개혁은 절체절명의 과제" 등 윤 대통령 본인의 심경이 듬뿍 담겼다면, 오는 7일 진행될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에서는 '본인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는 지난 2년 반을 함께 달려온 국민의 심경을 헤아리는 게 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4일 오전 국회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대독을 통한 2025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대내외의 위기에 맞서,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회복하고 민생의 어려움을 풀기 위해, 2년 반을 쉴 틈 없이 달려왔다"며 "정부 출범 이후 지난 2년 반,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을 정도로 나라 안팎의 어려움이 컸다"고 밝혔다.


시정연설은 대통령이 국회를 향해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설명하고, 잘 통과시켜달라는 간청이 담긴 연설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3년부터 4년 연속 시정연설에 나서며 관행으로 자리 잡았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5년 연속, 윤 대통령도 지난해까지 두 번 국회를 직접 찾았다.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을 정도로 나라 안팎의 어려움이 크게' 다가왔던 부담감 때문인지 윤 대통령이 임기 3년 차 시정연설에 불참하면서, 11년 만에 대통령 시정연설을 총리가 대독하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등 거대 야당의 대여공세가 한창인 상황에서, 시정연설이 정쟁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 불참한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밀어붙이는 것은 물론, 윤 대통령 '탄핵' '하야' 등도 공공연하게 거론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월 국회 개원식에도 1987년 제6공화국 체제 성립 이후 처음으로 불참했다. 개원식에 이어 시정연설까지 연이어 '국민들의 대의대표기관'인 국회와의 소통을 거부하는 듯한 모습에, 국민들에게 윤 대통령의 독단적인 이미지가 부각될 수 있다는 정치적 부담감이 쌓여가는 국면이었다.


야권 뿐만 아니라 여권에서조차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에 직접 나섰어야 했다는 의견이 나왔던 것이 윤 대통령의 7일 대국민담화·기자회견 개최 '전격 결단'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대의대표기관인 국회를 통한 '간접소통'을 건너뛴 대신,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사안에 대해 질문을 받고 윤 대통령 본인이 직접 설명하는 '직접소통'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이제 관건은 7일 진행될 대국민담화 겸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이 국민들이 의구심을 갖고 있는 사안에 대해 그 마음을 헤아리면서 진솔하게 설명해나가느냐에 달렸다는 관측이다.


특히 국정운영 부정평가의 최대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여사 문제'와 관련해 윤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내느냐에 따라 현재의 위기가 반전될 수도, 아니면 오히려 심화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이날 시정연설에도 직접 참석했어야 했다며 "대통령께서 야당의 항의 좀 받고 피켓시위좀 받으면 어떠냐. 야당의 그런 행동은 오히려 윤 대통령에게 동정론을 가져오며, 대통령 부부를 향한 과열된 분위기를 오히려 전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국회(정기회) 제11차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대신해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대독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처럼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국민의 심경을 헤아린 메시지를 내놓으면 과열된 분위기를 다독이고 '동정론'까지도 이끌어낼 수 있는 반면, 대통령이 본인의 심경에만 심취된 메시지로 일관하면 개원식·시정연설 불참으로 쌓아나간 '독단적 이미지'가 되레 심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국민담화 겸 기자회견 결단은 '양날의 칼'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4·10 총선을 아흐레 앞두고 전격적으로 진행됐던 윤 대통령의 '51분 담화'가 실패한 대국민담화의 전형으로 꼽힌다. '국민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대통령 '본인이 하고 싶어하는 이야기'로 일관됐기 때문이다.


'간접소통'이자 '일방소통'인 연설 형태의 시정연설과 '직접소통'이자 '쌍방향소통'인 문답 형태의 기자회견은 전혀 다른 만큼,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오는 7일 대국민담화 겸 기자회견을 임기 반환점 국정동력 회복의 변곡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총리 대독의 형태로 행한 시정연설에서는 '개혁'을 키워드로 잡는 등 그간 본인이 꾸준히 내왔던 메시지에 치중했다. 윤 대통령은 대내외 위기에 처한 민생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필수적인 재정 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미래세대와 약자들을 위해 4대 구조개혁을 완수하겠다고 강조했다.


약 30분의 연설 중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개혁'(19회)이었고, '재정'(15회) '경제'(14회) '미래'(11회) '위기'(9회) '민생'(9회) '약자'(7회) 등이 뒤를 이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대내외의 위기에 맞서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회복하고 민생의 어려움을 풀기 위해, 2년 반을 쉴 틈 없이 달려왔다"며 "경제가 다시 살아나고 있지만, 민생의 회복 속도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민생을 회복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4대 개혁이 꼭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는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연금개혁·노동개혁·교육개혁·의료개혁의 4대 개혁은, 국가의 생존을 위해 당장 하지 않으면 안되는 절체절명의 과제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마련한 내년 예산안은 민생 지원을 최우선에 두고, 미래 도약을 위한 체질 개선과 구조개혁에 중점을 두어 편성했다"며 "내년 예산이 적기에 집행돼 국민께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법정시한 내에 예산안을 확정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국회를 향해 요청했다.


이어 "정부는 빈틈 없이 집행을 준비하여, 민생 현장에 온기를 전달하고 우리 사회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시정연설을 한 총리가 대독한다는 점은 이날 오전 8시께가 되어서야 기자단에 공지됐다. 시정연설이 '총리 대독'이냐 '총리 연설'이냐를 놓고 잠시 혼선이 일어나기도 했다. 국회 관례에 따라 '총리 대독'으로 정리되면서, 시정연설의 주어 또한 한 총리가 아닌 윤석열 대통령으로 최종 확정됐다.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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