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내년 전승절 '열병식' 북한군 부대 초청
김정은, 러 국방장관 만나 "러시아 연방정책 지지"
"북한군 대신 김정은이 퍼레이드 참석할 수도"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적 밀착관계를 과시하는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러시아가 내년 전승절에 북한군을 초청하면서, 이 행사를 명목으로 김 위원장이 러시아 땅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북한을 방문한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은 김 위원장과 만나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열리는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북한군 부대를 초청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긍정적인 결정을 기다린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러시아의 전승절 행사는 그동안 나치 독일에 승전한 것을 기념해 매년 5월 붉은 광장에서 열린다. 열병식은 행사의 하이라이트로, 러시아는 군사적 위세를 과시하는 기회로 활용해왔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정부·군대·인민은 제국주의 패권 책동에 맞서 국가의 주권과 영토 완정을 수호하려는 러시아 연방의 정책을 변함없이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미국과 서방이 우크라이나 당국에 장거리 타격 무기를 제공한 것과 관련해서는 김 위원장이 "러시아 영토 분쟁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적 개입"이라며 벨로우소프의 방북이 "양국의 방위력 강화와 안전 보장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우리 정부는 양국의 밀착을 경계하며 예의주시하겠단 입장이다. 통일부는 "지난 파병한 국면하에서 최근 최선희 외무상의 방러에 이어서 외교·국방 분야 최고위 인사가 연이어 상호 방문하였고 양 정상을 접견했다"며 "이번 러시아 국방장관의 방북 경우에도 김 위원장의 극진한 환대 모습을 연출하면서 러시아와 북한 간의 밀착을 과시한 점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북한군의 퍼레이드 대신 김 위원장이 직접 행사에 참석해 축하를 빌어줄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북한이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참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군을 퍼레이드에 참석 시키긴 부담스러울 수 있단 분석이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러시아에서 전승절 퍼레이드이 북한군을 초대했다 하는데 기념 행사는 자국 군대가 퍼레이드 하는 것이지, 타국 군대가 하는 건 이례적이지 않나"라며 "북한은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북한군이 퍼레이드 참여한다는 건 (상황이) 그렇다. 오히려 김 위원장이 북한의 대표자로서 퍼레이드 참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여처럼 전례가 없던 일들이 최근 발생하는데 브레인스토밍 (brainstorming) 을 통해 소 예상치 못했던 시나리오를 상상력을 발휘해 대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북러의 밀착은 트럼프 신 행정부의 출범 후나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 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 전 원장은 "북한과 러시아 밀착은 단순히 우크라이나 전쟁 만을 위한다기보다 장기적이고 단면적인 포석이 깔려있다 봐야 한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은 한 사례고 사건으로 봐야 한다. (전쟁이) 끝나도 러시아와 북한과의 관계는 긴밀하고, 둘 다 이 관계를 미국에 대응하는 데 활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