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출신의 유승민(42) 전 대한탁구협회장이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유 후보자는 3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 다이아몬드홀에서 대한체육회장 출마 기자회견을 개최, 출마 배경과 체육회를 이끌어갈 구상을 전했다.
현재의 대한민국 체육을 '위기'라고 규정한 유 후보자는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었다"고 출마 이유를 설명하면서 "체육계가 외부로부터 강제적인 변화를 당할 것이냐, 주도적으로 변화를 이끌 것이냐 두 가지 갈림길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유 후보자는 "현재 대한체육회의 리더십은 사라지고 체육을 대변해 목소리를 내고 앞장서야 할 리더들은 뒤에 숨어서 눈치를 보고 있다. 기대와 희망이 자취를 감췄다"고 현실을 짚으며 "체육계를 둘러싼 걱정과 두려움을 다시금 희망과 행복으로 바꿔드리겠다"고 주도적 변화를 약속했다.
6가지 공약도 제시했다. 지방체육회와 종목 단체의 자립성 확보, 선수와 지도자 모두 케어하는 시스템 도입, 학교체육 활성화, 생활체육을 전문화시켜 선진 스포츠 인프라 구축, K-스포츠 진출 도모, 대한체육회 수익 플랫폼을 만들어 자생력을 향상시키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유 후보자가 회장 자리까지 오르는 길은 매우 험난하다. 연임 기간 ‘표밭’을 잘 다져놓았다는 평가를 받는 이 회장에게 선거가 유리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따라서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당선 가능성은 희박하다. 최근 이 회장 3선 출마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 투쟁까지 벌인 박창범 전 우슈협회장도단일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내년 1월 14일 실시되는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는 이기흥 현 체육회장의 3선 도전이 유력한 가운데 유승민 후보자를 비롯해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 강태선 서울시 체육회장, 김용주 전 강원도체육회 사무처장, 박창범 전 대한우슈협회장 등이 출마 의사를 나타냈다.
3연임 도전이 사실상 공식화 됐지만, 이기흥 회장은 위기에 몰려있는 상태다. 이 회장은 최근 업무 방해, 금품 수수, 횡령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수사대상이 된 이 회장의 직무를 정지했다.
‘후보 단일화'에 대한 질문에는 "제가 가장 앞서 있고, 또 복잡한 문제라 서두르지 않겠다진 않겠다. 다른 후보들과는 차별된 나만의 비전과 철학이 있다. 그러나 필요하다면 공정한 대화를 통해서 추진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이 회장의 단점을 꼬집었다.
유 후보자는 "(이 회장에 대한)여러 논란이 있지만 그 부분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 8년간 이기흥 회장님이 이끄는 체육회를 옆에서 봤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도 함께 활동했다. 어느 정도 공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파리올림픽 해단식이 (인천공항 현장에서) 취소되면서 출마 결심을 굳혔다. 이런 것들이 일방적인 소통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유 후보자가 지적한 사건은 지난 8월13일 ‘2024 파리올림픽’ 해단식. 당시 체육회는 인천공항 제2터미널 1층 입국장에서 선수단 해단식을 진행하려고 했지만 돌연 축소 진행됐다. 당시 유인촌 장관과 장미란 제2차관까지 현장에 나와 선수들을 맞이하려고 했다. 그러나 행사는 일방적으로 축소됐다.
일각에서는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문체부와의 신경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았지만, 체육회는 “선수단 피로도와 공항 혼잡, 안전 등을 고려해 축소 진행했다”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유 후보자는 “나도 메달리스트 출신으로 올림픽에 네 차례 나섰고 먼저 귀국했다가 해단식을 위해 공항으로 간 경험도 있다”라면서 “매우 아쉬웠고 선수, 지도자를 보기가 부끄러웠다”라며 “너무 일방적인 소통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소통이 약하다는 부분을 꼬집으면서 탁구를 빗대어 말을 이어갔다.
유 후보자는 “탁구에는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 타임아웃도 있다”라며 “무조건 싸우기만 해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체육인이 빛날 수 있다면 때론 져주기도 해야 한다. 체육인의 목소리를 대변해 쟁취해야 할 게 있다면 누구보다 싸움닭이 되겠다”고 말했다.
유 후보자는 최근 안세영과 대한배드민턴협회의 갈등에 대해서도 "선수는 선수의 목소리를 냈고 경기 단체도 나름의 문화와 시스템이 있다"며 "선수와의 소통이 원활했다면 좋은 그림이 만들어질 수 있었을 것 같다. 소통은 내 장점이다. 소통을 기반으로 한 행정이 이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