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내란 철회'에서 왜 특정인 초조함·조바심 보이나 [기자수첩-정치]


입력 2025.01.06 07:00 수정 2025.01.06 07:00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내란'이란 말 입에 달고 살더니 철회라니

내란 입증절차 회피, 특정인 위한 것 아닌가

워터게이트는 사건부터 사임까지 2년 걸려

국론분열 안 남기려면 적법절차 준수 절실

12·3 비상계엄 사태 후 내란수괴(우두머리)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시도가 무산된 가운데,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및 체포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회 탄핵소추위원단 측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기일에서 형법상 내란죄의 성립 주장을 철회하기로 한 것을 놓고 후폭풍이 거세다. 그동안 "내란"이라는 단어를 하루도 빠짐없이 입에 달고 살았던 게 더불어민주당인 만큼, 민주당이 주도하는 국회 탄핵소추위원단 측의 내란죄 성립 주장 철회는 충격적이다.


형법상 내란죄의 성립을 입증하려면 절차가 복잡해지고 시간이 오래 소요되는 만큼 엄격한 형사법적 증명 절차를 회피하고, 계엄령 발동 등 내란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가 대통령 직무집행 과정에서의 헌법·법률 위배라는 판단만 얻어내 '파면'이라는 결과만 빠르게 따내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렇게 빠르게 원하는 결과만 얻어내겠다는 구상이 대체 누구를 위한 구상이냐는 점이다. 일단 끌어내리자는 방향으로만 치달아가다보니 역풍과 반작용으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되레 반등하고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계엄령을 선포했다가 직무정지가 된 대통령의 지지율이 어떻게 오를 수가 있는지, 의아하기도 하고 화도 나고 복장도 터질 일일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국회와 헌법재판소에서 적법절차에 따른 엄격한 증명을 통해 탄핵소추를 당한 대통령의 위헌·위법행위를 하나하나 밝혀나가고 폭넓은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절차를 생략하고 어떻게든 빨리 탄핵 인용 결정을 얻어내는데 주력하겠다고 하는 것은 '역주행'이다.


만약에 탄핵이 졸속으로 이뤄진다면 그로 인해 이득을 볼 사람은 5000만 국민 중에 '사법 리스크'에 걸려 있는 특정 대권주자 단 한 명 밖에 없다보니, 단 한 명만을 위한 '내란죄 성립 주장 철회'가 아닌가 의구심이 고개를 드는 것도 당연하다.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은 1972년 6월에 발생했다. 야당 전국위 사무실에 도청기를 설치한다는 희대의 정치 스캔들이었지만 미국 상원이 신중한 절차를 거쳐 조사위원회를 설치해 청문회를 시작한 것은 이듬해 5월부터였다.


청문회에 출석한 백악관 부보좌관으로부터 "백악관에 통화 녹음 테이프가 있다"는 진술이 나온 게 7월, 특검이 법원에 테이프 제출 명령을 신청했으나 백악관은 통치행위·국가안보 등 온갖 이유를 대며 항고와 재항고를 했다. 연방대법원에서 "통치행위도 법치주의와 사법심사의 예외일 수 없다"는 취지로 테이프 제출 명령을 확정하는데까지 다시 1년이 걸렸다.


테이프가 법원에 제출된 직후 하원이 1974년 7월부터 탄핵안 본회의 상정 절차에 돌입하자,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다음달인 8월에 사임을 택했다. 의회와 법원에서 철저한 절차가 진행됐으므로 탄핵안 표결까지 갈 것도 없이, 당사자마저 승복하는 형태의 자진 사임으로 마무리된 것이다. 사건부터 사임까지 2년이 걸렸지만 "너무 더디다"고 불평하는 여론은 없었다. 미국인들이라고 한없이 성격이 느긋한 바보들이라서 그랬겠는가.


탄핵을 둘러싼 국론분열, 내전적 반목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탄핵 과정에서의 적법절차 원칙 준수가 절실하다. 공수처는 내란 혐의의 수사권과 관련해 제기되는 의구심을 명확히 해소해야 한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의 대명사인 직권남용을 가지고 내란 혐의를 수사하는 게 합당한지, 왜 체포영장을 중앙지법이 아닌 서부지법에 청구했는지 등에 있어서 한 점 의구심 없는 설명이 이뤄져야 한다.


민주당 등 야권은 탄핵심판 과정에서 내란 혐의 입증을 철회한 것이 특정인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에 그저 현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어떻게든 빨리 대선을 치르는데에만 혈안이 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워터게이트 사건 때 닉슨 대통령의 직전 대선 경쟁자였던 조지 맥거번 민주당 상원의원이 절차야 어찌됐든 그저 빨리 닉슨을 끌어내리는데만 혈안이 됐더라면, 이 사건은 미국에 큰 상흔을 남겼을 것이다.


지금의 윤 대통령 탄핵소추와 심판 절차가 윤 대통령의 직전 대선 경쟁자였던 특정인 한 명만을 위한 절차가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큰 충격을 줬던 12·3 비상계엄 사태로부터 헌정질서를 회복하는데 목적이 있다면, 그 진행 과정에서 초조함이나 조바심이 드러나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3
0
관련기사

댓글 5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 간도지기 2025.01.06  03:46
    이진곤 대기자님,정기수 자유기고가님에 이어 정도원 기자님 같은 분 덕분에 데일리안을 1번 뉴스채널로 설정해 두고 잘 읽고 있습니다. 아마도 많은 독자들이 같은 생각이리라 믿습니다.
    데일리안 뉴스 화이팅!! 넘버원입니다.👍!!!
    0
    0
  • 대한민국이모 2025.01.06  02:24
    기사 내용에 동의합니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입니다. 그때 그때 힘 있는 자들이 마음대로 해석하고 일을 진행한다면 그게 전체주의이고. 이러한 과정을 보면 모든 국민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기에 분열될 것입니다.
    0
    0
  • feriferi 2025.01.06  01:11
    파렴치한 전과자가 교주로 있는 더불어 더듬이당이 내란이라고 국민을 선동하다가 선동이 안먹히니 이젠 말을 바꾼거져.
    저들의 안하무인 폭거가  잠자고 있던 애국보수의 심장을 건들어서 뛰쳐나오게 해준거라 고맙기도 하네요.
    0
    0
  • 꿀물 2025.01.06  10:21
    우리 우파가 이 나라를 지켜야 한다.
    우리 아버지, 삼촌 세대가 이룩한 '자유 대한민국'을 우리 다음 청년 세대에 공산주의를 물려줄 수 없다.
    0
    0
  • 꿀물 2025.01.06  10:17
    오로지 이재명 방탄을 위해서 좌파 카르텔은 열일 중이다.
    본지에서 언급한 내용에 적극 동의 합니다.
    "'내란'이란 말 입에 달고 살더니 철회라니
    내란 입증절차 회피, 특정인 위한 것 아닌가?"
    0
    0
5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