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각종 의혹 제기에 즉각 반박·법적 대응
용산 '강공 모드' 전환 배경엔 尹 지지율 폭등
與 일각선 과도한 강경 태세, 중도층 이탈 우려도
12·3 비상계엄 사태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이후 한껏 움츠러들었던 대통령실이 최근 야권의 각종 공세를 정면 반박하며 '강공 모드'로 전환했다. 대통령실이 '강경 태세'로 변한 데에는 상승세를 타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배경으로 꼽힌다.
대통령실은 9일 국가안보실 고위 관계자가 드론작전사령부를 방문해 평양에 무인기 투입을 지시했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에 "터무니없는 정치 공세"라고 반박했다.
전날(8일)엔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2023년 북파공작원부대(HID) 방문을 두고 '내란 획책 의도가 아니냐'는 민주당의 의혹 제기에 "1년 7개월 전 재작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작년) 12월 3일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 없는 비약"이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대통령실은 이날 용산구 한남동 관저 안에서 윤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포착되는 장면을 생중계한 오마이뉴스(오마이TV)를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위반으로 고발 조치했다고 밝혔다.
지난 7일엔 정동영 민주당 의원이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가 12·3 비상계엄 해제 직후인 (지난해) 12월 4일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에게 계엄 선포가 불가피했다는 설명을 듣고 경악했다'고 주장하자, 김 차장은 "날조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같은 날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표 등 민주당 관계자들을 무고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법률위원회가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김주현 민정수석, 인성환 안보실 제2차장, 최병옥 국방비서관을 내란 혐의로 고발한 데 대한 맞대응이다.
지난 3일엔 국가안보실이 북한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과 관련해 국가안보실이 지시·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부승찬 의원을 포함한 민주당 의원 13명을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또 대통령경호처는 이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시도와 관련해 "법적 근거 없는 무단 침입"이라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이날 한남동 관저를 무단으로 촬영한 JTBC·MBC·SBS와 성명불상의 유튜버를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 위반으로 고발 조치했다.
대통령실이 야당의 공세에 적극적인 맞대응에 나선 데에는 보수층 결집과 일부 중도층의 민주당 이탈에 따른 윤 대통령 지지율 상승이 주요한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대통령실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직후 10%대 초반까지 주저앉은 윤 대통령 지지율이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뒤 30%대로 회복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직후부터 서서히 '강공 모드'로 돌입했다. 또 윤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세 흐름과 함께 국민의힘 지지율까지 동반 상승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공수처의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기 위해 한남동 관저 앞으로 몰려들자 "해 볼 만하다"는 기류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6~7일 100% 무선 ARS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42.4%로 나타났다. 직전 조사(지난해 12월 23~24일) 대비 12%p 상승했다.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41.0%, 민주당이 38.9%로 조사됐다. 직전 조사와 비교하면 국민의힘은 10.7%p 올랐고, 민주당은 5.2%p 떨어졌다.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가 아시아투데이 의뢰로 지난 3~4일 이틀간 진행한 여론조사에선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로 나타났다.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41.0%, 민주당이 38.9%로 확인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9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솔직히 놀랍다"며 "이렇게까지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를지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44명의 국민의힘 의원들이 운 대통령을 지키려고 관저 앞으로 몰려간 이유가 뭐겠느냐"며 "여론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걸 확실히 느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세가 끊기지 않는다면, 그동안 눈치보며 움츠려있던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더 내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여권 일각에선 대통령실과 여당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헌법재판소와 사법부의 판단을 앞두고 대통령실과 여당이 보이는 강경 태세는 '윤 대통령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오해의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전달해 중도층이 대거 이탈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다른 여권 관계자는 "비상계엄 사태 및 윤 대통령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지지율이 대폭 상승하는 상황을 두고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과 대통령실이 지금 대단히 큰 정치적 오판을 하고 있다"며 "지지율이 오른다고 비상계엄 사태를 없던 일로 되돌리려고 시도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정당은 선거를 위해서 존재하는데 중도층을 잃는다면, 앞으로 보수진영은 지금보다 더 어려운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