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과 나란히 손 맞잡고 간담회 입장
김문수의 지지율, 나경원의 기반 '윈윈 관계'
金 "나경원과는 원래부터 가까운 사이"
羅 "김문수와 생각 공유하는 부분 꽤 있어"
이미 대선후보 경선 단계에 실질적으로 돌입한 국민의힘 내에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나경원 의원 간의 활발한 공조 활동이 눈길을 끌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은 두 차례의 예비경선을 거치며 '4자 구도'와 '양자 구도'로 압축된다. 컷오프된 후보들의 표를 그 때마다 '이삭줍기' 해야 하는 여건에서 두 후보의 공조 활동은 범상치 않다는 시선을 받고 있다.
김문수 전 장관과 나경원 의원은 12일 서울 흑석동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노동·청년·민생경제 정책을 놓고 대학생들과 공동 간담회를 가졌다. 중앙대의 상징 영신관 앞에서 만난 두 후보는 화기애애하게 대학생들과 손을 꼭 맞잡고 간담회장인 맥도날드 중앙대점으로 입장했다.
두 후보의 이러한 공조 활동은 일단 '윈-윈 관계'로 평가받고 있다. 서로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많기 때문이다.
김문수 전 장관은 지지율이 최대 자산이다. 국민의힘 대권주자 중 지지율 1위의 고공 행진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갑자기 대선에 나서게 돼 캠프와 조직이 아직 어수선하다. 지지율 높은 후보에게 몰려들기 마련인 '여의도 낭인'들도 무분별하게 몰리고 있어 캠프 핵심은 어중이떠중이 쳐내는 게 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구성원들 중에서는 탄핵 기각을 확신하고 있던 사람들도 많다보니 대선 준비가 완전히 돼있지는 않다"고 토로했다.
김 전 장관 본인도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 나섰던 이래 무려 7년만에 큰 선거를 맞닥뜨렸다. 그나마도 2018년 서울시장 선거는 문재인정권의 이른바 '위장평화쇼' 속에서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가 갈라져 나왔기 때문에 판세가 처음부터 비관적이었다. 당시 캠프를 차릴 사무실도 따로 빌리지 않고 당사 한켠에서 선거를 치렀다. 김 전 장관이 승리를 거뒀던 마지막 공직선거는 15년 전인 2010년 경기도지사 선거다.
나경원 의원은 김 전 장관에 비해 지지율은 저조하다. 반면 기반이 탄탄하다.
나 의원은 2020년 이후로만도 △2020년 총선 △2021년 서울시장 후보 당내 경선 △2021년 6·11 전당대회 △2024년 총선 △2024년 7·23 전당대회 등 4년간 큰 선거·경선만 5차례 치렀다. 연 평균 1회 이상이다. 나 의원 본인의 선거 소화 능력과 스킨십은 더 말할 필요가 없고, 캠프 또한 경험이 많은 베테랑들이 포진해 있다.
따라서 서로에게 제공해줄 수 있는 게 많다. 이날 행사는 김 전 장관이 나 의원의 초청에 응하는 형식으로 치러졌다. 김 전 장관은 "점심을 같이 하자" 정도에만 동의했고, 실제로 맥도날드 중앙대점에 판을 까는 것은 서울 동작을이 지역구인 나 의원 측에서 세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행사는 대학생들이 많이 나왔고 굉장히 도움이 되는 대화가 오고 가서 김 전 장관이나 나 의원 둘 다 무척이나 흡족해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김 전 장관 캠프에서 지금 시점에서 이런 판을 직접 기획하는 것은 다소 쉽지 않았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렇게 '윈-윈 관계'인 만큼, 두 후보가 최종 결선에 올라가 직접 맞대결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한 상당히 심도 있는 정치적 연대 관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두 후보는 일단 원론적인 입장이다. 단 한 명만이 최종 승자가 되는 대선후보 경선에서 '연대'를 공개적으로 전제하는 게 적절치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김문수 전 장관은 이날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원래부터 나경원 의원과 나는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이"라며 "나경원 의원과는 지난 번에도 조찬을 간단히 함께 한 적이 있었는데, 오늘은 점심을 같이 하자고 해서 '장소를 잡아보라'고 했더니 여기를 잡았는데 아주 맛있고 의미도 있고 청년도 만나니 상당히 좋은 오찬이었다"라고 만족스러워 했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같이 서로 이야기하고 협력하고 앞으로 같이 나가지만, 그것이 단일화가 되느냐 염두에 둔 것은 없다"며 "다른 후보 누구라도 만나뵙고 같이 대화도 나누고 정책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나경원 의원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정책도 공유하고 대학생들의 고민을 공유하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의 청년들을 향한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냥 '같이 하자'고 그랬다"며 "우리가 지금 현재로는 경선 중이라 경쟁후보라고 할 수 있지만, 결국 우리 국민의힘 후보들은 함께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심도 있는 관계로 진전이 될지, 마지막 최종의 1대1 (대결)이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김문수 장관과 나는 생각을 공유하는 부분이 꽤 있다"며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생각이 확고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확고하게 1위와 2위를 하게 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같이 행보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