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파면 후 '애물단지' 전락한 대통령실
차기 정권, 국방부 재이전 검토 가능성
옛 청사로 복귀시 '이사비용' 논쟁 우려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한 국방부 내부 기대감이 높아진 분위기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사용했던 서울 용산 대통령실(전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작업에 대해 검토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 전 대통령 파면을 계기로 대통령실과 관저를 청와대나 세종시로 이전해 국방부와 관련 시설이 연쇄적으로 또다시 본래 위치로 복귀할 경우 소요 비용이 수백억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용산 안간다"…홀로 남겨질 대통령실
13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조기 대선 시기를 고려해 현 대통령실을 유지하는 방안과 청와대와 세종시로 이전하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선 주자들의 차기 대통령실 집무실 문제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조기 대선 특성상 대선일(6월 3일) 다음 날부터 집무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군의 한 소식통은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회의에서 대통령실을 세종으로 이전하는 신(新)행정수도 건설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논의했던 안건은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한 이재명 예비 후보 대선 공약에 담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용산 불가론'이 우세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지난 11일 대구시장직에서 사퇴한 홍준표 예비후보는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용산은 불통과 주술의 상징이 돼 버렸다"며 "당연히 청와대로 복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건 국격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의원도 일단 용산에서 시작하되 청와대를 개조해서 이전하자고 주장한 바 있다.
이같은 대통령실 재이전 의사가 수면 위로 오르면서 수백억원을 들인 '용산 시대'는 2년 11개월 만에 다시 문 닫을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차기 정부가 대통령실 이전을 결정해도 최소 6개월 이상의 이전 기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복귀나 세종시 이전을 택할 경우 지하벙커인 국가위기관리센터를 복구해야 하고, 군사시설 보호구역을 재설정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방부, 본래 자리로 복귀 가능할까
윤 전 대통령이 물러나면서 차기 정권에서 국방부 청사 재이전을 추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차기 대통령 집무실이 현 대통령실이 아닌 다른 곳으로 이전할 경우 추후 활용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8일 정례브리핑에서 대통령실로 다시 이전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아직 그에 대해서 국방부가 어떤 답변을 드리거나 안을 갖고 있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 이전과 국방부 청사 이전 등에 수백억원의 예산이 소요됐던 만큼 국방부 청사로 다시 들어가는 것과 관련한 논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2년 3월 기자회견을 통해 직접 대통령실 용산 이전 계획을 밝히면서 이전 비용을 496억원으로 제시했다. 구체적인 규모는 △국방부의 합참 건물 등의 이전 118억원 △국방부 청사 리모델링 252억원 등이다.
만약 국방부가 이전이 필요하다면 이전 비용을 산출해 기획재정부에 공식적으로 요구하면 기재부는 이를 검토·보완해 편성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사 경험이 있던 국방부는 이전과 비슷한 규모의 비용을 오는 6월 이후 재정 당국에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군사학과 교수는 "국방부가 재위치하는 것은 국가 안보나 보안성에는 크게 문제될 것 같지 않다"면서도 "당시 청사를 내준 국방부를 인근 합참 건물 등으로 이전하는 데 100억원이 넘게 들었기 때문에 '이사 비용'을 둘러싼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 관악구 남태령 수도방위사령부로 이전을 계획했던 합참도 윤 전 대통령 파면과 함께 붕 떠버리게 됐다.
특히 건물 신축 등으로 예산 2000억원이 투입되는 합참의 경기 과천 수방사 이전은 예산 미책정 등의 이유로 사실상 어려워진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합참 이전 계획은 이미 무용지물이 된 상태"라며 "용산 대통령실이 이전하게 되면서 사실상 차후 계획도 백지화된 것과 마찬가지"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