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말 기준 3조2302억원 ↑
점유율도 전체 금융사의 절반 이상
증권사로 쏠림 우려에도 '선방' 평가
과제는 수익률 "국내외 증시 하락 탓"
은행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이 한 분기 만에 3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시행되면서 은행권에서 자금이 이탈하는 '머니무브' 우려가 나왔지만 여전히 견고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 증시 하락으로 전체 수익률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영업 전략에 대한 은행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18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기준 국내 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228조9986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43%(3조2302억원) 증가했다.
특히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에 대부분의 잔액이 몰렸다.
가장 많은 적립금을 보유한 곳은 신한은행으로 46조3974억원을 기록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2023년 말 은행권 최초로 적립금 40조원을 돌파했고, 지난해 역시 은행권 중 적립금 1위를 차지했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42조7627억원, 41조2443억원을 보유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은 각각 276017억원, 23조9832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금융사 중 비중을 살펴봐도 은행권이 압도적인 선택을 받고 있다. 금융권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은 432조9813억원인데 은행권은 이 중 53%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말부터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시행되고 난 후 증권사 등 타 금융사로의 머니무브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지만, 여전히 은행권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퇴직연금 실물이전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다른 금융사로 쉽게 계좌를 옮길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전엔 퇴직연금 계좌를 다른 회사로 옮기려면 보유 중인 상품을 모두 매도 후 처리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투자 중인 상품을 유지하고 사업자만 변경할 수 있다.
높은 점유율에도 은행권의 고민은 깊어지는 모양새다. 국내외 증시 하락 영향으로 운용 수익률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국내 은행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원리금비보장 상품의 직전 1년간 평균 수익률은 확정급여형(DB) 4.34%, 확정기여형(DC)2.93% 개인형IRP 2.57%이다. 지난해 4분기 각각 5.83%, 9.05%, 8.42%였던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특히 DC형과 개인형IRP형은 미국 주식 비중이 높아 하락 영향을 더 크게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미 증시 하락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고 분석된다"며 "안정적인 상품 개발로 더 높은 수익률과 안전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지속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