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I 선진국 지수 편입 기회 불발...정부 책임
'외인 최대 60조 순유입·코스피 4000'도 '안개'
"올해 코스피 3000시대를 열었다고 해도 정부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 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갈길이 멉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서 25년 가까이 근무했다는 한 업계 인사는 최근 기자와 만나 이같은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코스피 3000시대는 코로나 팬데믹 정국에서 유동성과 동학개미의 주식투자 열풍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사실상 코스피 3000시대는 정부의 노력이 아닌 개인투자자와 글로벌 시장 환경이 만들어준 결과물이라는 해석이다.
21일 한국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불발된 것도 어찌보면 당연히 예상된 결과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글로벌 증시 시가총액 순위에서 코스피는 8위에 해당하는 등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대해 우리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선진국 지수에 편입하려면 관찰대상국이 된 후 최소 1년이 지나야하는데 지난 2014년 탈락한 이후 7년째 신흥국지수에 머물러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적극 나서야할 기획재정부와 금융당국은 MSCI와 공식적인 협의조차 진행하지 않았다. 지수 편입을 위한 자료 수집도 최근에서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몇 년간 관찰대상국에 올라가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셈이다.
업계에서는 MSCI 시장 재분류에 앞서 코스피가 MSCI 선진시장에 편입돼야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국내 증시가 선진시장으로 승격되면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이 17조8000억∼61조1000억원 규모로 순유입되며 주가는 최대 4035포인트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우리나라는 1996년 12월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지 24년이 흘렀고, 2009년 9월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지수 선진시장에 편입된 지도 11년이 지났다. MSCI 선진 시장에 편입되지 못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국내 증시가 MSCI 선진시장에 편입되는 것은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도 중요한 이벤트다.
코스피 4000시대는 결코 꿈의 숫자가 아니다. 국내 증시의 글로벌 경쟁력으로만 보면 분명 실현할 수 있는 목표다. 하지만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기회를 정부가 스스로 차버린 건 아닌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번 MSCI 시장 편입 실패를 두고 시장에서 쏟아지는 ‘정부는 과연 국가경쟁력을 높이려는 의지는 있는가’라는 질문에 뭐라 답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