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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픽 폭탄' 던져놓고 공짜로 韓통신망 쓰겠다는 넷플릭스…법원 판단은?


입력 2021.06.24 06:00 수정 2021.06.23 18:39        최은수 기자 (sinpausa@dailian.co.kr)

25일 서울중앙지법 SKB vs 넷플릭스 소송 1심

판결 따라 글로벌 CP 망 이용대가 지급 의무 결정돼 업계 촉각

업계 "통신시장은 양면시장…넷플릭스 승소하면 소비자 이용 부담 전가"

상단부터 SK브로드밴드, 넷플릭스 로고.ⓒ각 사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소송 1심 판결을 하루 앞두면서 SK브로드밴드는 물론 인터넷 업계 전체가 신경을 쏟고 있다. 최근 글로벌 콘텐츠 제공사업자(CP)로부터 발생하는 트래픽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넷플릭스의 손을 들어줄 경우, 기간통신사업자(ISP) 망 비용 부담이 결국 소비자 피해로 전가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 20부는 오는 25일 넷플릭스가 지난해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에 대해 1심 선고를 내린다. 이번 소송은 갈등은 지난 2019년 11월 SK브로드밴드가 요구한 망 이용대가 협상을 넷플릭스가 거부하며 촉발됐다.


앞서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의 국내 트래픽 폭증으로 전송 비용이 급증함에도 불구하고 망 이용대가 협상을 거부하자 방송통신위원회에 재정을 신청했다. 이후 2020년 4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하며 재정이 중단됐다. 이후 세 차례의 변론을 거친 뒤 SK브로드밴드가 변론 재개를 요청했고 25일 1심 선고만을 앞둔 상태다.


넷플릭스는 국내에 진출한 뒤 1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사업자로 급성장했다. 또 지난해 코로나19가 촉발된 뒤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발생시키는 국내 트래픽이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 지급을 거부하면서 망 증설 및 관리 비용은 모두 ISP인 SK브로드밴드가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SK브로드밴드 측은 "넷플릭스와 접속한 한일 구간 국제회선 비용 및 국내 구간 트래픽 소통 비용을 모두 자사 투자비로 부담하고 있다"며 "특히 한일 구간 용량을 900Gbps(초당 기가비트)급으로 증속하는 등 거의 3개월마다 증속, 1년만에 3배 가까이 증설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인터넷 기본원칙상 ‘접속료’만 내면 될 뿐 ‘전송료’를 낼 의무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망 중립성 원칙에 따라 망 이용은 무상이며, 자신의 서버에 콘텐츠를 올려둘 뿐 SK브로드밴드의 망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주장하는 ‘인터넷 기본원칙’은 없으며 국내 법규 및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 법규상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실제 국내 네이버, 카카오 등 CP들이 SK브로드밴드를 비롯한 국내 ISP와 인터넷전용회선 계약이나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고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고 있다.


이를 두고 넷플릭스는 '사적인 합의에 따른 비용 지급 사례'일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업계에서는 국내 통신망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패소하면 ISP 비용 부담 소비자 피해 전가 가능성…국내외 글로벌 CP '망 무임승차' 확대 우려
서비스 안정성 확보 의무 대상사업자별 세부 측정 결과.ⓒ과기정통부

재판부가 넷플릭스의 손을 들어줄 경우 인터넷 생태계에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업계에서 1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넷플릭스가 승소할 경우 망사용료 계약을 맺고 있는 페이스북 등 국내외 CP들을 비롯해, 진출을 앞둔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CP들에게도 망 이용료 ‘면죄권’을 줄 수 있어서다.


통신업계에서는 CP가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지 않으면 통신시장은 대표적인 양면시장이기 때문에 결국 망 유지, 관리 비용 부담이 최종 사용자인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통신시장은 인터넷망 접속 서비스에 대한 서로 다른 수요체계를 가지고 있는 이용자 그룹인 넷플릭스와 일반 이용자가 존재한다. 또 ISP가 구축·운영하는 네트워크(플랫폼)을 통해 일반이용자와 넷플릭스가 거래하는 전형적 양면시장이다.


SK브로드밴드는 양면시장 구조 하의 플랫폼 사업자에 해당되기 때문에 네트워크 구축·운영에 소요되는 비용 회수를 위해 각각의 이용자그룹으로부터 비용 징수가 필요하다고 본다. 만일 ISP가 한쪽 시장인 CP로부터 대가 수취가 불가능하다면, 비용은 모두 다른 이용자 그룹인 최종 이용자로 부터 회수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ISP 입장에서 망 이용대가를 CP를 포함한 이용자들로부터 수취하는 것이 불가능할 경우 ISP의 투자유인을 저해시키고 장기적으로는 ISP의 망은 공유지로 전락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더해 넷플릭스 승소 시 법원의 판결과 지난해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이 상충하게 된다는 문제가 생긴다. 넷플릭스법(개정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일일방문자 100만명 이상, 국내 트래픽의 1% 이상 대규모 트래픽을 유발하는 콘텐츠사업자에 대해 망 품질 유지 의무를 부과하며 콘텐츠 사업자에게도 품질 유지의 의무가 있다.


법 개정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구글과 넷플릭스,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 콘텐츠웨이브 등 6개 사업자를 전기통신사업법 적용 사업자로 지정했다. 이 가운데 넷플릭스는 이용자 수가 174만2947명으로 5위였지만 트래픽 양으로는 유튜브 다음으로 많은 2위를 차지해 가입자 대비 많은 트래픽 양을 발생시키고 있음이 드러났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에서 CP에 부과한 서비스 안정성 의무는 결국 사업자가 망 품질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망 이용대가를 내야할 의무가 있는 것"이라며 "법원이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 의무가 없다고 판결을 내면 법과 상충돼 결국 법안을 수정해야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용희 오픈루트 전문위원은 "넷플릭스가 승소할 경우 국내 CP들도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겠다고 반발하는 또 다른 분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또 ISP는 망 비용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돈을 안내는 사업자들에게는 저품질의 망을 제공하고 결국 서비스 품질이 낮아지는 간접적인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은수 기자 (sinpaus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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