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생보업계, 4세대 실손 판매 중단 러시…좌초 위기


입력 2021.06.27 06:01 수정 2021.06.25 11:59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26개 생보사 중 5개사만 新실손보험 출시 예정

지난해 실손적자 2조↑…올 1Q도 7천억 육박

"소비자 갈아타지 않을 것…흥행·의도 의문"

생명보험사들이 4세대 실손보험 출시를 줄이어 포기하면서 흥행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실손 갈아타기가 저조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출시의도 자체가 퇴색될 우려까지 제기하고 있다. ⓒ픽사베이

생명보험사가 4세대 실손의료보험 출시를 포기하고 있다. 의료서비스 사용량에 따라 보험료 할증·할인을 제공하는 4세대 실손을 판매하면 적자가 확대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4세대 실손 도입을 주도한 금융당국도 보험사에 대한 상품 강제성이 없어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일각에선 4세대 실손이 흥행 실패는 물론 출시가 좌초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한화·교보·NH농협·흥국생명은 다음달 1일 출시될 4세대 실손보험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 생명보험협회에 정·준회원사로 등록된 26개 생보사 가운데 5개사만이 4세대 실손보험 도입을 구체화한 것이다.


가장 최근에 실손보험을 포기한 곳은 동양생명이다. 동양생명은 24일 적은 계약 건수와 높은 손실액을 이유로 4세대 실손보험 상품을 출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동양생명과 중국 안방보험을 대주주로 둔 ABL생명도 4세대 실손보험 출시 포기할 예정이다.


생보사들의 실손보험 포기 러시는 하루 이틀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2011년 라이나생명을 시작으로 오렌지라이프(2012년), 푸본현대생명(2017년) 등이 높은 손해율을 이유로 실손보험 포기를 선언했다. 이후 2018~2019년 동안 KDB생명, KB생명, DGB생명, DB생명 등도 실손보험에서 발을 뺐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에도 신한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이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실손보험은 가입자가 3900만명이 넘어 '제2의 국민건강보험'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일부 가입자가 과잉 진료를 받으면서 보험사들이 감당해야 하는 손해율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손해보험협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21.8%에 달했던 개인실손보험 손해율은 올해 1분기 132.6%까지 상승했다. 손해율이 100%를 넘으면 보험사는 적자를 보게 된다. 실제로 올 1분기 실손보험에서만 6866억원 규모의 손실액이 발생했다. 지난해 전체 손실액은 무려 2조3695억원에 달했다.


ⓒ데일리안

이 같은 상황에 금융당국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손보험이 생보사들의 주력 상품이 아닌데다, 새로운 제도 도입이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에 불과해서다. 다만, 손해보험업계가 대거 4세대 실손을 출시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예정 출시 시기에는 차질이 없게 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13개 손보사 가운데 10개사가 4세대 실손을 출시하겠다고 공언했다.


금융감독원 보험감독국 관계자는 "생보사들이 전략적으로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한다고 해서 이를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손해보험사들이 대거 진출을 예고한 만큼 상품 출시에는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4세대 실손보험의 출시여부에 의문을 품고 있다. 생보사들의 출시 포기뿐 아니라 4세대 출시만으로 실손상품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실손보험 적자의 주범은 전체 가입자의 80%를 차지한 1~2세대 실손보험이다.


보험업계에서는 1~2세대 상품이 소비자 입장에서는 유리한 구조를 지니고 있는 만큼 가입자들이 4세대 실손으로 갈아탈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지난 2017년 4월 출시된 3세대 실손도 2년 뒤인 2019년 손해율 100%를 넘어서며 적자로 전환한 만큼 4세대도 보험업계에 손실을 안겨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1~2세대 실손이 자기부담금이 거의 없는 수준으로 판매되면서 보험사에겐 적자의 주범이 됐지만 고객입장에선 버릴 이유가 없는 상품이 됐다"며 "보험사 호응도도 떨어지는데다 고객들의 갈아타기 실적도 저조한 수준에 머물게 된다면 출시 의도자체가 퇴색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