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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코인 ‘상폐빔’에 거래소 웃고 투자자 울고


입력 2021.06.30 06:01 수정 2021.06.29 18:07        이건엄 기자 (lku@dailian.co.kr)

투기 세력 시세 조종에 일반 투자자 피해 우려

업비트·코인빗 상폐 앞두고 비정상적 거래 속출

거래소, 늘어난 거래량과 시세로 수수료 두둑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강남 고객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뉴시스

상장폐지를 앞둔 가상화폐(코인)에 단기 차익을 노린 수요가 몰리며 가격이 급등하는 ‘상폐빔’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반면 거래소들은 늘어난 거래량을 바탕으로 거액의 수수료를 챙기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잡코인 정리에 나선 이후 상장폐지를 앞둔 코인에 대한 비정상적인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시장 퇴출 이후 가격 급락이 확정된 상황에서도 높은 변동성을 노린 투기적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오는 3일 상장폐지 예정인 아인스타이늄(EMC2)의 시세는 전날 5시 기준 460원으로 유의종목으로 지정된 지난 11일(30원) 대비 13배 이상 급등했다. 같은시각 글로벌 마켓에서 60원대에 거래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비정상적으로 높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코인빗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속출했다. 당초 정리 대상으로 분류했던 코인들의 상장폐지 일정을 미루면서 투기세력이 몰린 것이다. 실제 지난 24일 오전 유피(1,958.82%)와 렉스(1,896.68%)는 가격이 전날의 20배로 뛰었다.


이오(411.40%), 덱스(315.25%), 넥스트(237.07%) 등도 급등했으며, 가장 상승률이 낮은 덱스터(167.22%)도 가격이 전날의 두 배가 됐다.


이처럼 투기세력에 의해 비정상적인 거래가 반복되면서 사전 정보가 부족한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것을 보고 뒤늦게 매수 대열에 합류할 경우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상장폐지 예정인 코인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일부 세력이 시세를 높게 설정해 일반 투자자들의 판단력을 흐리고 있다”며 “매수에 나설 경우 자칫 폭탄돌리기의 희생량이 될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에 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반면 거래소들에게는 상폐빔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시세가 오르고 거래량이 늘수록 거래소가 취할 수 있는 수수료 수익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거래금액의 0.04∼0.25%를 수수료로 받는다.


실제 업비트는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4일간 ▲마로 ▲페이코인 ▲옵저버 ▲솔브케어 ▲퀴즈톡을 통해 22억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챙긴 바 있다. 해당 코인들은 지난 18일 원화시장에서 거래가 종료됐다.


문제는 거래소들이 특금법 시행에 대비해 잡코인 정리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상폐빔이 더욱 빈번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거래소들은 실명계좌 인증을 받기 위해 투명성 확보를 명목으로 잡코인 정리를 진행하고 있다.

잡코인을 다수 갖고 있을수록 은행들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상장폐지 사례가 늘어날수록 과열양상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실제 은행연합회가 지난 4월 마련한 가상화폐 사업자 고유위험 평가를 위한 체크리스트에 따르면 ‘상품·서비스 위험’과 관련해 가상화폐 신용도, 취급하고 있는 가상화폐 수, 고위험 코인 거래량, 거래소 코인별 거래량, 암호화폐 매매중개 이외에 제공 서비스 등의 지표를 정량 평가하도록 했다.


이는 신용도가 낮은 가상자산을 취급할수록, 거래 가능한 가상자산이 많을수록, 신용도가 낮은 코인의 거래가 많을수록,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코인 거래량이 많을수록 위험이 가중된다고 본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들이 상장폐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명분을 밝히지 않는 만큼 상폐빔에 대해서도 일정부분 책임져야 한다”며 “하루 빨리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비상적인 거래 행태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건엄 기자 (lk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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