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형펀드 기대수익률 낮아 이탈↑
하반기 대어급 줄상장...기대 효과
# 40대 직장인 김 모씨는 6개월 전 은행 예금통장에 들어있던 5000만원을 인출해 주식형펀드로 옮겨놓았다. 지난해부터 동학개미 열풍이 불면서 너도나도 주식투자를 한다고 하지만 리스크를 떠안아야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김 씨는 국내주식을 추종하는 인덱스 주식형펀드에 돈을 넣어놨다. 그러나 지난 6개월 간 펀드 수익률은 오히려 실망스러웠다. 플러스 수익률을 기대했는데 오히려 -0.78%로 뒷걸음질쳤다. 김 씨는 결국 주식형펀드 환매에 나섰고 요즘 핫하다는 공모주펀드로 갈아타기로 했다. 하반기에 카카오페이와 크래프톤 등 대어급이 줄이어 증시에 상장한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펀드 시장의 몸집은 과거에 비해 비대해졌지만 공모주에 대한 쏠림이 강해지면서 양극화 현상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전체 펀드 순자산 규모는 793조4000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로도 73조2000억원이 불어났다. 같은 기간 설정액 규모도 753조8000억원으로 59조원이 늘어났다.
반기 만에 펀드 자산은 급격하게 불어났지만 MMF 등 단기 자금 쏠림이 나타나면서 전체 공모 펀드 시장의 회복과는 거리가 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가운데 대어급들의 증시 입성이 잇따르면서 공모주 펀드로 자금이 쏠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공모주 펀드로 올 초 이후 4조299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지난 3개월 동안에는 1조9152억원의 자금이 몰리는 등 공모주 펀드로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공모주 펀드에 자금이 집중된 배경에는 하반기에 예고된 대어급들의 상장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를 비롯해 크래프톤, 카카오페이, 롯데렌탈 등의 대어급들이 주식시장 입성을 앞두고 있다.
반면 국내 주식형펀드로는 올 초 이후 1조950억원의 자금이 이탈했다. 지난 3개월간 402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증시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지난 3개월간 인덱스 주식형펀드로는 4685억원이 이탈했다. 전체 국내 주식형펀드의 지난 3개월간 기대수익률도 1.95%에 그치고 있다.
투자자들의 주식형펀드 외면이 이어진 배경에는 증시가 역사적 고점을 돌파하면서 직접투자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크게 늘어서다. 이는 운용수수료 부담이 크고 수익률 기대가 낮은 것이 공모 펀드에 대한 순유입이 커지지 않는 이유로 지목된다. 일반공모 펀드에 대한 수요가 줄면서 펀드 신상품 출시도 예년보다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올 상반기 신규 펀드 수는 580여개로 작년 하반기(780개) 보다 크게 줄었다. 1조가 넘는 대형 펀드도 꾸준히 줄어 현재 '신영밸류 고배당펀드'가 1조 넘는 펀드로는 유일하다.
자산운용사들은 최근 공모 펀드 시장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배경으로 투자자들이 수익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공모 펀드의 수익률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면서 단기에 수익을 낼 수 있는 공모주 펀드와 같은 테마형 펀드들에만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공모주펀드 외에 ESG, 메타버스펀드 등 테마주 중심의 펀드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며 "따상을 노린 투자자가 공모주 대신 차선책으로 공모주펀드로 유입되고 있지만 차익실현을 위한 단기투자자들만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