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LS 주가를 경쟁사가 띄워 준다? [데스크 칼럼]


입력 2025.03.20 11:13 수정 2025.03.20 11:57        지봉철 기자 (Janus@dailian.co.kr)

호반, 자회사 2심 패소 판결 하루 전 경쟁사 LS 주식 매입 사실 전해

판결 당일 주가 18.96% ↑…LS전선·대한전선 해저케이블 기술 소송서도 수익 노릴까

자사정보로 경쟁사 베팅, 美서 첫 재판…금감원도 선제 관리 나서야

서울 서초구 양재대로에 있는 호반그룹 사옥 전경ⓒ호반그룹

회사의 호재는 경쟁사의 악재, 자회사의 악재는? 전선 업계 1·2위 LS전선과 대한전선의 특허침해 소송 2심에서 LS전선이 승소했지만, 정작 웃는 기업은 따로 있었다. 대한전선의 모회사 호반그룹이다. 호반그룹은 2021년 대한전선을 인수해 전선 사업에 진출했는데, LS전선과 대한전선은 2019년부터 소송전을 벌이며 대립했다. 그런데 LS전선과 대한전선의 특허권 침해 소송 2심 재판을 하루 앞두고 호반그룹의 LS 지분 매입 사실이 전해졌다. LS는 LS전선 모회사다.


실제로 호반그룹은 최근 LS 지분 매입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단순 투자 목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전선 산업의 성장성을 보고 단순 투자한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업계는 호반그룹이 사들인 LS의 주식 수를 96만~99만 주로 예상한다. 문제는 2심 재판부가 LS전선의 승소 판결을 내린 지난 13일 하루 동안 LS 주가는 18.96%(전일 대비 1만9300원)나 뛰었다. 단순 계산으로만 190억원(99만주X1만9300원)의 시세차익을 본 셈이다. 1심에 이어 2심 특허 소송에서도 LS전선이 승리할 것으로 내다보고, 차익 실현을 노렸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 LS전선과 대한전선은 해저케이블 기술 유출을 둘러싸고도 갈등을 벌이고 있다. LS전선이 보유한 해저케이블 공장 설계 노하우가 가운종합건축사무소를 통해 대한전선에 유출됐다는 의혹이다. 경찰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대한전선과 가운종합건축사무소 관계자 등을 형사 입건했으며, 지난해 11월까지 대한전선에 대해 세 차례에 걸쳐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해당 사건의 수사 결과는 올 상반기 발표될 예정이며, 기술 유출이 사실로 드러나면 양사 간 2차 소송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LS전선이 해저케이블 설비 구축과 연구개발(R&D)에 1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한 만큼 향후 소송 가액이 조 단위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내부자 거래'는 기업 임직원 등 중요한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높은 내부자들이 직무상 미리 알게 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해당 기업의 주식을 거래하는 행위를 말한다.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해 정보의 성격에 따라 이익을 늘리거나 손실을 줄일 수 있는 불공정 행위다.


선진국에서는 주식 내부자 거래를 '정보의 절도(theft of information)'로 보고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심지어 미국에선 자사 내부정보를 아는 임원이 자사 주식이 아닌 경쟁사 주식을 거래해 이득을 올린 것까지 내부자 거래로 제재했다. 자사와 주가가 강하게 연동돼 움직이던 경쟁사에 주가 상승에 베팅한 이른바 '그림자 내부자 거래' 혐의다.


내부자 거래를 워낙 엄격히 규제하는 미국이지만, 업계 정보를 활용해 경쟁사에 투자한 것을 내부자 거래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새로운 개념이다 보니 내부자 거래의 범위를 타사 주식 거래로까지 확대하는 것은 법률 전문가 사이에서도 논란이 있는 상황이다.


▶주식시장에서 자사의 악재로 반사이익을 보는 종목이 들썩인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걱정스러운 것은 최근의 내부자 거래 행위가 더욱 복잡·대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그림자 내부자 거래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소송 승소 등 호재는 상대방이 있어서 내부정보 관리 주체가 어디인지 칼 자르듯 분리하기 어렵다. 따라서 금감원 등 감독당국도 선제 관리 차원에서 이런 유형의 신종 수법을 찾아내고 필요하면 나서야 한다. 자칫 누군가는 두둑한 돈을, 누군가는 피눈물을 흘릴 테니 말이다.

지봉철 기자 (Janu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