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 내달부터 라면값 12% 인상
스팸·즉석밥 등 간편식품 이미 올라
“가계 심각한 영향…적극 관리해야”
밥상물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수 개월째 농축수산물 값이 기록적으로 치솟는 가운데 즉석밥 등 간편식품 가격뿐만 아니라 대표 서민 음식인 라면도 내달부터 오를 예정이다. 정부가 이달 초 “물가 관리에 특별히 신경을 쓰겠다”고 한 말이 무색해지는 상황이다.
간편식품 대표 업체 가운데 한 곳인 오뚜기는 다음 달 1일부터 라면 가격을 12% 인상하기로 했다. 오뚜기는 지난 15일 “라면이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가격 인상을 억제해왔지만 최근 밀가루 등 식품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 상승으로 불가피하게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뚜기 라면 가격 인상은 2008년 4월 이후 13년 4개월 만이다.
오뚜기 가격 인상으로 그동안 시장 눈치를 살피던 농심과 삼양식품 등 다른 업계도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농심은 신라면 기준 2016년 12월 이후 같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삼양라면을 2017년 5월 이후 현재 가격으로 판매 중이다.
라면에 앞서 냉동 피자와 케첩 등은 이미 가격이 올랐다. 즉석밥과 햄, 소시지, 참치캔 등도 마찬가지다. 업체들은 밀과 팜유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제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지만 가계 살림에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다.
간편식품뿐만 아니라 농축수산물 가격은 몇 달째 크게 오르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 등 여파로 농축산물 가격이 두 자릿수 상승을 계속하고 달걀은 정부가 수입 물량을 7000만 개로 확대했지만 여전히 고공행진이다. 마늘과 고춧가루 등 기본 식자재도 하루가 다르게 급등하는 모습이다.
실제 소비자물가는 4월 2.3%, 5월 2.6%, 6월 2.4% 상승해 정부가 연간 물가관리목표 지수인 2.0%를 계속 웃돌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일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물가 관리는 시간이 걸리므로 지금부터 추석까지 미리미리 계획과 대책을 세심하게 세우고 살피라”고 지시했다. 이에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는 하반기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여 연간 물가상승률을 2% 이내로 관리하겠다고 밝혔지만 물가 오름세는 전혀 꺾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임기 말 정부 물가 관리 장악력이 떨어진 게 아니냐고 지적한다. 이번 간편식품 가격 인상도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을 핑계 대지만 지난해 이들 기업이 역대급 매출을 기록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는 의미다. 정부가 물가 관리에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달걀 가격 상승도 농가들은 정부가 AI 대응 과정에서 살처분은 적극 주문하면서 산란계 입식에는 지원이 소극적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국회에서는 33조원 규모 2차 추가경정예산까지 심의 중이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상생지원금) 등 추경이 시장에 풀리면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물가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올해 들어 식탁 물가가 급격히 올랐는데 정부에서 주요 품목을 지정해 공급 상황을 점검하는 등 적극적인 물가 관리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코로나19로 가계 수입 양극화가 더 벌어졌는데 이러한 시기의 식품 가격 인상은 서민 가구에 심각한 부담을 준다”며 “업계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가계 부담이 확 늘어나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