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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발 머니무브➂] 뉴욕행 접은 유니콘...넘어야할 벽은


입력 2021.07.21 07:00 수정 2021.07.21 08:22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유니콘 유치 위해 상장규정 완화

“장외거래시장 제도도 보완해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사옥 전경 ⓒ한국거래소

마켓컬리가 해외 상장에서 국내 상장으로 노선을 선회한 가운데 한국 기업들의 기업공개(IPO) 방향에도 영향이 미칠지 주목된다. 최근 한국거래소는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들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상장 문턱을 낮추고 있다.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 이후 IPO 환경이 변화되고 있는 만큼 이를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적자 내도 상장” 컬리도 방향 틀어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는 최근 2254억원 규모의 시리즈 F(6번째) 투자 유치를 완료하고 국내 증시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컬리의 증시 상장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가 될 전망이다.


컬리는 당초 미국 증시 상장이 유력한 것으로 점쳐졌지만 성사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국내 증시 상장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 이후 국내 유니콘 기업들은 잇따라 뉴욕행을 추진하고 있다. 쿠팡 투자에 성공한 소프트뱅크가 국내 기업에 2조원이 넘는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며 국외 상장 분위기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쿠팡 상장 직후인 지난 4월 영상자막·더빙기업 ‘아이유노‘에 1800억원, 5월에는 교육AI 스타트업 뤼이드에 2000억원을 투자했다. 이어 이달에는 미국 상장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진 국내 1위 여행 플랫폼 야놀자에 2조원을 투자했다. 쿠팡 상장 후 4개월이 안 되는 사이 한국 스타트업 3곳에 2조4000여억원을 쏟아 부은 것이다.


유니콘 기업들의 뉴욕행을 막기 위해 한국거래소도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거래소는 지난 3월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을 완화했다. 이러한 유니콘 기업 IPO 유인책도 컬리의 국내 상장에 영향을 미쳤다.


거래소는 시가총액 1조원이 넘으면 적자를 내더라도 상장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했다. 컬리가 이 혜택을 볼 수 있게 됐다. 컬리는 지난해 매출이 9531억원으로 전년보다 2배 이상 증가했지만 영업손실 규모도 1163억원으로 늘었다. 누적 적자는 2700억원 가량이다.


마켓컬리 경영실적 ⓒ데일리안 백서원 기자
◆“장외시장 환경개선·제도학습 계기로”


다만 거래소 진입 문이 확대되면서 성장 잠재력이 높은 혁신기업의 상장이 늘어나는 만큼 부실한 기업이 들어올 가능성도 커졌다. 다양한 기업에 상장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지만 대형 부실 이후에야 상장 폐지로 이어지며 투자자 피해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상장이 용이해질수록 상장기업의 부실화와 거래시장의 건전성 저하 가능성도 높아지게 된다”며 “상장폐지기업의 부담을 경감하고 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장외시장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 유니콘 기업의 국외 상장이 학습 효과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우려하기보다는 우리 제도의 문제점을 확인하고 보완 대책을 수립할 수 있는 기회란 분석이다.


황인태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어떻게 보면 한국기업이 미국에 상장하면서 우리가 문헌적으로 미국 제도를 공부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라며 “쿠팡의 경우도 차등의결권 문제가 현실화 되면서 직접적인 공부를 할 수 있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황 교수는 “우리나라는 규모에 비해 외국 상장이 적은 나라로, 상장이란 건 회사의 광고 효과와 기업가치 인정 등 여러 가지 비즈니스가 있다”며 “유니콘은 나가서 가치를 인정받고 외국 제도에 대해선 우리가 생생하게 깨달을 수 있는 기회인데 이런 것을 교과서로 보는 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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