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은 식탁물가에 배달음식, 밀키트로 발 돌리는 소비자 늘어
코로나 재확산에 ‘돌밥돌밥’…재택근무‧학교 방학에 식비 껑충
“비싼데 상태도 안 좋아...시장 와도 살 게 없다”
치솟는 밥상물가에 소비자들의 식탁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집에서 해먹는 밥이 외식 보다 싸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농수축산물부터 가공식품까지 줄줄이 가격이 오른 탓이다.
지난 11일 오후 7시30분쯤 기자가 찾은 서울 마포구의 한 대형마트는 장보기 위해 나온 소비자들의 쇼핑이 한창이었다.
저녁 시간이다 보니 크게 붐비지는 않았지만 매장이 마감을 앞두고 세일을 하는 정육 코너나 즉석식품 매대에는 삼삼오오 소비자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었다.
이날 마트에서 만난 40대 주부 한모씨는 요즘 식비가 많이 늘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한 씨는 “아이들 학교 방학인 데다 재택근무까지 하다 보니 하루 종일 온 가족이 집에서 밥을 먹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면서 “삼시세끼를 차리기 위한 비용도 그렇지만 애들이 종일 집에 있다 보니 간식비도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이어 “코로나 전에 한 달에 한두 번 외식을 했던 것 보다 오히려 지금 식비가 더 많이 나간다”고 덧붙였다.
이날 한 씨 가족의 메뉴는 삼겹살이었다. 장 볼 것이 남아있다는 한 씨의 카트엔 삼겹살 1㎏과 깐양파, 상추, 포장김치, 쌈장이 들어있었다. 여기까지 총 비용은 5만1910원.
한 씨는 “과일부터 채소, 고기까지 안 오른게 없다”면서 “집밥이 싸다는 것도 다 옛날 얘기다. 돈은 돈대로 들지, 치우기도 힘들지 그냥 사 먹는 게 낫겠다”고 토로했다.
배달의민족 등 배달앱에 올라온 고기구이 메뉴를 검색한 결과, 삼겹살 구이 1㎏을 비롯해 밥과 쌈, 반찬 등을 포함한 배달음식 가격은 주로 4만5000원에서 5만원 미만이었다. 다만 국내산 냉장 삼겹살을 판매하는 마트에 비해 수입산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밀키트 코너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신모씨도 “해먹는 밥보다 사 먹는 편이 오히려 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혼자 살다 보니 마트에서 장을 보면 재료가 남아 결국엔 대부분 버리게 된다. 가뜩이나 가격도 비싼데 너무 아깝다”면서 “밀키트는 조리도 편하고 남는 식재료에 대한 걱정도 덜 수 있어서 자주 이용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전통시장의 풍경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육 등 일부 상품의 경우 대형마트에 비해 전통시장이 저렴한 품목도 있지만 최근 크게 오른 물가에 대부분 ‘장보기가 겁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때문인지 채소, 과일 등 신선식품 점포보다는 조리식품을 주로 판매하는 반찬가게에 더 많은 손님이 몰리기도 했다.
다음 날인 12일 오전 마포 망원시장에서 만난 60대 주부 김모씨는 “간단한 저녁 찬거리를 사러 나왔는데 막상 살 게 없더라”며 “시금치, 고추, 마늘, 계란 같은 서민들 먹는 게 죄다 올랐다”고 하소연 했다.
이어 “가격은 올랐는데 채소 상태도 좋지 않다”며 “돈 3만원 가지고 나와도 한끼 장 보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농수산물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12일 소매가격 기준 시금치 1㎏ 가격은 2만2326원으로 1년 전 1만3891원에 비해 60.7%나 올랐다. 최근 폭염이 지속되면서 시금치 같은 잎채류 가격이 크게 올랐다.
이날 시장에서는 치솟는 물가에 벌써부터 추석이 걱정된다는 반응도 들을 수 있었다.
시장 인근에 산다는 50대 한 주부는 “지금 물가도 비싸지만 명절 앞두고 또 얼마나 오를지 걱정”이라며 “제수 용품은 미리 사놓을 수도 없다. 코로나라고 가족들 모이지는 못해도 차례는 지내야 하는데 어떻게 준비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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