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車업계 임금거품 못 걷어내면 쌍용차 꼴 난다 [박영국의 디스]


입력 2021.08.16 07:00 수정 2021.08.16 07:07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수 년간 임금 동결해도 여전히 연봉 6600만원 고임금 구조

생산직 절반 무급휴직 해도 공장 운영 문제 없어

완성차 업계 고임금‧다인력 구조 못 고치면 도태 불가피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전경. ⓒ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 인수전이 본격화되며 누가 이 회사의 여섯 번째 주인이 될 것인지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가 주목하는 관전 포인트는 쌍용차의 새 주인이 과연 국내 완성차 업계의 최대 난제인 고임금‧다인력 구조를 그대로 가져갈 것인지 여부다.


쌍용차의 직원 수는 올해 3월 기준 4732명에 달한다. 지난해 이들의 평균 연봉은 6600만원이었다. 지난 수 년간 임금을 동결하면서 현대자동차나 기아와 같은 메이저 완성차 업체에 비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국내 생산직 업종을 통틀어 최상위급이다.


산술적으로 이 회사를 인수해 운영하려면 연간 3000억원 이상의 인건비를 감수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해 쌍용차는 10만591대를 팔았다. 재료비, 부품비, 개발비, 마케팅비 등을 제외하고도 대당 300만원 이상을 남겨야 간신히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단 얘기다. 최저 가격이 1689만원인 티볼리에 300만원 이상의 인건비가 투입된다니,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구조다.


쌍용차는 지난 7월부터 자구계획의 일환으로 생산직 인원 절반이 1개월씩 돌아가며 쉬는 순환 무급휴직에 돌입했다. 인원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서도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절박함에서 도출한 아이디어였지만, 결과적으로 절반의 인원이 없어도 공장이 잘 돌아가고 있음을 증명해주는 모양새가 됐다.


7월 쌍용차는 100%의 인원이 투입되던 시기와 마찬가지로 8000대 이상의 차량을 만들어 팔았다.


쌍용차를 인수하게 될 새 주인은 순환 무급휴업이 끝나는 2년 이내에 기존의 두 배의 일감을 만들어 내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 2000여명의 잉여 인력에게 무의미하게 인건비를 쏟아 부어야 한다는 얘기다.


쌍용차의 유력 인수 후보 중 하나로 꼽히는 에디슨모터스의 강영권 회장은 지난 9일 쌍용차 인수 컨소시엄 업무협약 체결식에서 ‘쌍용차를 인수해도 인력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며, 경영정상화 이후에는 지금보다 임금과 복지혜택을 더 늘리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지만, 업계에서는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표한다.


현재 에디슨모터스의 평균 연봉은 4000만원대로 알려졌다. 손익 구조상 직원들에게 지급할 수 있는 최선의 금액이 그 정도였을 것이다. 이런 회사에서 평균 연봉 6600만원을 받는 자회사 직원들을 그대로 유지하고, 심지어 연봉과 복지비용을 더 늘리겠다고 하니 물음표가 붙을 만 하다.


또 다른 유력 인수 후보인 SM그룹 역시 마찬가지다. 인수전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될 SM그룹 계열사 남선알미늄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5643만원이었다. 재계 38위 그룹이라고는 하지만 쌍용차와 같은 고임금 구조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폐쇄 직전인 2018년 2월 당시 한국GM 군산공장 모습.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업계가 쌍용차 인수전에, 그리고 인수 이후의 상황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현실적으로 답이 안 나오는 고임금‧다인력 구조이긴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2002년만 해도 이 회사가 미국보다 경쟁력 있는 임금에 높은 기술력을 갖춘, 중소형 차량 생산기지로 적합할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GM은 스파크와 같은 경차를 만들어서는 답이 안 나오는 고임금 공장이다.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 그 기록을 8년으로 연장할 가능성이 높다.


GM이 2018년 한국시장 철수를 언급한 게 단순히 ‘엄포’가 아니었던 것도 사업 구조상 수익을 낼 수 없는 사업장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우리 정부도 이를 알기에 산업은행을 통해 자금지원까지 해 가며 눌러 앉혀야만 했다. 그러고도 결국 군산공장은 폐쇄됐고, 희망퇴직으로 인력은 대폭 줄었다.


르노삼성자동차에 대한 르노그룹의 시각도 마찬가지다. 르노그룹 내에서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대표적인 비효율 사업장으로 찍혀 있다. 르노그룹 소속 전세계 19개 공장 중 부산공장의 공장제조원가 점수는 17위로 겨우 꼴찌를 면했다.


이들 중견 완성차 3사보다 지불 능력이 높은 현대차‧기아 역시 향후 전기차 전환이나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보틱스 등 신사업으로의 방향 전환에 있어 양사 도합 6만여명에 달하는 고임금 생산직 근로자들이 최대 걸림돌이다.


업계에서는 매년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사측과 줄다리기를 벌이는 완성차 업계 노동조합의 행태가 자승자박의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현실적으로 수익을 내는 게 불가능한 임금‧인력 구조에서 어떻게 생존할 것인지 회사와 머리를 맞대야 할 상황에 오히려 생존 가능성을 더 낮추는 행위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쌍용차가 독자 생존이 불가능한 처지에 놓인 것은, 벌어들이는 돈은 적은 데도 높은 인건비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한국GM이나 르노삼성도 언젠가는 쌍용차와 같은 꼴이 날 수도 있다. 지금 돈을 더 달라고 떼를 쓸 상황이 아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