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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희망복지자금 지급 첫날…“받아도, 못 받아도 씁쓸”


입력 2021.08.17 15:22 수정 2021.08.17 15:44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중기부, 오늘부터 3조원 규모 ‘1차 신속지급’

17-18일 홀짝제 신청, 간이과세자도 포함

자영업자, 도움은 되지만 임대료 내면 ‘끝’

지급대상 아닌 사어자도…“실질적 대응책 절실”

17일 5차 재난 지원금인 소상공인 '희망복지자금' 지급이 시작된 가운데,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상가에 임대 안내문이 걸려 있다.ⓒ임유정 기자

“도움은 되지만, 임대료 내면 끝이죠 뭐.”


17일 기자와 만난 강서구 화곡 본동시장 먹자골목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40대)씨는, 이번 희망복지자금(5차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실질적 도움이 될 것 같냐’는 기자의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지원금 받으면 당장 급한 불이야 끄겠지만 고정지출 중에서도 아주 일부에 불과하다”며 “이번에 받는 지원금으론 택도 없다. 거리두기 완화라든지 좀 더 근본적인 대응책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다시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자영업자들은 말 그대로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달 12일 정부가 수도권 거리두기를 4단계로 격상한 지 한달이 넘어가면서 자영업자들은 그야말로 벼랑끝 위기에 처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이날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게 ‘희망회복자금’(5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시작했다. 지난해 8월 16일부터 올 7월 6일 사이 집합금지 또는 영업제한 조치를 받았거나 경영위기업종에 해당하는 소상공인·소기업이 대상이다.


2차 신속지급 대상자 신청은 오는 30일부터 받는다. 버팀목자금 플러스(4차 재난지원금) 지원 대상이 아니었으나 매출 감소 기준 확대로 희망회복자금 지원 대상에 추가되거나 올해 3월 이후 개업한 경우, 지원 대상인 다수 사업체를 1인이 운영하는 경우 등이 해당한다.


처음 나흘간(17~20일)은 신청 시간대에 따라 하루 4차례로 나눠 지원금이 당일 낮부터 지급된다. 지원금은 영업 제한·금지 기간과 매출 감소율에 따라, 최소 40만원에서 많게는 2000만원까지 차등 지급을 원칙으로 한다.


시민들로 붐벼야 할 점심시간, 서울 강서구 화곡본동 앞 먹자골목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임유정 기자

이날 만난 대부분의 상인들은 정부 추경이 ‘가뭄의 단비’라고 말하면서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작년부터 시작된 거리두기와 영업시간 단축으로 피해가 눈덩이 처럼 불어났는데, 재난지원금으로는 급한 불 끄기도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선심을쓰고도 ‘언 발에 오줌누기’와 같다는 비판이 뒤따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 약 10개월 가량 영업제한을 받은 A노래방 점주 최모(40대)씨는 “1년 임대료만 수천만원이 나갔는데 고작 400만원이 나온다고 한다”며 “코로나로 빚만 1억이 넘게 쌓였는데 이달 임대료 털고 나면 또 끝이다. ‘뺨 때리고 달래주는 격’과 다름없다”고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곧바로 그는 “매출액 외에 순손실 규모 등 세부적으로 더 따져 지원해야 한다. 재정 한계로 모든 사람을 구제해줄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형평성에 어긋나는 정책은 어려운 자영업자들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 뿐이다”고 지적했다.


재난지원금 규모가 제한적이고 사금융을 통한 채무가 많아 이미 무너진 자영업자를 구제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때문에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한 푼이라도 돈을 더 받을 수 있을 때 문을 닫겠다’는 슬픈 눈치작전 까지 벌어지고 있었다.


시장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김모(50대)씨는 “폐업을 하고 싶어도 대출금 상환과 직원 인건비, 퇴직금, 세금이 없어 이 마저도 힘든 상황이다”며 “정부에서 재난지원금을 통해 수혈을 하고 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 많다”고 꼬집었다.


이어 “폐업하면 사실상 투자금인 권리금이라도 챙겨 대출금 상환이라도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워 여러가지로 문제다”며 “폐업 이후 재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심적 부담도 큰 상황이기 때문에 한 푼이라도 남겨서 처분하고자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PC방을 운영하는 임모(40대)씨도 “직격타를 입은 업종으로서 받아들이기 힘든 지원금액을 받는다”며 “이제 더이상 회복이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으니 폐업하기 전 위로금을 주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돈 찔끔 쥐어주고 달래려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상인들 중에는 아직 5차 재난지원금에 대해 인지하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모(50대)씨는 “지인들이나 손님들이 알려줘서 알고는 있었는데 신청일이 오늘인줄은 몰랐다”며 “어디다 신청하면 되는 거냐”고 기자를 향해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12년 동안 장사하면서 이렇게 어려운 적은 처음이다. 올 여름 휴가 처음으로 10일 동안 휴식기를 가졌다. 지원금 받으면 가게 운영에 도움은 될 것 같다”면서도 “경기 자체가 너무 죽었다. 학생들, 젊은 사람들이 돌아다니면서 소비를 해야 우리도 살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시민들로 붐벼야 할 점심시간, 서울 강서구 화곡본동 앞 먹자골목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임유정 기자

지원금 대상에서 빠진 자영업자들의 불만도 컸다.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소상공인들은 정부가 불합리한 기준을 적용해 지원금을 주지 않으려 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일반 음식점을 운영하는 최모(30대)씨는 “1~4차 지원금 모두 지급 받았는데 5차는 지급대상이 아니라고 한다”며 “1시간이나 기다려 상담원 전화 연결이 겨우 됐는데 명확한 답을 못 들었다. 이의 신청을 하면 받겠지만 받기 전까지 또 한 번 피가 마를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 옆에 있던 식당 폐업을 한 김모(30대)씨도 “신촌에서 2017년부터 올해 6월까지 장사했는데 잘 버티다가 코로나로 인해 지난 6월 권리금 하나도 못 받고 폐업을 하게 됐다”며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매출이 3배 이상 줄어 ‘울며 겨자먹기’로 정리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업자 폐지하면서 장려금 50만원 받았다. 7월 폐업한 사람은 지원금 주고 6월은 안된다고 한다. 장난하나 싶다”며 “폐업한 사람이야 말로 버티다 못해 접은 건데 정작 이런 사람들에겐 모르쇠로 일관한다. 정부에서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줘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소상공인연합회서는 다소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협회 관계자는 “아직 5차 재난지원금 지급 첫날이라 오는 30일 2차 지급 이후에나 문제점 등에 대해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며 “4차 재난지원금 대비 매출 구간을 세분화해 사각지대를 해소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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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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