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10조...세 번째 상장 도전
현대중공업도 코스피 입성 눈앞
정기선 부사장 승계·신사업 탄력
현대중공업그룹이 핵심 계열사인 현대중공업에 이어 현대오일뱅크 기업공개(IPO)를 본격화 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IPO를 통해 지배구조 개편 작업과 신사업 투자를 위한 실탄을 대거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NH투자증권과 KB증권, 크레디트스위스(CS)를 대표 주관사로 선정했다. 미래에셋증권과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공동 주관사로 참여한다.
현대오일뱅크의 IPO 도전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2012년과 2017년에도 주관사를 선정해 상장을 추진했지만 2012년에는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업황 악화, 2017년에는 지분 매각으로 상장 작업이 중단됐다.
시장에선 이번엔 상장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에 지분 17%를 매각해 1조3749억원을 확보하면서 재무구조 개선에 성공했다. 최근 호실적을 낸 만큼 기업가치 산정도 유리해졌다. 올해 2분기 누적 매출액은 9조48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배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784억원으로 흑자 전환을 달성했다.
현대오일뱅크는 내년 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되는 기업가치는 8조~10조원대다. 아람코로부터 투자를 유치할 때 인정받았던 기업가치(8조1000억원)를 감안한 수준이다.
하반기 대어로 꼽히는 현대중공업도 지난 10일 코스피시장에 상장하기 위한 증권신고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다음달 상장을 목표로 내달 2~3일 기관 수요예측, 7~8일 일반 공모청약을 실시할 계획이다. 1주당 희망 공모 가격은 5만2000~6만원이다. 공모 자금은 최대 1조8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공모 직후 예상 시가총액은 최대 5조3263억원 수준으로 당초 시장 예상치보다 낮게 형성됐다. 최근 공모주 고평가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성공적인 IPO에 대한 그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중공업이 IPO를 차질 없이 완수해야 기타 계열사 상장과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현재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글로벌서비스 등 자회사들의 상장이 언급되고 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정 이사장과 정 부사장은 현대중공업지주의 지분을 각각 26.6%, 5.26% 보유하고 있다. 나중에 정 부사장이 상속·증여를 받으려면 막대한 세금을 내야 한다.
현대중공업지주는 한국조선해양을 지배하고 그 아래 현대중공업을 거느리고 있는 형태다. 또 현대중공업지주는 현대오일뱅크의 지분 74.13%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두 회사 가치가 높아지는 만큼 정 부사장의 지분 가치도 커져 자금 마련에 도움을 받게 된다. 또 계열사 상장에 성공하면 정 부사장은 승계 정당성을 확보하고 수소 신사업 추진에도 더 속력을 낼 수 있다.
김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지주는 손자회사 현대중공업이 IPO를 진행하면 조선중간지주인 한국조선해양의 투자여력이 증대되고, 내년 자회사 현대오일뱅크 IPO가 진행되면 보유 지분가치 재평가는 확실하다”면서 “IPO가 다가올수록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