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금리 한달 새 0.14%p 상승
환율·물가↑…실물경제 타격 가시화
"재정 의존도 낮추고 대비 서둘러야"
금리와 환율, 물가가 일제히 급등하는 퍼펙트 스톰이 현실화되면서 국내 경제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17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뇌관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금융시장 불안도 함께 증폭되고 있다. 일각에선 퍼펙트 스톰과 함께 저성장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재정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2.48~4.24%로 집계됐다. 지난달 16일의 연 2.34~4.13%보다 0.11~0.14%p 오른 수치다. 기준 금리가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시장금리가 요동치자 각 은행이 선제적으로 금리폭을 상승시킨 것이다.
환율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전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179.7원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9월 이후 최고가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9~17일 동안 6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상승폭을 34.2원까지 높이기도 했다. 이후 기획재정부가 구두개입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내림세로 전환했지만, 추가 상승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서 국내 물가 역시 인상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1일 CJ가 스팸 클래식 등 육가공제품 20여종 제품 가격을 9.5% 상승시킨 것을 시작으로 매일유업(5.0%), 오뚜기(8.7~11.9%), 농심(6.8~7.3%) 등 주요 가공식품회사들이 제품 가격을 줄줄이 올리고 있다. 금리, 환율, 원자재로 시작된 위기가 실물경제로까지 전이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복합적인 경제위기 징후가 나타나자 일각에선 '퍼펙트 스톰'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퍼펙트 스톰은 자산시장이 거품이 과열돼 일제히 붕괴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정은보 신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6일 취임사에서 "한계기업·자영업자 부실 확대 가능성, 거품 우려가 제기되는 자산의 가격 조정 등 다양한 리스크가 일시에 몰려오는 '퍼펙트 스톰'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금리, 환율, 물가 등이 일제히 급등하는 점이 자산시장의 붕괴 징후로 꼽힌다. 모든 자산시장이 붕괴되면 부채를 짊어지고 있는 한계기업이나 가계는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문제는 퍼펙트 스톰이 국내 시장에 대거 풀린 유동성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대규모 재정을 동원해 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시중에 막대한 자금이 풀리면서 경제 위기를 촉발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도 정부의 지속된 재정확대 정책으로 인한 퍼펙트 스톰 현실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17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의 금리 부담이 가중화되면서 금융불안이 가속화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재정확대와 최저금리 정책이 시행되면서 2030세대를 중심으로 한 '영끌, 빚투' 탓에 가계부채가 1년 새 165조원이나 급증해 1700조원을 넘어섰다. 이 중 440조원은 2030세대의 빚이다.
이승훈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확대한 재정지출과 금리인하, 자산매입 등의 정책을 되돌리는 과정에서 금융시장과 경제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잠재돼 있다"며 "재정정책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낮추고 급격한 통화정책 되돌림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