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처폰 떠오르게 하는 갤럭시Z플립3, 새로운 ‘유행’ 만들다
‘구매심리’ 자극해 억눌린 수요 폭발…제품력·마케팅 뒷받침
삼성전자가 정체된 스마트폰 시장에서 폴더블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27일 3세대 폴더블폰 ‘갤럭시Z폴드3’와 ‘갤럭Z플립3’를 전 세계 40여개국에 출시했다. 자국 내 흥행 성공이라는 든든한 성과를 등에 업었다.
처음 폴더블폰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저렇게 무겁고 투박한 걸 누가 쓰냐’ ‘접었다 펴는 게 더 귀찮을 것 같다’는 반응이 나왔던 게 사실이다. 폴더블폰 대중화에 대한 업계의 시선은 반신반의였다.
‘대박’은 늘 그렇듯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진다. 폴더블폰 흥행의 의미는 단순 기술 혁신이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문화’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요즘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갤럭시Z플립3 외부 화면 움짤 공유’와 같은 글들이 넘쳐난다. 움짤은 짧게 움직이는 영상을 말한다. 갤럭시Z플립3 외부 액정에 넣을 수 있도록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영화의 한 장면 등을 움짤로 만들어 돌리는 새로운 ‘유행’이 생겨났다.
되살아난 ‘폰꾸’(폰 꾸미기) 문화는 피처폰 시절을 떠오르게 한다. 삼성전자는 영리한 마케팅 전략으로 여러 브랜드와 협업해 갤럭시Z플립3 전용 케이스를 선보이고 있다. 그동안 애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갬성’(감성이 변형된 말)이 삼성 제품에서 느껴진다는 반응이 나온다.
갤Z플립3 외부 액정 ‘움짤’ 만들어 공유…‘소장 욕구’ 충족
젊은층은 물론 중장년층 소장 욕구까지 제대로 자극했는지 너도나도 지갑을 열기 바쁘다. 배송 지연과 품절 사태를 겪고 있다.
소비자들은 갤럭시Z플립3을 대놓고 ‘예뻐서 산다’ 말한다. 그러다 보니 기존 제품 고장 유무나 교체 주기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멀쩡한 제품 버리고 ‘환승’을 해도 양심의 가책이 덜 든다는 표현이다.
그동안 억눌렸던 펜트업 수요가 폭발하며 판매량이 증가한 영향도 있다. 폴더블폰 대중화에 사활을 건 삼성전자의 거대 프로모션과 제품력도 흥행에 중요한 작용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대용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폴더블폰에 대한 잠재적인 니즈(수요)가 충족되지 못하고 있다가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면서 충족됐고, 소비자들이 다른 기기로 갈아타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라며 “예상 밖으로 수요가 증가하는 경우에는 주로 이러한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폴더블폰에 대한 수요가 쌓여 있다고 하더라도 광고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면 어려웠을 것”이라며 “기술력과 제품력이 뛰어났고 이와 함께 진행한 거대 프로모션이 뒷받침하며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폴더블폰 새로운 ‘주류’ 폼팩터 부상…삼성 시장 주도권
소비자들은 요즘 어지간하면 스마트폰 잘 안 바꾼다. 제조사들이 제품을 너무 잘 만들기 때문이다. 피처폰 시절에는 제품마다 참신한 이름이 붙은 개성 있는 제품이 대세였다. 그래서 싫증 나면 1년마다 제품을 갈아 치우면 됐다.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서 1년 후면 구형 제품이 돼버리는 탓도 있었다.
스마트폰 시대로 접어들면서부터는 기술이 대체로 상향평준화했다. 잘 만들어진 제품들은 2~3년 써도 튼튼했다. 굳이 매년 휴대폰을 바꿀 이유가 사라졌고 교체 주기가 길어졌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교체 주기는 3년 7개월로 전년 대비 3개월 늘었다. 길게 쓰면 4년까지도 거뜬하단 얘기다.
그 결과로 스마트폰 시장은 정체됐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13억3250만대로 2018년 15억520만대에 비해 크게 줄었다.
하지만 제조사들은 제품을 팔아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기술적인 ‘스펙’(성능) 강화에 매달렸다.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카메라 화소, 주사율, 100와트(W)급 고속충전 등 플래그십 제품 성능은 한계를 모르고 치솟았다.
문제는 이런 기능들이 대다수에게 별로 매력적이지 않은 ‘오버스펙’이라는 점이다. 평소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고 사진을 찍거나 문자나 전화 용도로 쓰는 사람이 더 많다. 비싸기만 하고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으면서 ‘옆그레이드’된 제품에 지갑을 열 소비자는 얼리어답터 빼고 별로 없다.
삼성전자는 지루한 바(bar·막대) 형태 스마트폰 오버스펙 경쟁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후발 주자들이 초조해질 만하다. 애플, 중국 제조업체 등 경쟁사들의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