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엄벌주의'로 대선 판 주도하나
홍준표, 영아 살해범 "사형시켜야"
유승민 "소년법 폐지하겠다" 공약
최재형 "형사미성년 10세로 개정"
생후 20개월 영아인 자신의 딸을 잔인하게 살해하거나 중학생이 성폭행을 가하고 영상 촬영까지 하는 등 반인륜 범죄가 잇따르는 가운데,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이 일제히 엄단(嚴斷)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범죄자의 인권을 중시하는 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온정주의로 민생치안이 무너졌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어, 보수정당 대권주자들이 엄벌주의(嚴罰主義)를 배경으로 아젠다를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홍준표 전 대표는 31일 SNS에 20개월 영아 살해범과 관련한 기사를 링크하며 "이런 자는 사형시켜야 되지 않겠느냐. 내가 대통령이 되면 반드시 이런 자는 사형시킬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 사건의 피의자 양모 씨는 자신의 딸인 20개월 영아를 잔혹한 방식으로 살해한 것도 모자라, 딸과 손녀의 안부를 묻는 장모에게까지 패륜적 발언을 일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 전 대표는 이같은 반인륜·패륜 사범을 대상으로는 1997년 이후 정지된 사형 집행을 재개해야 한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전 대표는 앞서 사형 집행 재개를 공약으로도 제시한 바 있다. 홍 전 대표는 지난달 21일 "사형 집행을 지지하면 극우로 내몰리고 사형 집행을 반대하면 인권주의자로 칭송받는 잘못된 풍조가 한국사회에 만연해 있다"며 "그러면 매해 사형 집행을 하는 일본과 미국은 미개국이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형사소송법상 법무부 장관은 사형 확정 판결 후 6개월 내에 사형 집행을 하도록 규정돼 있는데도 우리나라에서는 24년 동안 법무부 장관의 사형집행 의무에 대한 직무유기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며 "흉악범의 생명권만 중하고 억울하게 흉악 범죄의 희생양이 된 피해자 가족이 겪어야 하는 평생 고통은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흉악범에 한해서는 반드시 사형이 집행돼야 한다"며 "사회 방위 차원에서라도 사회 안전망 구축 차원에서라도 흉악범 사형 집행은 재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의 또다른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형법에 규정된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12세로 낮추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8세 이상부터는 새로 제정할 보호소년법에 따라 보호처분을 하겠다고 밝혔다.
유승민 전 의원은 "촉법소년에 우는 피해자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소년법을 폐지하고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12세로 인하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면서 유 전 의원은 중학생 소녀 성폭행·영상촬영 피해 사례를 언급했다. 이 사건은 중학생 소녀가 또래 남학생으로부터 아파트 옥상통로 계단에서 성폭행을 당한 뒤, 속옷까지 벗겨져 촬영을 당하고 유포하겠다는 협박에 직면한 사례다. 가해자는 형사미성년자인 촉법소년이라 엄벌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피해자의 모친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외에도 유 전 의원은 △훔친 렌터카로 행인을 치어 숨졌으나, 운전자인 중학생들은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피한 사례 △아파트 옥상에서 벽돌을 던져 무고한 가정주부를 숨지게 했으나, 가해자들은 나이가 어려 형사처벌을 면한 사례 등을 열거했다.
그러면서 "범죄 피해의 고통은 가해자의 나이가 어리다고 가벼워지지 않는다. 촉법소년의 성폭행이나 성인의 성폭행 모두 똑같은 흉악범죄"라며 "피해자에게 죽음과 같은 고통을 평생 남기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촉법소년 가해자가 처벌에서 벗어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1953년 전쟁 통에 정해진 형사미성년자 연령 '14세 미만'은 7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요지부동"이라며 "청소년들의 범죄가 저연령화·흉폭화됐는데 70여 년 전에 만든 낡은 규정으로는 더 이상 이러한 불공정과 범죄를 막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형법 제9조를 개정해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만 14세 미만에서 만 12세 미만으로 현실화 △그에 따라 소년법을 폐지하고 보호소년법을 제정해 소년보호사건의 대상 연령을 만 8세 이상에서 12세 미만으로 재조정을 공약하며 "우리 청소년들에게 공동체와 미래에 대한 책임감을 가르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유승민 전 의원이 언급한 사례인 중학생 소녀 성폭행·영상촬영 피해 사례를 거론했다. 최 전 원장은 형사미성년자 만 12세 재조정을 공약한 유 전 의원보다 한 발 더 나아가, 학교폭력과 성폭력 기타 중범죄는 만 10세 이상부터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최재형 전 원장은 "(소년범죄가) 성인범죄와 비교하더라도 죄질이 가볍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시대상황과 소년범죄의 변화 양상에 맞춰 소년법상 보호대상 연령 및 촉법소년의 연령을 전체적으로 하향 조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날로 증가하고 흉포화되는 소년범죄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제도의 마련도 필요하다"며 "학교폭력·성폭력·기타 중범죄의 경우, 만 14세 미만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도록 한 형법 제9조 규정의 예외를 둬서 만 10세 이상은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형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