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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고발사주' 제보자, 공익신고자?…법조계 "대검 판단 섣불렀다"


입력 2021.09.10 05:03 수정 2021.09.09 19:14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대검 "공익신고자" VS 권익위 "판단 안했다"

권익위 "공익신고자 최종결정 권한, 대검에 없다…권익위 결정하면 수사기관 따를 의무만 있어"

법조계 "엿새 만에 결정? 정치적 선입견 드러낸 것…공익신고자 지정 절차와 권한, 법에 명시해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대검찰청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 고발 사주 의혹' 사건 제보자 A씨를 공익신고자 신분으로 전환했다고 발표한 가운데, 국민권익위원회는 "공익신고자로 판정한 바 없다"며 반박 취지의 입장을 견지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법조계는 대검이 소관부처인 권익위와 충분한 소통 없이 공익신고자로 규정하면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며, 대검의 판단이 섣불렀다고 지적했다.


A씨는 윤 전 총장이 현직일 때 대검 중간 간부를 통해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범여권 인사들의 고발을 사주했다는 내용을 제보한 사람이다. 대검은 지난 8일 A씨와 관련해 "제보자로부터 공익신고를 받아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했다"며 "향후 진행되는 절차 등에서 공익신고자로 보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검의 이같은 발표에 권익위는 "현재까지 A씨가 권익위에 신고자 보호 신청을 한 바 없어 부패 혹은 공익신고자 등에 해당하는지 판단한 바 없다"고 즉각 반박했다. 아울러 "공익신고자 해당 여부와 보호조치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 권한은 (대검에) 없다"고 강조했다.


법조계는 권익위와 대검이 서로 '공익신고자'를 다르게 해석하면서 이번 논란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대검은 공익신고 요건이 충족된 제보자를 일반적인 의미에서 '공익신고자'로 지칭한 반면, 권익위는 '공익신고자'를 보호조치를 신청해 권익위 판단을 받은 경우로 한정했다는 것이다.


공익신고는 권익위, 수사기관, 국회의원 등 법에 규정된 신고기관에 할 수 있다. 다만 공익신고자보호법에 규정된 '공익신고자'가 되기 위해서는 권익위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들어온 신고 내용을 공익신고 요건에 맞는지 권익위가 검토하고 심사해 공익신고자로 인정한 뒤에 보호조치를 내릴 수 있다.


따라서 대검이 말하는 '공익신고자 보호조치'는 권익위 '보호조치'와 내용과 권한이 다르다. 권익위는 공익신고자로 인정된 사람에게 ▲신고자의 인적사항 등 비밀보장 ▲징계·해고 등 불이익 보호조치 ▲생명·신체 등 신변보호 ▲신고 관련 범죄행위 발견시 책임감면 등 구체적인 보호조치를 할 수 있다. 반면 대검은 신고자에 대한 비밀보장 의무 등 누구나 지켜야 하는 보호조치 정도만 이행한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일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총장 재직당시 검찰이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장을 야당에 전달했다는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권익위 관계자는 "보호조치를 내리라고 결정하는 권한을 가진 곳은 권익위 뿐이고, 수사기관은 이 결정을 지켜야할 의무만 있다"며 "제보자 A씨 역시 법에 규정된 공익신고자로서 구체적인 보호, 피해 구제 조치를 받고 싶다면 따로 권익위에 보호조치 신청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선 권한이 없는 대검이 권익위와 충분한 소통 없이 섣불리 공익신고자로 인정했다고 꼬집었다. 권익위가 공익신고자 신청을 접수하면 통상 심사하고 결정을 내리기 까지 수 개월이 걸리지만 대검은 신고 접수 엿새 만에 제보자를 공익신고자로 분류했다.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인 김한규 변호사는 "공익신고가 들어오면 수사기관도 최종 결정 권한이 있는 주체인 권익위에 이첩하는 게 법 체계에 맞다"며 "이런 중요한 사안을 두고 엿새 만에 결정한 것은 섣부른 판단이었고, 당초 이 사안에 대해 가지고 있던 정치적 선입견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현행 공익신고자보호법이 공익신고자의 지정 절차를 규정하지 않아 논란이 벌어진 만큼 입법 공백을 채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법조 관계자는 "공익신고를 받는 모든 기관들이 공익신고자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면 기관마다 공익신고자 기준의 일관성이 사라져 신고자마다 자신에게 유리한 기관에 신고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공익신고자 지정 절차와 최종 결정 권한을 법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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