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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1년③] 수소 원톱에서 수소 동맹 리더로…로봇 등 미래사업도 박차


입력 2021.10.08 06:00 수정 2021.10.07 19:02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SK‧포스코 등과 수소사업 협의체 결성…수소생태계 구축 지원군 얻어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등 로보틱스 사업 적극 투자…미래 먹거리 확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그룹의 정식 수장으로 대관식을 치른 지 오는 14일로 1주년이 된다. 수석부회장의 지위로 그룹을 실질적으로 총괄하던 2년간 조직문화를 바꾸고 변화의 기틀을 마련했다면, 회장 취임 이후부터는 본격적으로 체질개선과 미래 먹거리 확보에 나서고 있다. 정 회장은 양적 성장보다는 수익성 위주의 포트폴리오 구성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위기를 극복하는 한편, 전기차 전환 가속화, 수소동맹 결성, 로보틱스 진출 등 지속성장가능성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하지만 지배구조 개선, 임금체계 개선 등 정 회장이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도 산적해 있다.<편집자 주>


9월 8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2021수소모빌리티+쇼' 개막에 앞서 열린 'H2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한 주요기업 총수들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지난 9월 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 재계 거물들이 연이어 모습을 드러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필두로,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조현상 효성 부회장,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부사장 등 각 그룹을 대표하는 총수, 혹은 차기 총수로 유력한 인물들이 집결한 목적은 수소사업 관련 기업 협의체인 ‘H2 비즈니스 서밋’ 창립총회 참석이었다.


1년여 전인 2020년 7월 1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수소경제위원회에 기업 총수로는 정의선 회장 홀로 참석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이 장면은 그동안 현대차그룹 홀로 고군분투하던 수소경제, 수소사회 구현 노력이 국내 주요 기업들이 참여하는 ‘수소동맹’ 차원으로 확대됐음을 상징한다.


현대차그룹은 세계 최초 수소전기차 양산, 세계 최대 수소연료전지 생산설비 구축을 통해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수소산업을 선도해 왔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수소경제 구축’을 중요 경제정책 중 하나로 앞세우며 현대차그룹의 역할은 더욱 막중해졌다.


하지만 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 등까지 포함한 수소 생태계를 구축하고 보편화시키기 위해서는 다른 기업들과의 협력이 필수적이었다. 일부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수소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상황이었지만 이를 하나로 묶고 체계화시킬 협의체가 필요했다.


이를 절감한 정의선 회장은 즉각 ‘동맹’ 모으기에 나섰다. 지난 2월 포항 포스코를 찾아 최정우 포스코 회장과 수소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수소전기차 공급, 수소환원제철 등 수소 관련 기술 개발 협력에 나섰다.


3월에는 현대차그룹 경영진을 이끌고 SK인천석유화학을 찾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수소전기차 공급, 수소 충전 인프라 구축, 한국 수소위원회 설립 추진 등 수소 관련 사업 분야 협력을 논의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왼쪽부터)이 6월 10일 현대자동차·기아 기술연구소에서 수소기업협의체 설립에 대해 논의한 뒤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과 최태원 회장, 최정우 회장의 만남은 H2 비즈니스 서밋의 모태가 됐다. 이들 3사 총수는 수소경제를 활성화하고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기업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데 뜻을 함께하고, 이에 최고경영자협의체를 설립키로 했다.


이후 효성까지 참여 의사를 밝혀 4개그룹 회장이 지난 6월 현대차‧기아기술연구소에서 만나 수소기업협의체 출범을 공식화하는 데 합의했다.


H2 비즈니스 서밋은 ▲회원사간 수소사업 협력 추진 ▲수소관련 투자 촉진을 위한 글로벌 투자자 초청 인베스터데이 개최 ▲해외 수소기술 및 파트너 공동발굴 ▲수소 관련 정책제안 및 글로벌 수소 아젠다 주도 등을 통해 수소경제 확산 및 수소산업 경쟁력 강화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현재까지 현대자동차그룹, SK그룹, 포스코그룹, 롯데그룹, 한화그룹, GS그룹, 현대중공업그룹, 두산그룹, 효성그룹, 코오롱그룹, 이수그룹, 일진, E1, 고려아연, 삼성물산이 정회원으로 가입해 협의체는 총 15개 회원사로 구성됐으며 향후 지속적으로 그 외연이 확장될 전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그동안 수소경제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수소전기차를 통한 수소에너지의 대중적 활용 뿐 아니라 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 등 전반적인 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다른 기업들과의 협력이 필수”라며 “수소동맹 결성을 주도한 정의선 회장의 판단이 수소사회를 앞당기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9월 13일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국회 모빌리티 포럼 3차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에게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을 시연하고 있다. (왼쪽부터) 현대자동차그룹 공영운 사장,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 국민의힘 권성동,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정만기 회장. ⓒ현대차그룹

수소사업과 함께 현대차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것으로 주목되는 또 하나의 축은 바로 로보틱스다.


정의선 회장은 취임 후 두 달 만인 지난해 12월 미국 로봇 전문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 인수를 결정하며 본격적인 로보틱스 사업 육성을 선언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에는 현대차(30%), 현대모비스(20%), 현대글로비스(10%) 등 계열사 뿐 아니라 정 회장도 사재로 20%의 지분 인수에 참여해 로보틱스 산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 2019년 10월 타운홀 미팅에서 “현대차그룹 미래 사업의 50%는 자동차, 30%는 UAM, 20%는 로보틱스가 맡게 될 것”이라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와는 별개로 로보틱스 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 및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인간을 위한 기술개발을 목표로, 웨어러블 로봇으로 대표되는 관절로봇기술, HRI(Human-Robot Interaction) 솔루션의 집합체인 AI서비스로봇기술, 인류의 이동성에 혁신을 가져올 로보틱모빌리티를 중심으로 핵심 기반 기술을 내재화하고, 새로운 미래 로보틱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에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의 인공지능 기반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AI 프로세싱 서비스 유닛’을 접목시킨 ‘공장 안전 서비스 로봇(Factory Safety Service Robot)’을 개발해 기아 완성차 공장(오토랜드 광명)에 투입하는 등 로보틱스 기술 상용화를 위한 협업에도 나서고 있다.


정 회장은 산업 현장으로의 로봇 투입에 따른 일자리 감소와 안전문제 등 각종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로보틱스 사업의 궁극적 목표가 ‘인류를 위한 진보(Progress for humanity)’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13일 열린 ‘국회 모빌리티포럼’ 3차 세미나에서 “현대차그룹이 모빌리티와 로보틱스 등의 기술에 대한 투자를 하고 연구개발(R&D)에 박차를 가하는 목적은 결국 우리들과 우리 후손을 포함, 모든 인류의 편안함을 위한 것”이라며 “로보틱스는 기술 자체가 목적이 아닌 오로지 인간을 위한 수단으로, 앞으로 안전성 등에 중점을 두고 기술을 차근차근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의선 1년④]에서 이어집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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