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 마이 카'·'우연과 상상'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
한국과 일본의 대표 영화감독 봉준호와 하마구치 류스케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났다.
7일 부산 해운대 영화의 전당 중극장에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과 봉준호 감독이 스페셜 토크를 통해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와 '우연과 상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의 대화는 네이버 나우와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유튜브 채널 등 온라인을 통해 생중계 됐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우연과 상상', '드라이브 마이 카' 2편의 영화를 갈라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선보였다. 영화 '우연과 상상'으로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으며, '드라이브 마이카'로는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했었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죽은 아내에 대한 상처를 가진 가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 분)와 전속 드라이버 미사키(미우라 토코 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가후쿠와 미사키가 차를 타고 이동하며 나누는 진지한 대화 속에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의도가 묻어난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자동차 대화를 중요하게 활용한 것에 대해 "나는 대화를 쓰는 것만 잘하는 타입의 감독이다. 시나리오 작업을 할 때도 대사를 쓰는 작업부터 시작한다. 그게 바로 약점이라고 생각을 한다"며 "대사를 쓸 때 그렇다면, 움직임이 없으면 재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차에 탄 상태에서 대화를 하는 것이 조금 더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차 안에서만 할 수 있는 대화들이 있다고 여기게 됐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자동차 씬에 대해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작품이 떠오른다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독특하고 몽환적인 자동차 장면을 자기 시그니처처럼 찍는 분이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지 않나. 자동차가 붕 떠 있는 것 같은 장면들도 나오는데 그런 식의 연출도 생각해본 적이 있냐"고 물었다.
이에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구로사와 감독님의 자동차 씬은 스크린에 자동차를 투영시켜서 찍는 것인데, 실제로 차는 멈춰 있다. 내가 차를 주행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건, 구라사와 감독님의 흉내를 내지 않고, 무언가 달라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오디션 과정에서도 대화를 통해 출연 여부를 결정하곤 한다고 말했다. 영화 내에서는 물론, 외에서도 대화의 느낌을 중요시하는 것. 이에 대해 "연기를 보는 오디션은 거의 하지 않는다. 한 시간 정도 수다를 떨곤 한다. 이 가운데, 진심이 느껴지는 분이 좋다. 이야기를 하면서 매력이 느껴지는 분과 일을 하고 싶어 이런 방식을 취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 사람이 자기 속마음을 보이고 있구나, 속내를 드러내고 있구나를 느낄 수 있는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봉 감독 또한 이에 공감하며 "나도 오디션 과정에서 항상 제일 싫어하는 게 시나리오의 어느 한 페이지를 복사해 배우에게 주고, 갑자기 해보라고 하는 상황은 나부터도 불편하고 민망하다. 사무실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해본다. 연기의 능력이나 표현력은 다른 독립영화, 단편영화, 연극 공연을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영화에서는 담백한 대화 속 디테일한 연기로 감정의 파고를 표현하는 배우들의 연기도 완성도를 높이는 데 한몫한다. 봉 감독은 '드라이브 마이 카'에 등장한 미사키의 디테일한 담배 연기에 감탄하며 연기 연출에 대한 궁금증을 드러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디테일하게 요구를 하는 편은 아니라고 전하며 "대본 리딩은 반복해서 많이 한다. 대사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취지다. 이 외에는 자유롭게 하도록 두는 편"이라고 말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도 봉 감독의 배우 캐스팅 기준에 대해 궁금증을 표했다. 봉 감독은 "최대한 연기를 잘하는 분들을 모셔오려고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연기를 잘한다는 데에는 수십, 수백 가지의 정의가 있을 것 같다. 나 자신도 모순이 있다. 배우가 내가 상상한 뉘앙스를 정확히 연기해주길 바라는 마음과 내가 예상하지 못한 것을 보여주길 바라는 마음이 공존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총체적으로 돌이켜보면 배우 분들께 죄송한 마음이다. 어떻게 하면 배우를 최대한 편하게 해 드릴 수 있을까 생각하지만, 디렉팅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어려운 요구를 할 때도 있다. 내가 원하는 방향이 분명하게 있다 보니 내가 원하는 울타리를 쳐두고, 그 울타리가 잘 보이지 않게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