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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은 원희룡과 오세훈이 잡는다


입력 2021.10.13 07:08 수정 2021.10.12 08:27        데스크 (desk@dailian.co.kr)

복잡한 수학 산수로 풀어주는 ‘해봐서 아는’ 선수들

이재명 국힘 프레임 무력화, 국민 이해와 공분 견인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이 지난 8월 9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을 방문한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와 면담을 마친 뒤 배웅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대장동 게이트가 처음 터졌을 때 일반 국민들에겐 뭔가 사건이 엄청 크고 몇 놈이 왕창 해먹은 것 같은 감은 들었지만, 그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


해먹었다는 회사들 이름부터가 괴상망측한 것이어서 이해를 더 어렵게 했다. 화천대유, 천화동인……. 사이비 종교 교파 같은 네 글자 회사명은 오대양을 연상하게도 하는 작명이다. 게다가 해먹은 사람들 경력도 도대체 도시 개발과는 거리가 멀다. 경제지 법조 출입 기자, 음대 성악과 출신에 판검사, 변호사들이라니.


여기에 천문학적 숫자들과 관계 회사의 1호 2호 하는, 전에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대다수일 호(號) 자가 붙는 투자자들 호칭 또한 비밀 조직 비슷한 인상을 주었다. 부인, 누나 같은 가족들이 모두 참여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미지를 더했다.


거론되는 인물들이 특정 정파 일색이 아닌 것도 색깔 구별을 쉽지 않게 했다. 곽상도, 원유철은 왜 거기서 나오는가? 권순일, 박영수 같은 이재명 쪽 법조인들만 등장한다면 알아듣기 좋겠는데, 국민의힘 전·현 의원들이 연루되니 사람들이 무슨 영문인지 몰라 하게 된 것이다.


이 복잡한 수학을 산수로 풀어주는 ‘고액 과외 강사’들이 출현했다. 그 중에 국민의힘 대선 예비 후보 원희룡과 서울시장 오세훈이 단연 군계일학이라고 필자는 꼽는다. 이들은 전 현직 광역 지자체장에 검사를 지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해봐서 아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경기도 지사 이재명의 속 안에 들어가 있다. 해답을 보고 답안지를 작성하는 수험생들인 것이다. 원희룡은 “대장동 사건이 보도되는 순간 전모가 그려졌다”고 말했다. 오세훈은 “다른 지자체에게 배우라 하지 말고 경기도나 잘하시라”고 받아 쳤다.


원희룡의 ‘특강’이 헷갈리는 일반인들의 머리를 깨끗이 정리해준 핵심은 관련 인사들의 역할과 관계, 법조인들의 성격 규정이다. 물론, 원희룡의 분석이 전부 옳지는 않을 것이다. 그 대강, 큰 크림이 중요하다. 이것이 초대형 비리 사건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으며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그가 그린 그림에 따르면 이재명이 ‘그 분’이라고 할 때, 이재명의 변호사 시절 사무장이자 현 대선 캠프 부실장인 정진상이 브레인, 유동규는 행동대원, 김만배는 유동규가 짠 구도 속에서 회사를 세워 큰돈을 거둬들이고(납, 納) 또 그 돈을 요소요소에 나누고 보낸(출, 出) 비자금 출납센터장이며 법조인들을 끌어들인 법조 브로커다. 이렇게 모인 법조인들을 원희룡은 사설 로펌이라고 부른다.


원희룡의 이 사설 로펌 이야기는 서울대와 사법시험 수석 출신인 그의 탁월한 분석력과 상상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예를 드는 능력도 백만불짜리다. “비리 회사들이 접대비가 너무 많이 들면 룸살롱을 직접 차려버리듯이” 김만배는(또는 이재명과 의논해서) 유력 법조인들을 로펌처럼 한 곳으로 모아 놓았다는 것이다.


이들이 전과 4범 이재명의 수많은 소송 건들을 전담했는데, 거액의 변호사 비용을 냈어야 할 이재명의 재산은 도리어 1억원이 불었다. 그 변호사 비용이 어떻게 조달됐고 어떻게 전달됐겠는가? 원희룡은 이렇게 물으며 로펌과 뇌물 방정식을 풀어준다.


그 사람들 중 일부가 권순일이고 곽상도다. 곽상도는 대장동 판이 벌어지던 2010년대 초반 박근혜 정부의 민정수석이었고, 김만배의 대학 선배다. 민정수석은 사정 기관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정권의 실세다. 이재명과 그의 캠프는 당시 보수 정부 파워맨을 포섭한 것이 들통 나자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프레임을 걸었다.


이재명은 이 사설 로펌 운영의 진상 일부만 밝혀져도 낙마할 수밖에 없다. 김만배가 권순일을 대법원의 이재명 선거법 위반 무죄 판결에 결정적 역할을 하기 전후 9차례 만난 일이 무엇 때문이었겠는가? 이것은 더는 재판 거래 ‘의혹’이 아니다. 이미 많은 국민들은 재판 거래를 사실로 믿고 있다. 유죄였을 경우 이재명의 대선 출마는 불가능했을 것이므로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재명의 운명은 자명하다.


오세훈도 서울 시정 경험 1.5회에 보선 승리 후 3차 재임으로 이재명의 궤변과 프레임을 단칼에 베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지만, 이재명이 ‘단군 이래 최대 공익 환수 사업’이라고 주장하며 다른 지자체들도 성남시 사례를 배우라고 하자 그는 “배우긴 뭘 배우나. 도둑질을 배우란 말이냐?”라고 응수했다.


오세훈이 보기에 금싸라기 땅 대장동 개발은 수익이 너무나 확실한, 땅 짚고 헤엄치기 행정이었다. 이것을 이재명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고위험, 고수익)’ 사업이라고 선전하며 사기를 쳤다는 것이다.


오히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민간에 맡겨 기부채납(寄附採納, 개발 사업자가 재건축, 재개발을 할 때 일정 부분의 땅에 공공시설을 설치해 국가나 지자체에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을 최대로 받았어야 할 사업이었다. 그럼에도 공공의 탈을 쓰고 원주민 땅을 헐값에 수용, 소수 투자자들이 막대한 초과 이익을 챙기도록 한 ‘주민 약탈’이었다는 것이 지자체장 오세훈의 시각이다.


공원, 터널, 도로, 어린이놀이터 등 당연히 돌려받는 공공시설 비용 5000여억원을 ‘공익 환수’라며 대단한 치적이라도 되는 것처럼 자랑했던 경기도 지사 이재명. 그는 측근 유동규가 구속되면서 사태가 불리하게 돌아가자 돌연 성남시에 초과 이익 환수를 권고, 자기 얼굴에 침을 뱉었다.


당 경선 4강 후보에는 들었으나 현재 지지도로 보아 원희룡의 본선 진출은 쉽지 않다. 사실상 차차기를 위한 도전이다. 오세훈도 그때는 원희룡과 경쟁할 가능성이 높다. 그들의 대장동 사건 해석, 같은 지자체장으로서의 비교 우위, 행정 경험은 다음 도전을 위해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이들의 특강이 일반 국민들의 게이트 공부를 쉽게 해줌으로써 ‘국힘 게이트’는 ‘이재명 게이트’로 완전히 뒤집어지고 있다. 이재명에게 28-63 패배를 안겨준 민주당 3차 선거인단 표심이 그것을 증명한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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