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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떳떳하고 당당하지만 특검수사는 못 받겠다?


입력 2021.10.18 09:00 수정 2021.10.18 05:46        데스크 (desk@dailian.co.kr)

민심은 이 후보를 신뢰하지 않는다

욕설과 조롱은 저급한 말재간일 뿐

여기가 로도스다. 여기서 뛰어봐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은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극적인 반전을 보였다. 이 투표에서 이재명 후보는 28.30%를 얻은 데 비해 이낙연 전 당 대표는 62.37%라는 놀라운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 대단한 역전의 원인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대장동 의혹’ 밖에 없다. 그게 아니라며 다른 배경을 찾는 중이라고 한 사람(예컨대 김어준)도 있지만 투표 과정이나 결과가 조작된 게 아니라면 ‘대장동’ 말고는 표심 급변의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

민심은 이 후보를 신뢰하지 않는다

의혹의 대두와 신뢰의 동요 사이에는 시차가 있게 마련이다. 대다수 지지자들은 ‘설마’에 기대를 걸면서 한동안 상황 변화의 추이를 지켜보는 식의 반응을 보인다. 그러다 의혹이 임계점을 넘으면 대상에 대한 평가를 바꾸게 된다.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의 급격한 표심 이동이 그래서 일어났다고 보는 게 상식적인 추론이다.


‘일반’당원과 ‘일반’국민으로 구성된 선거인단 투표 결과라는 점에서 이는 민심의 반영이라고 봐야 한다. 같이 발표된 서울의 대의원 및 서울 경선에서는 이 지사가 52.4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는 것이 민심변화의 반증이기도 하다. 당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투표자는 지지를 이어갔지만 ‘일반’ 투표자는 ‘민심’을 표출한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는 또 있다. 여론조사 결과 이 사건에 대해 특검 및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73%에 이르렀다. 주간조선이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서 지난 11~12일에 실시한 조사 결과다. 이에 앞서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달 24~2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60.4%가 특검수사나 국정조사가 의혹을 가장 잘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응답했다(이상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타 여론조사 결과까지 감안하면 갈수록 특검수사를 요구하는 여론이 확산되는 추세라고 할 수 있다.


이게 민심이다. 민심의 지지를 얻어 정권을 재창출하겠다는 민주당이나, 대통령이 되겠다는 이 후보가 검찰수사 뒤에 숨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민심을 거역하면 그 보복을 받는 것은 정한 이치다. 이 상식을 이 후보와 민주당은 기를 쓰고 거스르고 있다. 이러면서도 선거 승리를 기대한다는 것인가.

욕설과 조롱은 저급한 말재간일 뿐

경기도에 대한 국회의 국정감사 전날인 17일 이 후보는 SNS에 “떳떳하고 당당하게 진실을 밝히겠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대장동 개발사업의 성과와 중앙정부와 의회의 집요한 반대를 뚫고 공익환수를 해낸 저의 역량을 국민께 보여 드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야당과 언론에 의해 왜곡되고 조작된 대장동 사업의 진실이 국민들에게 온전히 전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격언을 신봉하는 듯 한 행태를 보여 왔다. 누군가로부터 공격을 받으면 더 큰 목소리로 논쟁을 키운다. 공수전환을 통해 논쟁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그 여세로 상대를 몰아붙이는 것이다. 그 전형적인 예가 이른바 ‘형수 욕설’이겠다. 상대가 예상치 못한,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험악한 언어로 압도해버리는 논쟁 수법이다.


지난달 28일 지지의원 모임 ‘성공포럼’이 주최한 토론회 축사에서 구사한 화법도 다르지 않다.


“조선일보를 포함한 보수 언론, 그리고 국민의짐, 아이고 죄송합니다, 도둑의힘(웃음) 아이고 이것도 아니네요. 국민의힘이란 이름의 부정정치세력에게 감사한 생각 갖고 있습니다.”


집권당의 본선 후보로 확정되기 전이긴 했지만 압도적 1위를 달리던 주자였다. 그런 위상임에도 대단히 험하고 모욕적인 말로 제1야당을 매도한 것이다. 정당의 유력 대선 주자들이 경쟁 정당을 겨냥해 이처럼 모멸적인 언사로 공격하고 조롱한 예는 없었다(기억이 가 닿는 한에서는). 하마는 입 크기로 승부를 겨룬다고 하던데 이 후보의 행태가 그와 유사하다. “날 잘못 건드리면 감당 못할 반격을 당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라”는 경고 같이 들린다.

여기가 로도스다. 여기서 뛰어봐

그렇게 자신만만한 사람이 왜 특검이나 국회 국정조사를 회피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지 않느냐”는 게 이 후보나 민주당의 핑계인데 그걸 믿을 수 없다는 게 국민 다수의 생각임을 여론조사 결과가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그 까닭을 검찰 스스로 입증해 보이고 있다. 늑장에 소극적 수사 태도로 일관하다가, 기껏 속도를 냈다는 게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에 대한 부실 구속영장 청구였다. 그 하나만으로도 불신의 이유로는 부족함이 없다.


“여기가 로도스다. 여기서 뛰어봐.”


이솝의 우화다. 신통찮은 5종 경기 선수가 제 자랑에 열을 올렸다. 여행 중에 로도스섬에 들렀는데 거기서 올림피아제전의 우승자보다 더 멀리 뛰어 신기록을 세웠다는 것이다.


“여러분이 로도스 섬에 가면 내 얘기를 듣게 될 거야. 그곳 사람들의 갈채와 평판이 대단했거든.”


한 사람이 나서서 말했다.


“그래? 그게 사실이라면 굳이 로도스의 많은 증인이 필요 없지. 여기가 로도스야. 여기서 뛰어봐.”(홍윤기 편역, 서양고사일화집)


이 지사가 자신의 결백과 남다른 공적을 입증해 보이는 데는 긴 말이 필요 없다. 특검수사를 수용하면 된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특검수사를 거치면 결백이 밝혀질 텐데 왜 말 재간으로 논쟁을 키우는 방식을 선호하는지 그 속내가 궁금하다. 국민은 만만하지도 어리석지도 않다. 자기 자랑은 충분히 했다. 이제는 여기가 로도스라 치고, 여기서 뛰는 일만 남았다.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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