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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다 타버렸는데 불길 잡혀 기쁘단 딴 나라 정부 [원나래의 집사?말아?]


입력 2021.11.01 07:02 수정 2021.11.01 05:09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줄곧 ‘집값 고점론’ 주장

그러면서 ‘집값 상승’ 자료로 내년 세입 편성

“섣부른 발언, 정부 신뢰 하락 계속”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 “집값 안정세로 전환되는 길목에 근접해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국토교통부

“지금은 부동산시장 안정의 중대한 기로다.”(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


“집값 안정세로 전환되는 길목에 근접해 가고 있다.”(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부동산 정책 수장들의 한결같은 집값 안정세 진단이다.


앞서 7월에도 관계 부처 장관들은 대국민담화문을 통해 “아파트 실질가격, 소득대비 주택가격 비율 등 지표들이 최고수준에 근접했거나 넘어서고 있다”며 “가격 조정이 이뤄진다면 시장예측보다 좀 더 큰 폭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곧 아파트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섣불리 추격 매수를 하지 말라는 반 강제성(?) 얘기로 정부는 ‘고점 경고론’을 수없이 외쳐왔다.


하지만 그들이 외치는 시장 안정에도 수요자들의 체감도는 다르기만 하다. 매물 감소에도 신고가는 속출하고 있고, 불안한 전월세 시장에 대출까지 힘든 상황이다. 시장불안 요인은 계속 남아있는데 집값 안정을 운운하는 정부는 딴 나라 이야기만 같다.


더욱이 입으로는 집값이 고점이라고 외치면서 내년에도 집값이 오를 것을 예견했던 게 속내였을까. 내년에도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고 보고 세입예산을 그에 맞춰 편성한 정부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기획재정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8월 내년 국세수입 예산안을 편성할 당시 주택가격이 수도권은 5.1%, 지방은 3.5% 상승할 것으로 본 국토연구원 전망자료를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재부는 이 자료를 바탕으로 공시가격 상승률까지 감안해 내년 종합부동산세가 올해보다 29.6% 증가한 6조6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처럼 섣부른 발언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계속 하락시켰고, 여론의 반응은 점점 싸늘하게 식다 못해 얼어붙었다.


정부는 집권 직후인 2017년 8월부터 “집을 팔라”며 국민에게 주택 매도를 권유했다. 정부의 말만 믿고 집을 사지 않고 버틴 사람들은 이제 ‘벼락거지’나 ‘전월세 난민’으로 내몰렸다. 그런 무주택자들에게 이제는 “집을 사지 말라”고 권유하고 있다.


그런 정부가 집값 안정을 말하는 모습을 보니 이미 집이 다 타버리고 나서야 꺼져가는 불씨를 보고 “이제야 불길이 잡혀 기쁘다. 이 불길을 내가 잡았다”고 자화자찬하며 안도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아 이제는 안쓰럽기까지 하다.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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