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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의 반도체, 낸드 이어 파운드리로 영역 확장 속도


입력 2021.10.30 06:00 수정 2021.10.29 21:53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SK하이닉스 키파운드리 인수로 생산력 2배↑ 기대

작년 10월 인텔 낸드 사업 M&A 후 1년뒤 이뤄진 인수

D램 높은 의존도 해소하고 비메모리 수요 증가 대응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2일 경기 이천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1 CEO세미나'에서 폐막 스피치를 하고 있다.ⓒSK

SK하이닉스가 키파운드리 인수로 파운드리(위탁생산) 역량 제고에 나섰다. 최태원 SK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그동안 주력인 D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했던 분야들의 경쟁력 강화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30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지난해 10월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계약을 체결한 지 1년만에 키파운드리도 인수하기로 하면서 영역 확장과 역량 강화를 동시에 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전날인 29일 매그너스 반도체 유한회사로부터 키파운드리 지분 100%를 5758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미 이 사모펀드에 49.76%를 출자했는데 이번에 펀드가 보유한 키파운드 지분 100%를 모두 인수한 것이다.


팹리스(Fabless·반도체설계전문) 기업들로부터 제조를 위탁 받아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기업인 키파운드리는 다품종 소량 생산에 적합한 8인치(200㎜) 웨이퍼를 기반으로 전력 반도체(PMIC)·디스플레이구동칩(DDI)·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 비메모리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1979년 설립된 LG반도체가 모체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정부의 산업 구조조정 기조에 따라 지난 1999년 현대전자와 합병돼 하이닉스반도체가 됐다. 이후 2004년 하이닉스 구조조정 과정에서 비메모리 부문을 분리해 매그나칩반도체가 설립됐는데 이 회사의 충북 청주 파운드리 생산시설만 떼 내 만든 회사가 키파운드리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과거 한몸이었던 회사를 다시 찾아온 셈으로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미 보유하고 있는 8인치 파운드리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와 키파운드리의 웨이퍼 처리량이 비슷한 규모여서 파운드리 생산능력이 2배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수로 SK하이닉스는 DB하이텍을 제치고 국내 2위 파운드리 업체로 올라서고 전 세계적으로는 10위권 업체로 도약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로 전체 매출의 5% 수준에 불과한 비메모리 사업 비중 증가로 이어질수 있을지도 주목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에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은 낸드 경쟁력 강화에도 이미 나선 상태다.


지난해 10월 인텔 낸드사업부를 90억달러(약 10조3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이후 지난 1년간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 심사가 진행 중이다. 심사 대상 8개국 증 국내를 비롯, 미국·유럽연합(EU)·타이완·브라질·영국·싱가포르 등 7개국의 승인을 받은 상태로 현재 중국 당국의 승인만 남겨두고 있다.


당초 기대했던 3분기 말에서 조금 지연되기는 했지만 4분기 내에는 승인이 이뤄져 인수가 연내에는 마무리될 것으로 회사측은 보고 있다.


노종원 SK하이닉스 경영지원담당 부사장(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26일 진행된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중국 당국의 승인이) 조금 늦어지고 있지만 중국 정부가 합리적인 판단으로 연내 승인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176단 4D 낸드 기반 512Gb TLC.ⓒSK하이닉스

중국 당국의 승인이 내려지면 SK하이닉스의 낸드 경쟁력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회사는 1차로 70억달러를 인텔에 주고 인텔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과 중국 다롄 공장 자산을 확보하게 된다. 이후 오는 2025년 3월에 나머지 20억달러를 지급해 인텔의 낸드플래시 웨이퍼 설계와 생산 관련 특허(IP), 연구개발(R&D) 인력 등 잔여 자산을 넘겨받게 된다.


회사측은 이번 인수로 낸드 비중 확대와 함께 높은 D램 의존도 해소를 동시에 꾀할 수 있을 것으로 SK하이닉스는 보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낸드 비중은 전체 매출의 25%(올해 3분기 기준)로 D램(71%)의 약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전분기인 2분기(D램 73%·낸드 22%)에 비해서는 격차가 5%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같은 메모리반도체임에도 격차가 상당할 정도로 D램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상황으로 낸드 비중이 확대되면서 불균형이 다소 사라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시장점유율 향상은 기대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12.3%로 인텔(6.7%)의 점유율을 단순하게 합치면 19%로 일본 키옥시아(18.3%)를 제치고 삼성전자(34.0%)에 이어 2위 자리가 가능해진다.


업계에서는 최태원 SK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직접 나서고 있어 SK하이닉스의 경쟁력 강화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박정호 부회장은 지난 4월 정보통신기술(ICT) 전시회 ‘월드IT쇼 2021’에서 “국내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들이 대만 TSMC 기술 수준의 파운드리 서비스를 해주면 좋겠다는 요청 사항이 있었다”며 “그 분야에 투자를 많이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5월 ‘K-반도체 전략 보고 대회’에서는 “8인치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2배로 늘리겠다”고 이를 구체화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시스템반도체 공급난과 향후 비메모리 수요 증가세를 감안하면 지나치게 높은 D램 의존도는 독이 될 수 밖에 없다”며 “낸드로 메모리 반도체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파운드리로 비메모리 부문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M16 전경.ⓒSK하이닉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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