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신통치 않다는 의견 여전
참여업체·소비자 모두 불만족…“명확한 유인책 있어야”
‘외화내빈’(外華內貧). 겉으로는 화려하나 실속이 없다는 얘기다. 지난 1일 막을 올린 ‘코리아 세일 페스타’(코세페)에 꼬리표처럼 뒤따르는 말이기도 하다. 벌써 6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올해 역시 시작부터 신통치 않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 코세페는 ‘역대 최대’ 기업이 참여하면서 시작 전부터 분위기를 띄웠다. 이번 행사에는 백화점·대형마트·프랜차이즈·온라인 쇼핑몰이 대거 참여해 풍성한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올해는 예년보다 온라인 쇼핑몰과 연계한 행사에 더욱 힘을 줬다.
코세페는 2015년 당시 ‘메르스’로 가라앉은 경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를 본떠 정부 주도로 만들어졌다.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로 시작해 다음해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고 관제 행사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지난 2019년 민간으로 주도권이 넘어왔다.
행사는 회차를 거듭할수록 규모를 키워 나가고 있다. 매년 참여업체도 대거 늘고있는 데다, 코세페를 통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판로 지원을 넓혀 경기 반등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칭찬할만 하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코세페는 한마디로 ‘전시행정’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나 중국의 광군제처럼 민간 기업의 필요에 의해 자발적으로 시작된 행사가 아닌 정부가 처음부터 나서서 만들어진 행사이기 때문에 기업과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기에는 한계가 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코세페에 대한 참여업체와 소비자 반응 모두 시큰둥하다. 특히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해외 유명 쇼핑 행사의 파격적인 할인에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코세페 기간 중 제시한 할인 가격이 인터넷 쇼핑몰보다 비싸다는 불만이 속출하고 있기도 하다.
낮은 할인율이 가장 문제다. 최대 90%의 할인행사를 진행하는 블랙프라이데이와 달리 코세페의 할인율은 10~30%에 불과하다. 미국의 경우 유통사가 제조업체로부터 상품을 직매입해 판매하기 때문에 할인폭이 크지만, 국내는 제조업체에서 수수료를 받는 구조라 조정이 쉽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는 특약매입 구조를 따르고 있다. 이는 유통업체가 반품을 전제조건으로 제조업체로부터 물건을 외상으로 받아 판매하는 거래 방식이다. 판매를 하다가 남은 재고 물품은 언제든 제조업체에 되돌려줄 수 있기에 굳이 무리해가며 떨이 판매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행사 참여자인 유통기업 조차 코세페 행사를 놓고 실효성이 없다는 시각이 절대적이다. 참여 업체에 대한 혜택이나 지원이 없을뿐 아니라 행사의 인지도가 낮아 홍보 효과가 미미하다는 이유에서다. 정부의 욕심에 들러리로 전락했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백화점의 경우 코세페에 참가하면 판촉비의 절반을 부담해야 한다. 심지어 정부의 실적을 채우는 숫자놀이로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심지어 불이익을 우려해 어쩔수 없이 참여한 기업도 수두룩 하다.
국민 쇼핑 축제를 표방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와 참여 업체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가 돼야 한다. 소비자 지갑을 열기 위해서는 미국 블프와 중국 광군제 흉내내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명확한 콘셉트와 구체적인 프로그램 등을 통한 세밀한 접근이 선행돼야만 한다.
코세페가 정말 성공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토대를 마련해 주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코세페 기간만이라도 대형점포 의무 휴업이나 공정위 특약매입 지침을 완화하는 방식 같은 것 말이다. 소비 쿠폰을 이 기간에 발행해 소비의 물꼬를 트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