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팍 등 호가 안 내려…"어차피 오를 곳이란 인식"
강북권은 침체 분위기, 가격대 슬금슬금 내려가
"여기(강남권)는 아직 그런 분위기가 아니에요.", "매수세가 줄긴 했는데, 집 주인들이 가격 낮출 생각은 없어보여요."
서울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꼿꼿하던 아파트값 상승률은 4주째 주춤했고, 매수심리 역시 꺾여가고 있다. 정부의 고강도 대출규제와 금리 인상 시기가 맞물리면서, 사려는 이들이 줄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강남권의 시장과는 다른 얘기라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원래 대출 규제와는 무관한 곳이었던데다, 똘똘한 한 채 수요가 여전해 쉽사리 집값이 잡히긴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8일 만난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의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최근 수도권의 부동산 시장이 안정세를 보이는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앞서 한국부동산원은 지난 1일 기준 수도권의 아파트값은 0.26% 올라 전주(0.28%)에 비해 상승폭이 축소됐다고 발표했다. 지난달부터 4주째 상승폭이 둔화된 것이다. 서울도 0.15% 올라 최근 2주 연속 상승폭이 줄었다.
하지만 강남권에선 딴 나라 얘기다. 국민평형이 40억원에 거래되며 관심을 모았던 아크로리버파크나, 반포써밋 등의 경우 호가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반포동 B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매수수요가 줄어든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그렇다고 집주인들이 호가를 내리진 않고 있다. 어차피 오를 곳이라 안 팔면 그만이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개사도 "워낙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얘기가 언론에서 쏟아지다 보니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는 집 주인들은 있었다"며 "그러면서도 정작 낮춰서 팔 생각은 없어 보이더라"고 설명했다.
다른 강남권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94㎡는 직전 신고가인 37억5000만원에 버금가는 37억 중후반대에서 38억원대의 수준에서 호가가 형성돼 있다.
현장에선 똘똘한 한 채 수요와 대출 규제에 영향을 받지 않는 시장이라는 점을 상승 전망의 근거로 제시한다. 원래 15억원 이상의 대출 불가 초고가 단지가 즐비한 시장인데다, 규제로 인해 똘똘한 한 채 수요가 이어지고 있어 하락 반전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강남구 C 공인중개업업소 관계자는 "알다시피 지금 시장의 침체 요인은 대출 문제와 더불어 가격이 너무 올랐다는 인식 때문"이라며 "하지만 강남권은 초고가 시장으로 대출규제와는 무관한 곳이기도 하고, 똘똘한 한 채 수요가 있는 곳"이라고 했다.
반면 서울 외곽지역에선 다소 침체된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규제 사정권 안에 있는 만큼 매수 수요가 줄어든 까닭이다. 실제로 서울 5개 권역 중 은평구·서대문구·마포구 등이 포함된 서북권은 99.8로 약 반 년 만에 매수자 우위 상태로 돌아섰다. 도심권과 서남권도 각각 100.7, 100.6을 기록하며 기준선인 100에 근접했다.
금천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언론의 이야기처럼 호가를 억단위 혹은 수천만원 단위로 내리는 것은 아니지만, 집주인들도 최근 위기감을 느꼈는지 조금씩 호가를 내려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의 부동산 시장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강남의 경우 지금의 시장에 충격을 주는 요인과는 다소 무관한 시장"이라며 "반면 강북권의 경우 중저가 주택이 많아 대출을 묶으면 타격이 큰 지역이다. 향후 양측의 시장은 분위기가 다르게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