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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제재 칼 거두나…수장 바뀐 금융당국 '기류 변화'


입력 2021.11.10 10:58 수정 2021.11.10 16:13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정은보 "당국 재량보다 법과 원칙"

금융위도 CEO 제재 한 발 물러서

고승범(왼쪽) 금융위원장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수장 교체 이후 제재와 감독 방향에 대해 예전보다 순화된 발언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이목을 끌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각종 펀드 사태로 논란을 빚은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제재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지켜보겠다며 한 발 물러선데 이어, 금융감독원은 정은보 원장이 직접 나서 당국의 재량이 법과 원칙에 우선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등 펀드 투자자 손실과 관련한 CEO 중징계 확정을 앞두고, 금융당국의 변화된 기류가 제재 완화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 원장은 전날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시중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금융당국의 재량적 판단과 결정이 법과 원칙에 우선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금융감독을 집행할 때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도 했다.


정 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윤석헌 전 원장 시절과 달라진 금감원의 기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 원장은 지난 8월 취임하면서부터 "금융감독의 본분은 규제가 아닌 지원"이라며 시장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금융사의 업무는 물론 인사, 예산까지 샅샅이 훑는 저인망식 종합감사를 부활시키며 금융권을 강력히 압박했던 윤 전 원장과 대비되는 행보다.


금감원장의 변화된 메시지가 더욱 주목을 받는 까닭은 대형 금융사 CEO들에 대한 금융당국의 중징계가 예고돼 있는 시점 때문이다. 금감원은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등 펀드 사태와 관련해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기준 위반을 이유로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등에게 문책경고를 의결한 상태다.


금감원은 펀드 손실을 갖고 CEO에 직접 철퇴를 휘두르는 건 무리수라는 불만에도 불구하고 징계를 강행해 왔다. 금감원이 근거로 댄 지배구조법 조항이 금융사의 내부통제 기준 마련을 의무화하고는 있지만, 이를 근거로 경영진에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내용은 명시돼 있지 않아서다. 결국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는 지난 8월 손 회장이 금감원장을 상대로 낸 문책경고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 때문에 당국의 재량이 법과 원칙을 앞설 수 없다는 정 위원장의 발언은 의미심장할 수밖에 없다. 법원 판결보다 자체적인 판단을 앞세우며 비판을 받아 온 금감원의 과거 행적을 더 이상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어서다.


실제로 금감원은 과거 자살보험금 사태 때도 비슷한 사례로 논란을 키운 바 있다. 가입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에도 재해사망 특약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지를 두고 벌어진 법정 공방에서 2016년 당시 대법원은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은 지급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다. 그럼에도 금감원은 '소멸시효와 상관없이 보험금을 지급하라'며 보험사를 압박했다.


◆당국, 속도조절 나서나…"법원 판단 보고 결정"


금융위도 최근 금감원의 CEO 제재안의 적절성을 두고 지적이 계속되자 속도조절에 들어간 모양새다. 금감원이 요청한 손 회장과 함 부회장 등의 문책경고 조치를 두고 최종 논의 중인 금융위는 사법부의 판단에 대한 법리 검토를 거친 뒤 종합 판단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사실상 펀드 사태에 따른 금융사 CEO 제재는 법원의 판단 이후로 미루겠다는 얘기다.


다만, 자본시장법과 관련해 금감원이 기관을 상대로 제기한 위반 사항은 현재의 논의 일정에 따라 차질 없이 심의해 신속히 결론을 도출하기로 했다. 금감원이 자본시장법을 이유로 금융위에 징계를 요청한 곳은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등 세 곳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손 회장이 행정소송에서 승소하고 금융당국까지 수장 교체 이후 이전과 달라진 스탠스를 보여주면서, CEO 중징계 동력에 상당 부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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