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총재 “예상보다 높은 물가 오름세 지속”
글로벌 공급망 문제 내년 상반기 지나야 해소
인플레 국민 부담 가중...유동성 관리 등 시급
미국과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스태그플레이션’ 경고등이 켜졌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가 둔화된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한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3%에 그치며 연간 4% 달성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예상보다 높은 물가 오름세는 내년까지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가진 ‘경제동향간담회’에서 “글로벌 공급 병목의 영향과 함께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수요측 물가 압력이 높아지면서 예상보다 높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회복기에는 과거 본 적 없는 공급병목으로 생산활동이 제약돼 인플레이션이 확대된 점이 특징”이라며 “공급병목이 글로벌 공급망의 복잡성으로 인해 언제쯤 해소될지 알기 어렵고,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지 좀 더 지속될지 내다보기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인플레이션 장기화에 대한 우려감을 내비친 것이다.
같은날 국책 연구개발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2021 하반기 경제전망’ 간담회를 통해 올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2.3%, 내년에는 1.7%로 전망했다. KDI는 빠른 물가 상승이 단기간에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보았으나, 소비자 물가 상승률 예상치는 한은보다 높은 수준으로 내놓았다. 앞서 한은은 지난 8월 올해와 내년 물가 상승률을 각각 2.1%, 1.5%로 전망했으나 물가상승 오름세가 지속되면서 오는 25일 경제수정전망치 발표를 통해 각각 올해 2% 중반, 내년 2% 이내로 상향 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도 역대급 물가상승률이 지속되면서 인플레이션 공포가 거세다.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10월보다 6.2% 급등했는데, 이는 약 31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4.6%)도 1991년 8월 이후 약 30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중국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년동월 대비 13.5% 상승하며, 1996년 이후 25년만의 최고 기록을 세웠다.
한국도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 연속 2%대의 물가상승률을 유지하다, 10월 3.2%를 기록하며 2012년 1월(3.3%)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80 달러대의 국제 유가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지속되며 한국의 수입물가는 석 달째 20%대 안팎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고, 생산자 물가 역시 석달째 7%대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수입·생산자 물가 상승은 기업의 원가 부담을 높여 소비자물가 상승율로 전이될 수 있다.
이같은 물가 상승의 원인으로는 글로벌 공급 부족, 코로나19 발생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한 완화적 통화정책에 따른 넘치는 유동성이 지목되고 있다. 공급망 차질 문제 해결에는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제성장률 역시 안심하기엔 이르다. 분기별 GDP 성장률은 올해 1분기 1.7%를 기록한 이후 2분기 0.8%, 3분기 0.3%까지 하락했다. 물론 한은은 단계별 일상 회복 조치에 따라 민간 소비 개선 등 경기 회복 기대감 고조로 연간 4%대 성장 목표 달성 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방역 정책이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거나 수출에도 예상치 못한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더 하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교수는 “인플레이션은 진행중이고, 경제성장률은 4%를 달성한다고 해도 코로나19 때의 효과로 국민들이 체감하는 성장률은 2% 수준에 그쳐 체감강도는 충분히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느낄만하다”며 “경기 부진에 다른 실질 소득 감소는 국민들의 생활을 위협할 가능성이 크므로 금리 인상 등 유동성 관리 등을 통한 물가 해소가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스태크플레이션 우려가 나올수는 있겠지만,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로 코로나 이전과 비교했을때 성장 침체보다는 둔화에 가깝다”며 “현재 물가 상승은 에너지나 유가 상승 요인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데, 국내 물가 오름세는 내년 1분기가 지나야 꺾일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어 “글로벌 공급망 병목 해소도 내년 상반기는 돼야 가능할 것”이라며 “민간 소비와 생산활동 재개 등 경제가 정상화되면 성장 모멘텀은 다소 둔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