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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초점] 한류 이끈 아이돌, 드라마·영화로 가면 ‘처참’


입력 2021.11.15 14:01 수정 2021.11.15 10:02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너의 밤이 되어줄게' '아이돌:더쿱' 등 잇따라 방영

할리드우서 케이팝 아이돌 소재 영화도 제작

케이팝(K-POP) 아이돌들이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까지 활약하고 있다. 이젠 높은 장벽이었던 빌보드 메인 차트에 아이돌이 이름을 올리는 것도 어색하지 않은 일이 됐다. 2000년 초 보아와 동방신기 등 케이팝 1.0세대로 불리는 이들을 시작으로 현재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에 이르기까지 한류의 중심에는 아이돌이 있었다.


ⓒKBS2, JTBC

전 세계적인 팬덤이 형성되면서 영향력이 커졌고, 케이팝 아이돌은 단순히 ‘음악’을 선보이는 것을 넘어 한류 문화사절 역할도 해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방탄소년단은 UN 총회 단골손님으로 자리매김했고, 블랙핑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세계 리더들에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웹툰이다 드라마, 영화, 뮤지컬 등 케이팝 아이돌의 세계관이나, 아이돌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 음악 산업 외적인 콘텐츠들도 꾸준히 생산되고 있다.


아이돌이 한류를 이끈 주역임엔 틀림없지만, 이상하게도 드라마나 영화에선 녹록치 않은 듯 보인다.


지금까지 방영된 아이돌 드라마 중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을 받은 작품이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최근 종영한 KBS2 ‘이미테이션’도 0%대 시청률로 굴욕적인 끝을 맞았다. 더구나 매번 비슷하게 그려지는 진부한 서사와 실제 아이돌을 배우로 쓰면서 연기력 부족에 대한 혹평도 뒤따랐다.


그럼에도 아이돌 관련 콘텐츠는 꾸준히 생산되고 있다. 지난 7일과 8일엔 각각 KBS2 ‘너의 밤이 되어줄게’와 JTBC ‘아이돌:더쿱’이 첫 방송을 시작했다. 모두 아이돌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다. 이들 역시 안타까운 성적을 보이고 있다. ‘아이돌:더쿱’은 2회 방송 모두 1%의 벽을 넘지 못했고, ‘너의 밤이 되어줄게’도 시청률 2%를 겨우 넘긴 수준이다.


이밖에도 아이돌 뮤직 영화 ‘아이돌 레시피’, 방탄소년단의 ‘화양연화’ 세계관을 딴 드라마 ‘유스’ 등도 제작된다. 특히 할리우드에선 케이팝 아이돌을 소재로 한 영화 제작이 한창이다. CJ ENM은 영화 ‘K-Pop: Lost in America’(가제) 프로젝트에 돌입했고, 이 영화엔 ‘인터스텔라’를 제작한 린다 옵스트가 프로듀서로 참여한다. 또 소니픽처스도 케이팝 걸그룹을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제작한다.


국내 드라마 제작진의 경우 시청률과 별개로 유튜브 등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팬덤을 대상으로 화제성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아이돌 드라마를 만다는 경우가 많다. 앞서 언급했던 ‘이미테이션’의 경우도 TV 시청률에선 민망할 정도의 성적을 냈지만, 극중 그룹을 실제 데뷔시키면서 음악방송 무대 등의 클립 영상으로 적잖은 국내외 팬덤을 결집시켰다. 현재 ‘너의 밤이 되어줄게’와 ‘아이돌:더쿱’도 EXID 하니(안희연), 라붐 솔빈, 우주소녀 엑시, 뉴이스트 김종현, AB6IX 김동현, 워너원 출신 윤지성 등 실제 아이돌을 출연시키면서 같은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요소다.


하지만 이를 보는 업계 관계자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방송 작가는 “아이돌 드라마가 시청률이 저조한 건 팬덤에 기댄 부가적 콘텐츠에 집중한 채 정작 드라마의 중심이 되어야 할 작품의 질적인 고민이 부족한 것에 따른 결과”라고 진단했다. 이어 “드라마라는 형식을 취한 이상, 팬덤 마케팅 보다는 드라마의 질적 향상을 더 고민해야 한다. 심지어 팬들 사이에서도 자신이 지지하는 아티스트를 데리고 이 정도 수준의 콘텐츠밖에 만들지 못하는 것에 대한 반감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세계적 팬덤을 누리고 있는 아이돌 시장이 매력적인 소재임은 분명하다. 해외에서 만들어질 케이팝 아이돌 영화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만약 국내 드라마와 달리 이야기 짜임새를 잘 구성해 성공한다면, 새로운 하나의 모델을 제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미 실제 아이돌들이 자체적으로 유튜브 등에 올리는 콘텐츠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전문성을 갖춰가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돌 드라마가 단순히 인기에만 편승하기엔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이미 높아졌다는 말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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