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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재정①] 남들보다 괜찮다고 빚 늘리는 정부


입력 2021.11.16 14:44 수정 2021.11.16 17:33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국가 채무 OECD 평균보다 낮지만

증가 속도 빨라 IMF도 위험 경고

항구적 재원으로 사용하는 문제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오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참석해기획재정부 소관 2022년도 예산안 제안설명을 하고있다.(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가 채무의 절대 규모가 GDP 대비 47% 수준이고 내년 예산안 기준으로 50.2%다. OECD 평균이 120%이니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직까진 건전하다.”


우리나라 재정 당국 수장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말이다. 그는 지난 9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박진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홍 부총리 말은 사실이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국가 채무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47.9%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24위로 낮은 편이다.


홍 부총리뿐만 아니라 기재부 관계자들은 확장 재정 정책을 펼칠 때 항상 OECD 대비 채무 비율을 예로 든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2년 연속 100조원대 적자 국채를 발행하면서도 재정 건전성에 대해서는 늘 “선진국과 비교해 아직 건전하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OECD 평균 부채 비율은 현재 110% 수준이다. 이와 비교하면 우리나라 재정은 상당히 건전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지금까지 그렇다’는 뜻일 뿐 앞으로도 그렇다는 의미는 아니다. 미래를 생각하면 오히려 위험에 가깝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지금까지 약 2년 동안 확장 재정으로 부채 증가 속도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달 발표한 재정점검보고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매년 4월과 10월 두 차례 발표하는 보고서는 세계 각국 재정 현황을 조사·분석해 재정 건전성 방안을 제시한다.


보고서에는 GDP 대비 국가부채 증가 속도 예측치가 나온다. 우리나라는 올해 예상 채무 비율이 51.3%에서 5년 뒤인 2016년에는 66.7%로 늘어난다. 여전히 주요 20개국(G20) 평균 130.5%(2026년 예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 채무 비율이 아닌 증가 속도를 보면 정반대다. 보고서에 따르면 2060년까지 OECD 평균은 121.6%에서 118.6%로 내려간다. 주요 7개국(G7) 채무도 139.0%에서 135.8%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가 5년 동안 빚을 15.4% 늘려갈 때 주요 선진국들은 채무를 줄여가는 것이다.


박형수 K-정책플랫폼 원장(전 조세재정연구원장)이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전경련 컨퍼런스센터 에메랄드룸에서 열린 '한국의 재정건전성 진단과 과제' 세미나에서 한국의 재정건전성 전망 및 관리방안에 대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경제연구원에서도 비슷한 우려를 내놓았다. 한경연은 지난달 전국경제인연합회관에서 ‘한국의 재정건전성 진단과 과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했다.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2017년부터 2025년까지 9년 동안 국가채무가 782조원 증가하는 데 이는 정부 수립부터 2016년까지 증가한 627조원의 1.2배에 해당하는 수치라고 지적했다. 그들은 코로나19를 고려하더라도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점을 꼬집었다.


아직 재정에 여유가 있다던 정부마저 부채 증가 속도는 우려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절대 수준만 보면 아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지만 부채 증가속도를 보면 결코 안심할 수 없다”며 “코로나19 위기 대응으로 현재 속도라면 40%대에서 50%대에 이르는 데 2∼3년밖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채무 증가 속도와 함께 문제로 지적되는 요소가 바로 재정 지출의 성격이다.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 재정은 일시적 위기 극복을 위한 용도 외에도 아동수당 확대, 기초연금 인상 등 항구적 지출로 연결되는 형태를 보인다. 저출산으로 생산 인구는 줄어들고 고령화로 비경제활동 인구는 늘어나는 상황에 이러한 지출은 장기적 재정 악화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박형수 K-정책플랫폼 원장(전 조세재정연구원장)은 지난달 전경련 세미나에서 “한국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아동수당 확대, 기초연금 인상 등 한번 늘리면 줄이기 어려운 항구적 복지지출 비중이 높아져 재정 악화가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전 한국세무학회장) 또한 “우리나라는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들어서게 되면서 향후 국세 증가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국가재정은 국가 존망에 영향을 준다는 면에서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위기의 재정②] ‘당선에 눈 먼 후보들, 나라 살림 아랑곳’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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