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포 푸는 수험생 "수능 끝날 때까지 오랫동안 기다려주고 배려해준 고마운 친구들"
수시전형 논술·면접고사 시작돼 독서실·학원서는 '열공' 모드도 눈에 띄어
예·체능 계열은 지금부터 본격 시작…입시학원 다니러 '지방에서 서울로'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나고 서울 도심 곳곳의 유흥가와 번화가로 쏟아져 나온 수험생들은 시험이 끝난 해방감을 만끽하고 있었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회포를 풀고, 그동안에 쌓인 스트레스를 날리며 마음 놓고 즐기는 모습이었다. 수시전형 논술과 면접도 시작돼 다시 학원가와 독서실, 스터디카페 등을 찾는 수험생들도 많았다.
지난 19일과 20일 밤. 젊음의 거리라 불리는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 지하철역 8번 출구 앞.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식당·카페의 24시간 밤샘 영업이 가능해진 거리에는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로 넘쳤다. 곳곳의 술집에는 친구들과 후련한 마음으로 술을 즐기는 수험생들로 가득했다.
연남동에 위치한 한 술집에서 재수생 이모(19)씨는 대학생이 된 친구들을 만나 오랜만에 회포를 풀었다. 이씨는 "재수하면서 정말 오랫동안 친구들을 못 만났는데 수능 끝나면 곧바로 보기로 약속했었다"며 "친구들은 벌써 작년에 대학에 합격한 승자들"이라고 웃었다. 그는 또 "내가 수능을 치를 때까지 연락을 안 하고 배려해준 고마운 친구들"이라고 치켜세웠다.
동교동의 한 술집에서 만난 재수생 박모(19)씨는 "저는 이미 수시합격자라 그동안 못 만났던 친구들에게 연락을 돌리는 중"이라며 "바쁘게 연말 약속을 잡는 중이고 술은 주말 내내 마실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거리에선 술에 취해 친구에게 "나 이제 어떡해. 엄마한테 미안해서 어떡해"라며 "삼수는 못 하겠어"라고 말하며 울먹이는 재수생 모습도 포착됐다. 또 수능은 망쳤지만, 그동안 공부하느라 못했던 취미를 즐기는 수험생도 있었다.
동교동의 한 피시방에서 만난 고등학교 3학년생 황모(18)군은 "원래도 공부를 못했지만 솔직히 올해 수능은 너무 어려웠다"며 "이미 (수능 시험이) 망한 걸 알고 있어서 (심적으로) 해탈했고 재수학원이나 등록하겠다"고 덤덤하게 밝혔다. 그러면서 황군은 "이제는 부담 없이 취미인 게임을 즐길 수 있어서 좋긴 하다"고 덧붙였다.
강남구 대치동에서 재수학원 강사를 하는 김모(31)씨는 "성인이라 그런지 수능이 끝나자마자 술집으로 달려가는 재수생들이 많다"며 "매년 있었던 일이고 아무래도 오랜 수능 공부의 스트레스를 풀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능 시험은 끝났지만 수시전형인 논술과 면접고사가 시작돼 비어있을 줄 알았던 학원과 스터디카페, 독서실은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학생들로 다시 불이 켜졌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에 있는 한 스터디카페를 찾은 재수생 정모씨는 "수능 끝난 날, 바로 대학생인 친구들과 술 마시러 갔었지만 곧 면접 일정이 있어서 스터디카페에 왔다"며 "수능이 끝났다고 다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맘을 놓을 순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씨는 "얼른 남은 전형도 다 끝내고 맘 편히 술 마시고 싶다"며 "면접에서 제발 좋은 소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예·체능 계열 고등학교 3학년생 김모(18)양은 입시미술을 준비하기 위해 학원을 다니려고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김양은 "미술시험이 4개나 남아서 학원을 계속 다니며 정시 실기시험을 준비해야 한다"며 "1월 초부터 시작해서 1월 말까지 실기시험을 가·나·다에 맞춰 세 군데 쳐야 마무리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2년 동안 달려왔는데 한순간, 수능 몇 시간으로 평가받는다는 것이 허무했지만 그래도 끝났다는 생각에 기분은 좋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