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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점점 세지는’ 부부 프로그램…현실 반영과 자극 사이


입력 2021.12.01 06:30 수정 2021.11.30 20:31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사랑과 전쟁’ 카카오TV 통해 부활

부부, 연인들의 ‘충격적’ 사연 다루는 프로그램 늘어

막장을 방불케 하는 사연을 담는 부부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 실제 사연, 사건을 바탕으로 현실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지만, 자극적으로 향하는 모습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TV 캡처

2014년 종영한 부부 클리닉 ‘사랑과 전쟁’이 카카오TV를 통해 7년 만에 부활했다. ‘뉴(NEW) 사랑과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카카오TV와 채널S를 통해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KBS를 통해 방송됐던 ‘사랑과 전쟁’은 시즌1이 1999년부터 2009년까지, 시즌2가 2011년 11월부터 2014년 8월까지 방송된 장수 프로그램이었다. 부부들의 문제를 사연으로 재구성해 드라마로 보여주고, 이후 전문가들이 조언을 남기는 방식으로 진행된 이 프로그램은 부부라면 누구나 겪었을 법한 고민, 갈등을 통해 공감을 유발하고 바람직한 해결에 대한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는 의미가 있었다. 다만 해를 거듭할수록 소재가 고갈되기 시작했고,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사연들이 그 자리를 채우기 시작하면서 비판을 받았다.


결국 지나치게 통속적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한 채 폐지됐던 ‘사랑과 전쟁’이 최근 유튜브에서 젊은 시청자들에게 다시금 회자가 되기 시작했다. 짧게 요약된 영상들을 통해 ‘매운맛’ 전개가 주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는 반응들이 이어지면서, 시즌3가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부활한 것이다.


자극성과 선정성에 대한 한계가 분명했던 프로그램인 만큼, ‘뉴 사랑과 전쟁’ 초반에는 지금의 현실을 반영한 사연들이 담기고 있다. 특히 젊은 시청자들을 겨냥한 맞춤형 사연들이 이목을 끈다. 첫 회에서는 최근 가장 이슈인 부동산 문제를 녹여낸 신혼부부의 ‘내 집 마련’에 대한 에피소드가 담기는가 하면, 과거의 학교폭력 문제가 현재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이야기가 시청자들을 만나기도 했다.


가스라이팅 및 데이트폭력 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사랑해서 그랬다” 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벌어지는 범죄·살인 사건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예능프로그램도 생겨났다. TV조선 ‘미친사랑 X’에서 오은영 박사, 손수호 변호사가 드라마로 재구성된 사건을 지켜보며 범인의 심리 등을 분석한다. 가스라이팅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것을 시작으로 스토킹 범죄, 남편들을 독살한 사이코패스 아내의 이야기 등 다양한 사건들을 아우르고 있다.


오 박사가 ‘미친사랑 X’에 대해 “프로그램 제목을 듣고 너무 센 것 같아서 갈등했다”면서도 “인생에서 사랑을 빼놓을 수 없는데 ‘사랑하면서 어떻게 저럴 수 있지?’ 하는 사건이 많아서 사람들은 두려움을 갖는다. 그들의 심리를 제대로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나를 보호하고, 건강한 관계를 맺는 방법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한 것처럼, 현실에 바탕을 둔 사연들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전문가들의 분석을 들으며 배움을 얻는 것은 유의미한 일이다.


다만 심각하고, 때로는 충격적인 사건들을 다루는 만큼 소재를 단순히 흥미 유발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소재의 범위를 넓히며 의미를 전하려고 했던 ‘사랑과 전쟁2’가 결국 ‘막장’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초라하게 퇴장을 했듯이, 현실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공감이 동반되지 않으면 결국 시청자들의 피로감을 유발하게 된다.


최근 뜨거운 ‘에로’는 사라지고 웬수 같은 ‘애로’만 남은 부부들의 사연을 담는 채널A 예능프로그램 ‘애로부부’에서는 국제대회 금메달리스트로 유명한 운동선수인 남편을 고발한 어느 아내의 실제 사연을 바탕으로 한 ‘애로드라마-내 남편 XXX 씨를 고발합니다’가 방송됐고, 이에 분노한 시청자들이 선수의 정체를 추리하다 엉뚱한 선수가 지목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앞서도 ‘애로부부’는 지나치게 내밀한 이야기를 다루다가 출연 게스트의 발언이 논란에 휩싸이는 경우도 있었다.


공감 또는 해결 과정에 방점이 찍히지 않고, 소재의 자극성이 강조되다 보면 결국 엉뚱한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막장과 유의미한 부부 예능 사이에서 ‘해로운 시도’가 되지 않기 위한 각 프로그램들의 진지한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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