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확산에 각국 봉쇄조치 검토
석유 수요 회복에 '찬물'…지난해 5兆 적자본 정유업계 '노심초사'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이 각국으로 빠르게 번지면서 정유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 사태가 진정될 것이라는 기대 보다 오미크론 불확실성으로 인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지난해 상반기 '무더기' 적자를 본 정유사들은 실적에 또 다시 '빨간불'이 켜질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오미크론 여파에 미국·유럽 증시가 출렁이는 것은 물론, 국제유가도 연일 하락하고 있다.
유가는 최근 일주일 새 10달러 이상 급락했다.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배럴당 78.5달러에서 오미크론 보고가 잇따른 뒤 30일 66.18달러까지 떨어졌다. 66달러는 지난 8월 이후 최저치다.
같은 시기 브렌트유와 두바이유도 각각 82.31달러, 78.47달러에서 70.57달러, 71.88달러로 11.74달러, 6.59달러 하락했다.
오미크론은 아프리카에서 처음 감염자가 발견된 뒤 유럽, 아시아, 북미, 오세아니아, 남미 등 전 대륙에서 변이 확진자가 보고되고 있다.
특히 기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새 변이에 취약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 공포심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미국 제약사 모더나의 스테판 방셀 최고경영자(CEO)는 파이낸셜타임즈(FT)와의 인터뷰에서 "기존 백신이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 델타 변이만큼 효과적이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해 공포심리가 확산됐다.
이 같은 전망은 회복되고 있는 석유 수요가 또 다시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미 유럽, 미국 등 주요국들은 남아공 등에서 오는 항공편을 중단했다.
지난 25일 영국과 이스라엘을 시작으로 이후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과 미국, 아시아·태평양 주요국들은 남아공과 인근 국가에서 오는 항공편을 중단했다. 아울러 자국민 외 입국 금지, 격리 등의 조치도 발표했다.
갑작스러운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정유업계는 노심 초사하고 있다. 기대했던 석유제품 회복세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정유사들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은 최근 3달러대로 하락했다. 10월까지만 하더라도 8달러대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보이던 정제마진이 불과 한 달 새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 것이다.
정제마진은 원유를 수입한 후 정제해 휘발유, 경유 등의 석유 제품을 만들어 팔 때, 얼마만큼 이익을 남길 수 있느냐는 것으로, 통상 업계에서는 배럴당 4~5달러를 정제마진 손익분기점(BEP)으로 판단한다.
이에 대해 하이투자증권은 "유가가 하락한 영향도 있으나, 유럽 내 코로나 재확산으로 오스트리아 등 일부 지역에서 이동제한 조치가 실행되며 수요 둔화 우려가 높아진 것이 주요한 요인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이후 약 2년 만에 제대로 된 수익을 바라볼 수 있게 된 상황에서 변이 바이러스 등장으로 또 다시 석유 제품 소비가 위축되면 정유사들의 수익 회복도 그만큼 늦춰질 수 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정유사들은 내년도 정유 부문 사업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 정유사들은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유 등 석유제품 수요가 급감하자 지난해 정제설비 가동률을 70% 초반 수준으로 대폭 낮췄으나 수요가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자 가동률을 다시 끌어올려왔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이제 회복되기 시작한 국내외 이동 수요가 방역 강화로 다시 감소할 우려가 크다"면서 "이후 나타나는 지표 확인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오미크론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매우 낮아지고 있는 글로벌 재고 때문에 정제마진 조정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미국 정제설비 가동률은 88.6%로 90%에 육박하나 휘발유 재고는 4년래 최저치까지 감소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하이투자증권 역시 "점차 높아지고 있던 수요 회복 기대가 한층 낮아지긴 했으나, 약 2년 동안 코로나에 대한 내성이 생겼고 백신접종도 상당부분 진행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작년, 올해와 같은 수요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