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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세를 이제야…"제발 말 좀 들어요" [황보준엽의 후비기]


입력 2021.12.08 08:04 수정 2021.12.08 08:47        황보준엽 기자 (djkoo@dailian.co.kr)

'부자감세' 논리에 반대만 하다, 선거 앞두고 태세전환

여당은 1주택자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했다.ⓒ데일리안

"말 좀 들어라."


학창 시절 부모님과 선생님에게 자주 듣던 말이다. 그땐 지독히도 말을 듣지 않았다.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맞는 말인 것을 알면서도 따르지 않았다. 내가 틀렸다는 것도 느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괜한 간섭을 받는 것 같은 기분에 반항심이 작용했기 때문이었던 같기도 하다. 결국 쉬운 길을 몇 바퀴는 돌아서 갔다.


가만히 보고 있자면 그간 정부와 여당은 마치 나의 사춘기 시절 같다. 죽어라 말 안 듣는 그때의 그 모습이다. 최근 여당은 1주택자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했다. 앞으로 1주택자는 집을 팔 때 12억원 이하일 경우엔 양도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다주택자 양도세의 완화도 검토 중이다. 매물 출회를 이끌어 내 재고주택 시장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의도에서다. 그렇게 반대하다가 이제야 검토에 들어갔다.


양도세는 이미 오랫동안 시장에서 지적됐던 문제다. 완화해야 한다고. 보유세를 높여놨으니 거래세를 낮춰 매물을 풀도록 해야 한다고. 그때마다 여당은 '부자감세', '불로소득 차단' 등을 이유로 들며 강하게 반대했다. 양도세 완화 없이도 충분히 시장 안정이 가능하다고 주장해왔다.


갑작스런 태세전환은 부동산 민심이 얼마나 흉흉한 지 확인한 결과일 테지만 문제는 지금 양도세를 완화해 봐야 주택 시장 안정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이제 다주택자들은 대선만 바라보고 있다. 내년 대선에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취득세 등 대대적인 세제 정책 변화가 걸려있는 만큼 지금 시점에선 양도세 완화가 이뤄져도 집주인들이 집을 내놓을 가능성은 낮다.


물론 어떻게든 시장을 안정시켜보려는 시도라는 점은 이해한다. 다만 진즉에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었더라면 이런 고민을 할 필요도 없었다. 시장은 더 빨리 안정됐고, 제자리를 찾았을 가능성이 크다.


25번의 규제를 내면서 어느 순간부터 본인들도 알았을 것이다. 잘못됐다는 것을. 그리고 시장의 요구가 맞다는 것을.


그러나 마치 사춘기 청소년처럼 귀를 닫고 멋대로 행동했다. 결과는 처참한 실패였다. 괜한 고집에 가지도 않아도 될 길을 갈 필요는 없다. 이제라도 주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두 번째 사춘기는 오질 않기를 바란다.

황보준엽 기자 (djk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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