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민주당 상징색 뺀 이재명의 '회색' 정치 [정계성의 여정]


입력 2021.12.09 07:00 수정 2021.12.09 10:52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소상공인과 함께하는 전국민선대위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상징하는 색이 있다면 회색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 은발에서 다크 그레이로 염색을 했고, 공식 석상에서도 회색 계열의 옷을 자주 착용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광주 선대위 출범식에는 아예 회색 맨투맨 티셔츠를 단체로 맞춰 입었다. 그 사이 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은 주변부로 밀려났다.


정확한 변화 시점을 특정할 순 없지만 ‘이재명의 민주당’을 강조하던 시기와 대략 일치한다. 대선 후보로 결정됐을 때만 해도 이 후보를 비롯해 민주당 주요 인사들은 모두 파란색 점퍼를 입고 회의에 나타나고 선거운동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모습을 보기 어려워졌다.


회색은 단순히 검은색과 흰색의 중간에 있다고 인식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꽤 복잡하다. 회색 원단을 만들 때에는, 특히 고급일수록 검은색과 흰색뿐만 아니라, 붉은색과 파란색 등 다양한 실이 사용된다고 한다. 그래서 주변의 광량에 따라 같은 회색이라도 다른 색의 느낌을 낼 수 있다.


선대위 관계자는 “자유분방함과 다양성을 가지고 2030세대에게 보다 편하게 다가가기 위함”이라고 했다. “모두 파란색을 입는 것이 국민에게 전체적이고 집단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한다. 간담회나 현장 방문 등의 행사에서 이 후보가 와이셔츠와 넥타이 대신, 라운드 티셔츠 혹은 니트를 착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달 28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 대전환 선대위 출범식에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문재인 정부나 민주당과 일정 부분 거리를 두고 이 후보를 돋보이게 만들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데일리안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공정(주)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이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한 응답자의 74.2%가 ‘리더십과 자질’을 그 이유로 꼽았다. 반면 소속 정당(7.8%)이나 공약(7.7%), 도덕성(1.9%)을 꼽은 응답자는 거의 없었는데, 결과에 비춰보면 상당히 주효한 전략으로 보인다.


재미있는 것은 이 후보가 던지는 메시지도 회색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물론 개별적인 메시지는 회색의 천을 구성하는 붉은색·검은색 실 같이 명확하다. “이재명은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킨다”, “야당이 발목을 잡으면 차고 가겠다”, “구 적폐 세력의 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식이다.


그런데 다른 쪽에서는 “국민이 반대하면 국토보유세를 할 수 없다”, “기본소득을 반드시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며 모호한 메시지를 낸다. 자신이 꺼냈던 전 국민 재난지원금도 강한 저항이 일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철회했다. ‘빨갛다’ ‘파랗다’ ‘검다’와 같이 색을 표현하는 말은 많지만 회색은 형용이 어려운데, 이 후보의 메시지와 행보가 딱 그렇다.


이 후보는 “맥락을 보라”고 타박하지만 야권에서는 ‘이중언어’라는 비판이 나온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국민의 반대가 높은데 안 하겠다는 것이냐 (물으면) 이 후보는 설득할 자신이 있다고 답한다”며 “하겠다는 것인지 안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리더는 이중언어를 쓰면 안 된다”며 “변신할 때는 그 근거에 대해 국민에게 진정한 반성과 해명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정계성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