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슨, 본계약 체결 지연…산은과 대립에 불확실성 커져
쌍용자동차가 새 주인을 찾을 수 있을까. 대주주인 마힌드라가 지난해 6월 지배권을 포기하겠다고 밝힌 지 18개월이 지난 지금에도 물음표는 여전하다.
우여곡절 끝에 전기버스를 생산하는 에디슨모터스를 주축으로 하는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정밀 실사 이후 아직까지 본계약 협상을 시작하지 않고 있다.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은 실사 결과 예상 보다 많은 부실이 발견됐으니 인수가격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3100억원 가량 써낸 인수금액에서 더 깎아 달라는 것이다.
에디슨모터스는 인수금액이 낮아지더라도 예정한 대로 운영자금 8000억원 가량을 투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인수자금 3100억원에 운영자금 53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인데 여기서 깎은 인수자금만큼 운영자금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에디슨모터스의 요구대로 인수자금을 얼마라도 깎은 뒤 본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고비는 남아있다.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평택공장 부지 등을 담보로 산업은행에서 7000~8000억원의 대출을 받아 운영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이 같은 자산담보대출 계획에 공개적으로 거절 의사를 밝히면서 상황이 여의치 않게 됐다. 산업은행과 에디슨모터스 사이에 불편한 기류가 흐르는 상황을 알고도 다른 시중은행나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지는 미지수다.
자금마련 계획에 계속 차질이 생기면 딜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년 6개월을 끌었던 쌍용차의 새 주인 찾기는 좌절되고 청산 수순을 밟을 수 있다.
딜 무산 가능성에 초조해 할만도 하건만 에디슨모터스는 여유로운 모습이다. 오히려 쌍용차 인수 계획이 채권단 인가를 받지 못할 경우, 미련 없이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우리는 충분히 매수 의사를 보였지만 산업은행이 자금 승인을 안해주니 어쩔 수 없다'라는 뜻으로 읽힌다.
사실 딜이 무산돼 쌍용차가 청산 수순을 밟게 되더라도 에디슨모터스로선 별로 손해볼 것이 없다. 청산되는 자산에서 생산설비 등 필요한 부분만 매입하는 게 비용 부담이 적다.
반대로 쌍용차 인수가 성사되면 에디슨모터스는 회사 사이즈의 몇 배나 큰 국내 5대 완성차 중 한 곳을 손에 넣게 되니 이득이다.
쌍용차가 존속돼 대주주로 등극하거나 청산돼 일부 설비만 사들이거나 에디슨모터스에게는 모두 이득인 셈이다. 매각 일정이 차일피일 늦어지고 있지만 초조해하지 않는 이유다.
에디슨모터스의 상황과 달리 부정적인 여론에 시달려야 하는 것은 산업은행이다. 쌍용차에는 부품·협력사 등 직·간접적인 일자리가 20만명이나 달려있다. 이들 구성원의 생존을 고려하면 가급적 딜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교롭게도 에디슨모터스의 '원대한' 계획에 제동을 거는 '악역'을 산업은행이 하고 있다. 경제 논리로 보면 에디슨모터스의 자금력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는 산업은행의 주장이 일리가 있지만 정치·사회 논리로까지 확장하면 덮어놓고 반대하기만은 어렵다.
결국 시간이 갈수록 쌍용차 인수전에 유리한 것은 에디슨모터스다. 만일 산업은행이 끝까지 반대한다면 매수 의지를 밝혔음에도 타의에 의해 무산됐다는 명분과, 적은 돈으로 쌍용차 설비를 사들이는 실리 모두 챙길 수 있다.
딜 막판에 산업은행이 마음을 돌이킨다면 에디슨모터스는 8000억원대 자산담보대출 등에 힘입어 큰 돈 들이지 않고도 쌍용차를 손에 넣을 수 있다.
에디슨모터스와 산업은행의 힘겨루기 속 가장 속앓이를 하는 것은 쌍용차 구성원이다. 이미 임금 삭감, 무급휴직 등으로 오랜 기간 생존을 위해 버텨왔지만 1년 6개월의 기다림의 결과가 무위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생존이냐, 청산이냐 하는 중대기로에 서있다. M&A와 회생절차를 하루라도 빨리 마무리짓고 정상화를 위한 신차 출시가 시급하다. 에디슨모터스의 '거친 생각'과 산업은행의 '불안한 눈빛'을 '지켜보는' 쌍용차 구성원들은 까맣게 속이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