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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밥상에 큰 숟가락 얹은 세 사람


입력 2021.12.16 07:33 수정 2021.12.15 15:34        데스크 (desk@dailian.co.kr)

김종인 ‘대통령’, 이준석 ‘공동 후보’, 홍준표 ‘후보 경쟁자’

껴안는 윤석열 스타일 이용하는 ‘교활한 말리는 시누이들’

ⓒ데일리안 DB

자고 일어나면 이어지는 이재명의 말 바꾸기, 반성과 사과 ‘장난’ 혜택을 윤석열이 톡톡히 누리진 못하고 있다.


12월 둘째 주 여론조사들은 제1야당 후보 윤석열의 회복세를 보여주긴 한다. 그러나 집권당 후보 이재명도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고 오른다. 그 폭이 윤석열 것이 조금 커 격차가 다시 벌어지고 있을 뿐이다.


상식적인 예상에 맞게 여론조사 결과가 달라지려면, ‘갈등 봉합’으로 당 중앙 선대위 닻을 올린 윤석열은 5% 포인트 이상 오르고, 그의 정책이 과연 뭐고 기본 입장이 뭔지 이제 헷갈릴 만큼 어제와 오늘 말이 계속 바뀌는 이재명은 5% 포인트 가까이 떨어져야 한다.


물론 선거일이 3개월 내로 가까워져 진보좌파와 보수우파 지지자들의 결집 현상이 심해진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두 후보 간의 우열이 별로 뚜렷해지지 않는 것은 중도층과 무당층이 아직은 한 쪽으로 쏠리지 않고 있는 까닭이 더 크다.


왜 그들은 지난번 국민의힘 대선 후보 최종 확정 후 보인 컨벤션 효과 지지 표심으로 돌아오지 않는 것일까? 윤석열이 선대위 구성 전 갈등을 마무리한 데 대해서는 부정보다 긍정적인 시각이지만, 그 이상의 무엇을 보여주진 못한다는 답답함 탓이 클 것이다.


그 답답함은 윤석열 본인이 주는 것도 없지 않으나 그 옆에(또는 위에?) 있는 사람들의 호가호위(狐假虎威,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호기를 부림)가 더 많이 제공하고 있다. 세 사람이 호랑이 행세를 하는 그 여우들이다. ‘윤석열 밥상’에 큰(王) 숟가락을 얹고 그의 껴안는 성격에 올라타는, ‘교활한 말리는 시누이’들이다. 이들의 속마음은 항상 후보보다 자기들이 먼저다.


상왕(上王)을 노린다는 손가락질에도 불구하고 밀고 당기기 끝에 ‘총괄’ 선대위원장 자리를 결국 차지한 김종인은 선대위는 당연히 자기 마음대로, 앞으로 윤석열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그 후에도 자기 마음대로 국정을 좌지우지하겠다는 듯한 발언을 내놓고 있다.


100조 코로나 지원금 정책이 대표적이다. 후보 윤석열은 이미 50조 얘기를 했는데, 후보와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경제 전문가’로서, 또 중도 외연 확장을 위한 진보적 정책 개발 ‘기술자’로서 영입된 선대위 사령탑이라면 당연히 후보가 그것을 수정 발표하도록 뒤에서 역할 했어야 마땅한 것 아닌가?


김종인은 자기가 대통령이 된 듯 목에 힘이 들어가 있다. ‘뭘 잘 모르는 정치 신인’ 윤석열을 당선시켜 ‘경제 민주화’ 등 자신의 진보적(좌파적) 보수 정책들을 구현, 평생소원을 풀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는 모습이다. 그는 지난 2017년 77세 나이로 대선에 직접 출마했다가 사람들 관심이 허경영보다도 못하자 슬그머니 포기하고 안철수 지지로 돌아섰던 사람이다.


그가 윤석열 선대위에서 꿈꾸는 건 한마디로 상왕인데, 그가 실제로 상왕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믿는 보수 논객들은 전무하다. 그는 그런 위인(爲人)이 못 되고 윤석열도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호가호위의 두 번째 주인공은 당 대표 이준석이다. 나이 40이 가까워지고 정치 경력 10년이 넘어가는데, 이 0선 정치인은 밤낮 관심이 2030, 그것도 여자는 뺀 젊은 남자들이고 그것을 무기로 윤석열을 조종한다. 그래서 자기 멋대로 근무지 이탈도 하며 윤석열을 경선 이전투구에서 살려낸 캠프 핵심 인사들을 ‘윤핵관’ 운운하며 공격, 자기 자리와 영향력을 빼앗아 오는 데 일단 성공했다.


이준석이 보인 첫 번째 작품은 지지자들과 사진 찍기를 원한다는 빨강색 후디(모자가 달린 윗옷)였다. 색깔도 그렇고, 앞에는 ‘사진 찍고 싶으면 말씀 주세요’ 뒤에는 ‘셀카 모드가 편합니다’ 라고 새긴 문구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문제는 유치하기만 한 게 아니라 자기가 후보보다 더 돋보이려는 수작이다. 옷도 똑같이 입고 걷기도 나란히 걷는다. 손은 더 크게, 더 높이 흔든다. 자신이 대통령 후보라고 착각하지 않는다면, ‘명예 공동 후보’로 생각하는 게 분명하다. 당 대표로서 당연직인 상임선대위원장 말고 미디어 홍보 본부장도 맡고 싶어 한 배경에는 바로 이런 자기 홍보도 겸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


마지막 호가호위 선수는 홍준표다. 당내 경선에서 떨어진 사람이 승자에게 자꾸 매달려 동렬(同列)에 서려고 하니 호가호위다. 그는 계속 윤석열을 공격하며 선대위 참여 줄다리기로 자신의 영향력 유지를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그에게 정권교체 대의 같은 건 안중에 없다. 애처롭다.


그는 교수 880명(대한민국 교수들을 대표하기라도 하는 듯 연말마다 생소한 사자성어를 어디선가 찾아내 발표하는 이들도 가소롭기는 마찬가지다)이 선정했다는 묘서동처(猫鼠同處,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잠을 잠)란 말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도둑 잡는 자와 도둑이 같이 합세한 나라, 이게 지금의 대한민국 이다. 도처에서 도둑만 들끓는 서글픈 나라가 되었다.”


집권 세력이 만들어낸 의혹들 중 하나도 제대로 된 증거가 나오지 않은 윤석열이 도둑이면 홍준표 자신은 어떤 사람인가? 그는 한나라랑 원내대표 시절 국회 특수활동비(월 4000~5000만원) 중 일부를 자기 부인에게 갖다 줘 횡령 혐의로 한 시민단체로부터 고발을 당했고, 그의 입으로 그것을 자인도 했던 사람이다.


윤석열은 이 세 명의 여우들 등살에 묻히는 무기력한 모습을 현재는 보이고 있다. 그의 약점이자 강점은 기다림이다. “시간도 때로는 일을 한다”고 했다. 그 다음에는 전광석화(電光石火)다. 그 시간, 즉 세 여우들이 잠잠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길어야 한두 달이 될 것이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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