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가계신용 1845조 육박, 주담대↑
"청년층 가계부채 규모·내용 심각"
금리 인상 불가피...이자 부담 '비상'
올해 한국의 가계부채는 꾸준히 증가해 1845조원까지 육박했다. 6개월만에 1800조원을 첫 돌파한 가계부채는 3개월만에 40조원 이상 불어나며,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자리잡았다. 이같은 금융불균형의 심각성은 은행들의 가계대출 총량관리로 이어져 대출 금리가 폭등하기에 이르렀다. 차주들의 이자상환 부담이 대폭 커진 가운데, 2030세대들을 포함한 취약계층 차주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 GDP 넘어선 빚, 집 값이 ‘부채질’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가계부채(잠정)는 1844조9000억원(가계대출 1744조7000억원, 판매신용 100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실질국내총샌산(GDP) 1836조를 훌쩍 뛰어넘은 수준이다.
3분기 증가폭은 36조7000억원으로 2분기(43조5000억원)보다 축소됐으나, 1분기(36조7000억원)와는 비슷했다. 1년 전보다 163조1000억원이 불어난 수준이다. 금융당국의 고강도 대출 규제와 코로나19에 따른 대면소비 부진으로 7분기만에 전체 증가폭은 둔화됐다. 그러나 ‘집 값’ 폭등에 따른 대출 유인은 갈수록 커졌다.
가계부채 중 3분기 주택담보대출은 969조원으로 6월말보다 20조8000억원 늘었다. 증가폭은 5년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한은은 “올해 주택 매매, 주택전세 거래가 3분기에도 지속됐고 2분기보다 기승인된 집단대출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 주담대 증가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가격이 폭등했음에도 집을 사려는 수요가 계속 이어졌다는 뜻이다. 반면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775조7000억원으로 각 금융기관 가계대출 강화로 전체 업권에서 증가폭이 축소됐다.
◆MZ세대 대출 ‘아킬레스건’ 될라
한국의 가계 빚은 규모는 물론 내용에서도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청년층 가계부채 비중이 크게 확대된 상황이다. 청년층의 부채 규모는 증가 속도가 빠르고, 특히 소득대비 이자 상환 비율이 여타 연령층보다 월등히 낮아 심각한 수준이다.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이들 최근 가계부채 증가를 이끌면서 경제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상반기까지 청년층의 가계부채는 485조7900억원으로 전체 부채(1805조9000억원)의 26.9%를 차지했다. 2분기 기준 역대 최대 수준이다. 2019년 말 390조원대에 육박한 청년층의 빚은 지난해 400조원을 처음 넘어서더니 올해 약 20조원이 더 불어났다. 청년층의 가계부채 증가율도 전년 동기 대비 12.8%로 타 연령층의 증가율(7.8%)을 크게 웃돌았다.
이같은 청년층의 채무 배경에는 부동산 비중과 주식, 암호화폐 등의 ‘빚투(빚내서 투자)’가 자리하고 있다. 특히 내 집 마련에 대한 수요가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청년층 주담대의 가계부채 증가 기여율은 1.5%에서 6.6%로 네 배 넘게 확대됐다. 실제 올해 상반기 수도권의 아파트 매매거래 중 청년층의 거래비중은 36.6%에 달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16년 6월말부터 올해 6월 말까지 4년 동안 시중은행의 주담대 신규취급액(579조3440억원) 중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44.5%로 나타났다.
집을 사지 못한 청년들도 대출이 불가피했다. 올해 2분기 20~30대 대출에서 전세자금대출의 비중은 25.2%로, 다른 연령층의 평균치인 7.8%를 크게 상회했다. 이 외 신용대출에 의한 주식투자 수요도 급증했다. 2분기 신용대출 비중은 20.1%로 지난해 주요 증권사의 신규계좌 723만개 중 2030대가 54%(392만개)를 차지했다.
◆ 1% 오르면 연간 이자 3조↑...내년 또 올린다
이미 대출에 허덕이고 있는 MZ세대이지만 이자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강화에 따른 은행들의 가산금리 인상, 우대금리 축소 등으로 대출금리가 대폭 뛰었다. 앞서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 미국 중앙은행의 긴축전환 예고 등으로 국채 금리가 급등했다. 현재 주담대 금리는 5%, 신용대출금리는 4%를 돌파했다.
대출 이자가 몇개월만에 폭등하자, 청와대에는 은행이 폭리를 취한다는 청원게시물이 등장하기도 했다. 여론이 빗발치자 금융당국은 전세대출 등 실수요자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지난달 19일에는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들을 불러 대출금리를 살펴볼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후폭풍은 끝나지 않았다. 한은이 지난 8월 기준금리를 연 0.50%에서 0.75%로 올린 뒤 지난달 또 한번 1%까지 올렸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p, 0.5%p 인상될 때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은 지난해 말 대비 각가 2조9000억원, 5조80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된다. 차주 1인당 연간 이자부담규모는 지난해 말 271만원에서 각각 286만 원, 301만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취약차주 이자 예상액은 320만원에서 373만원으로 53만원으로 확대된다.
내년 금리 인상 시계도 이미 움직이는 중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리 인상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를 올려도 통화정책은 여전히 완화적”이라며 “1분기 추가인상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역시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내년 1분기 기준금리를 1%에서 1.25%까지 올리고, 하반기는 미국 금리인상에 대응해 3•4분기 1.5%혹은 1.75%까지 상향할것으로 점쳐진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기조도 내년에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MZ세대를 포함한 ‘영끌(영혼까지 끌어서 투자)’족과 ‘빚투(빚내서 투자)’족의 탄식이 더욱 짙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