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대책, 16개월째 신규택지 지구지정도 못해
과천청사·태릉CC 등 사업지별 잡음 계속
"일방적 정책 추진 후폭풍…대선後 사업 불확실성↑"
정부는 최근 집값이 안정세를 보이고 대규모 공급대책이 계획대로 추진되는 만큼 서둘러 집을 사지 말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이 같은 발언이 무색할 정도로 지난해 발표된 8·4대책은 16개월가량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21일 국토교통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8·4대책은 줄곧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추던 정부가 '공급 확대'로 돌아선 이후 처음 내놓은 대규모 공급대책이다. 2028년까지 서울·수도권 일대에 13만2000가구 정도를 공급한다는 게 대책의 핵심이다.
단기간 집값이 급등했지만 부지 확보가 어려운 서울의 경우, 정부 소유의 알짜부지를 활용해 도심 내 주택을 늘리기로 했다. 당시 정부는 노원구 태릉CC 1만가구를 비롯해 정부과천청사 4000가구, 용산캠프킴 3100가구 등 24곳에서 총 3만3000가구 공급을 약속했다.
하지만 8·4대책은 이번 정권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든 지금까지 표류하고 있다.
당초 올 상반기까지 완료하겠다던 신규택지 지구지정은 연말로 한 차례 일정을 미뤘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내년까지 마치는 것으로 또다시 계획을 연기한 상태다. 24곳 사업지 가운데 현재까지 지구지정 등 인허가 절차를 마무리한 곳은 한 군데도 없다.
이례적으로 정부 정책이 엎어지는 사태도 발생했다. 서울 접근성이 뛰어난 입지에 대규모 공급이 예정돼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았던 과천청사와 태릉CC 공급계획 무산이 대표적이다.
과천의 경우 주민 반발이 거세지면서 청사부지 대신 과천과천지구 자족용지 전환 및 갈현동 일대를 개발해 기존보다 많은 4300가구 공급으로 계획을 들었으나 난개발 우려 등 진통은 계속되고 있다.
태릉CC 역시 그린벨트 훼손과 극심한 교통난을 우려하는 주민 반대로 1만가구에서 6800가구로 축소했다. 하지만 부지 내 자리한 태·강릉 경관 문제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 계획대로 주택이 공급되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왕릉 경관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시행을 맡은 LH는 지난달 '유산 영향성 분석 연구'와 '문화재 지표 조사' 용역에 착수했으나 모두 유찰돼 사업 일정이 더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밖에 신규택지들 역시 택지 조성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정부는 사업 추진에 문제가 없단 반응이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는 '2022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내년께 신규택지 주요 부지별 개발구상 및 사업계획 수립, 실시설계, 착공 등 절차에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태릉CC는 내년 상반기 중 지구지정을 완료하고 2023년 지구계획을 확정하며 과천의 경우 갈월동은 상반기 지구지정 완료, 과천과천지구는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쳐 연내 지구계획 확정한단 계획이다.
일각에선 제대로 된 지구지정 절차도 밟지 못하고 임기를 마칠 수도 있단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실질적인 사업은 내년 대선 이후에나 가능한데 다음 정부에서 8·4대책을 책임감 있게 이어갈지 등 불확실성이 크단 견해다.
전문가들은 지자체와 주민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한 데 따른 예견된 결과라고 평가한다. 뒤늦게 공급 확대로 정책 기조를 전환하면서 '속도전'에만 치우쳐 졸속으로 대책을 마련했단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책 발표 이전에 충분히 지자체와 협의하고 주민 의견을 듣지 않은 데 따른 부작용"이라며 "정권이 바뀌면 현 정부 주택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추진 중인 사업이 흔들리거나 정부 정책이 수정·보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규택지로 선정됐지만, 사업이 무산되는 사례가 나올 수도 있다"며 "현 정부 정책이 향후 주택시장의 또 다른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