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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내년에도 현지 정유사에 족쇄…韓 정유사 반사이익 '군침'


입력 2021.12.21 13:40 수정 2021.12.21 13:40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플래츠 등 "내년 中 정부, 민간 정유사 감독 강화 전망…세제 강화·시설 폐쇄 등"

중국 순수출 축소 시 국내 정유사 이익 증가 기대…"낙관 이르다" 지적도

에쓰오일 울산공장의 잔사유 탈황시설 전경. 원료인 중질유에서 유황 등 대기오염 물질을 제거해 초저유황 경유, 저유황 선박유 등의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한다.(자료사진)ⓒ에쓰오일

중국이 현지 정유사에 대한 규제를 내년에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 정유사들이 반사이익을 거둘 지 주목된다.


규제 강화로 중국 기업들이 석유제품 수출을 축소하면 그만큼 아시아 정유 시장에 대한 공급과잉 우려를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석유제품 마진 개선으로 이어져 국내 정유업체들의 이익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산둥성에 있는, 이른바 티팟(Teapot)으로 불리는 소규모 민간 정유업체 19곳이 정제시설 환경규제 위반 등으로 최근 당국으로부터 시정 조치를 받았다.


글로벌 에너지 정보업체인 플래츠(Platts)에 따르면 중국 생태환경부는 이들 민간 정유사가 환경요건을 위반했으며 허가 없이 정제시설을 구축했다고 판단했다.


산둥성은 민간 정유사 20여개가 밀집해 있는 정제시설 허브로 알려져있다. 정제능력은 연간 1억6940만t 규모로, 중국 민간 정유업체 전체 정제능력의 절반(52%) 이상을 차지한다.


플래츠는 이 같은 중국 당국의 감독 강화로 민간 정유사들이 정제 설비를 가동하는 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중국 당국은 올해 상반기부터 현지 정유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왔다.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6월 민간 정유업체에 경순환유(LCO) 등 3종의 석유제품에 대한 수입 소비세를 부과했다.


국가 표준에 맞지 않는 LCO 등을 수입해 전체 정유 시장을 흐리고 있다는 이유다. LCO는 탄화수소 혼합물로 황 함량이 높으며 주로 경유를 만드는 데 쓰인다. 원유 수입 쿼터 역시 지난해 보다 30% 넘게 축소했다.


높아진 원자재 가격 부담으로 민영 정유업체들은 가동률을 계속 하향 조정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들 민간 정유사의 최근 가동률은 64.9%로 올해 하반기 평균(67.7%)을 밑돌고 있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들어 가동률 하향 조정이 빠르게 이뤄지는 것은 티팟 업체들이 주로 투입하는 LCO 등 2차 원료에 대한 소비세 부과와 원유 수입 쿼터 축소 등에 따른 영향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에쓰오일 역시 지난 10월 말 가진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티팟 정유사에 대한 중국 정부의 원유 수입 쿼터 축소는 중국 내수 시장 경쟁을 완화시켜 국영 정유사들이 역내 수출 물량을 줄이는 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중국의 3분기 수출 물량은 2분기와 비교해 40% 이상 감소했다. 역내 정유 제품 공급을 타이트하게 하는 데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플래츠도 민간 정유사들의 정제처리량 감소는 중국의 2060년 탄소중립 목표 설정과 더불어 현지 국영회사의 경쟁력을 개선시키기 위한 조치가 맞물린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민간 정유사에 대한 중국 당국의 규제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당장 동계올림픽을 전후로 대기질 관리에 힘써야 하는 상황인데다, 중장기 목표로 설정한 2030년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의 정제시설 폐쇄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플래츠는 "올해 상황을 감안할 때 내년 중국 정부의 민간 정유사에 대한 감독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잘못된 세제 관행 개선, 소규모 노후 시설 폐쇄 등이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계비용이 높거나, 고부가가치 생산시설을 갖추지 못한 경쟁력이 낮은 시설 중심으로 정제처리량이 축소되거나 가동 중단이 나타날 것"이라며 "2022~2023년은 정제시설 통폐합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 연구원 역시 "티팟 업체들의 원가 부담 상승에 따른 가동률 하향 조정은 내년에도 지속돼 아시아 역내 공급부담 완화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과적으로 중국 정유사들의 생산 및 수출이 축소되면 아시아 정유시장에 대한 순수출량 역시 감소할 전망이다. 공급부담이 완화되는 만큼 석유제품 마진도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티팟 정유사 수입쿼터 축소 기조가 유지되면 역내 공급이 제한돼 아시아 지역 공급이 타이트해질 것"이라며 "국내 정유사 마진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대했다.


다만 국내 정유사들의 수혜를 낙관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중국의 공급이 아무리 줄더라도 내수에서 받춰주지 못하면 석유제품은 또 다시 아시아 시장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오미크론 등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중국 현지 수요를 낙관하기 힘들어졌다"며 "중국의 수출·수입 쿼터 규제로 순수출이 축소된다면 우리에겐 호재가 되겠지만, 만일 반대의 상황이 된다면 그만큼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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