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물류 통합 작업 시동에 해운업계 거센 반발
1년 전 대립과 같은 상황에…영역 다툼 대신 상생안 마련해야
포스코의 물류 통합 움직임을 두고 시작된 포스코-해운업계의 갈등이 1년 반 만에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포스코는 계열사별로 흩어져 있는 물류 업무를 자회사 포스코터미날로 통합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사실상 2자물류회사를 두는 것이며 이로 인해 생태계 교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해운업계의 반발이 거세지면서다.
지난해 12월 포스코는 일본 미쓰이물산이 보유한 포스코터미날 지분 49% 전량을 759억5000만원에 인수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터미날은 포스코의 100% 자회사로 편입됐다. 포스코터미날은 그간 포항·광양제철소를 중심으로 해상물류유통업(환적, 보관 및 기타 부가서비스) 및 창고업 등을 영위해왔다. 포스코는 지분 취득 목적에 대해 합작 계약 종료 후 사업 지속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포스코는 비용 절감과 업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물류 통합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포스코와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케미칼 등의 계열사는 현재 각각 물류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업무를 통합할 경우 배 두 척이 필요했던 일을 배 한 척으로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비용 절감도 가능해진다.
하지만 해운업계는 포스코가 그룹 내 물류 기능을 포스코터미날로 통합할 경우 해운 물류산업 생태계를 해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번 결정을 철회하지 않으면 지금껏 유지해왔던 해운물류업계와의 상생협력 관계가 힘들어질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해운물류업계 전문가들은 포스코그룹 전체 물류 일감이 포스코터미날로 이관될 경우 또 하나의 대기업 물류자회사가 탄생할 것이며, 이는 2020년 5월 포스코가 추진했었던 물류자회사 신설 시도와 별반 차이가 없는 우회 행보라고 지적하고 있다.
포스코는 국내 초대형 화주 중 하나로 자리해왔던지라 해운업계가 포스코의 물류 통합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철강업이 주력인 포스코그룹의 전체 물류 일감은 연 3조원에 달하며, 연간 물동량은 1억6000만t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장기 불황을 이어오던 해운업계는 정부의 해운재건 사업을 통해 최근 다시 살아나고 있지만, 자체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하기엔 역부족이다. 지난해 수익성 개선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급격한 경기 회복과 이례적인 고운임 현상 등 외부적 요인이 컸기 때문이다.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아 글로벌 선사들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 해운업계로서는 막대한 물동량을 보장해 줬던 포스코의 일거수 일투족을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물류 효율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포스코만 무조건 탓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과거 물류 통합 추진 과정에서 마찰이 있었던 만큼 해운업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은 있었어야 했다.
현재의 모습은 자회사 설립 시도로 대립했던 2020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포스코가 법인 설립 시도를 철회한 뒤 1년 반의 시간이 흘렀지만, 서로의 신뢰를 확보할 만한 대화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화주와 선사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다. 해운업계는 포스코라는 대형 화주가 중요하고 포스코 역시 국적선사가 굳건히 버텨 줘야 안정적인 물류를 보장받을 수 있다. 새해를 맞아 과거의 앙금은 털고 서로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상생안을 도출해 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