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홍종선의 배우발견⑮] 해피 뉴 이어~ 원진아 ‘보석 눈빛’과 수애


입력 2022.01.04 08:42 수정 2022.01.04 08:42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배우 원진아 ⓒ이하 CJ ENM·티빙 제공

새해 극장 나들이, 첫 영화를 뭐로 할까 고심했다. 해외 블록버스터가 줄줄이, 볼 영화는 많았다. 한국 영화라서 택한 건 아니었다. 영화 ‘클래식’과 ‘엽기적인 그녀’, 로맨스 영화의 장인인 곽재용 감독의 연출이라는 게 마음을 끌었고 새해 벽두인 만큼 “해피 뉴 이어~”로 스스로 신년 인사를 건네는 것도 좋다 싶었다. 그래서 ‘해피 뉴 이어’(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 배급 CJ ENM·티빙)를 선택했다.


달달한 로맨스에 어울리는 조각미남 ⓒ

영화를 보니 감독보다 배우들이 크게 보인다. 단연 돋보인 건 영화의 주요 배경인 엠로스호텔의 대표 김용진 역을 맡은 이동욱이다. 영화 ‘러브 액츄얼리’의 휴 그랜트가 와도 못 당할 미모는 기본, 따스한 인간미와 공정을 생각하는 배려까지 갖춘 김용진을 스크린에 살아 움직이게 한다. 짝수만 좋아하고 홀수는 보기만 해도 두통이 나는 강박증도 김용진 캐릭터에 재미를 부여한다. 시쳇말로 이동욱은 ‘저세상 미모’로 로맨스 영화의 달달함에 큰 몫을 한다.


들러리가 이렇게 예쁘면 반칙^^ ⓒ

연말연시, 사랑이 넘치는 순수의 계절에 어울리는 미모의 주인공이 한 명 더 등장한다. 엠모스호텔의 매니저 박소진 팀장을 연기한 한지민이다. 15년째 고백을 망설이다 오랜 친구 승효(김영광 분)를 놓치고, 한 해의 마지막 말 바로 자신이 일하는 호텔에서 올리는 결혼식에서 건반을 치며 축가를 부르는 모습이 압권이다. 눈에 눈물도 그렁하고, 처량할 법도 한 장면인데 이토록 상큼할 수가 없다. 아파도 아프다고 소리도 못 낼 것 같아 대신 울어 주고 싶은 예쁨을 배우 한지민은 지니고 있다.


멋지게 나이 드는 배우의 정석 ⓒ

꼭 말하고 싶은 배우는 이혜영이다. 각종 수술과 시술로 특유의 개성과 미모를 잃어버린 초로의 배우들이 많은 요즘, 많이 웃어서 생기고 활짝 웃어서 깊어진 눈가와 입가의 주름이 너무 아름답다. 과거엔 연극 톤이다 싶어서 어색했던 어조, 대한민국에서는 너무 튄다 싶었던 패션이 세월 속에 무르익고 시대 속에 꽃이 피니 자연스럽고 예술적이다. ‘해피 뉴 이어’에 이혜영이 쓰고 나오는 모자, 입고 나오는 망토형 코트, 두르고 나오는 스카프 하나까지 ‘이런 패션스타일이 어울리는 배우가 우리에게도 있다’는 사실이 고마울 정도다.


이혜영의 짝지로 나오는 정진영을 포함해 네 명의 ‘오래된’ 배우를 보며 경쟁력을 느꼈다. 어리고 젊은 배우들이 어떻게 해도 아직은 따라잡지 못한 아우라의 힘이 세다. 분명 서강준, 김영광이 잘생겼는데 아직은 이동욱을 능가하지 못하고, 고성희와 임윤아가 예쁜데 한지민에 미치지 못한다. 단순히 외모의 차이가 아니라는 건 이혜영과 정진영이 보여 준다. 이광수와 강하늘이 진심 어린 눈물 연기를 하지만, 승효와 영주(고성희 분)의 결혼식장에 등장한 강상규(정진영 분) 그리고 그를 발견한 캐서린(이혜영 분)이 무언으로 주고받는 감정 속에 차오르는 눈물에는 비길 수가 없다.


건강한 아름다움 ⓒ

신진 배우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띈 건 호텔룸 청소 담당 계약직 백이영 역의 원진아다. 자칫 호텔 대표와의 이야기가 단순 신데렐라, 신분 상승 러브스토리로 보이지 않게 한 ‘힘’이 원진아에게 있다. 수십 번 떨어졌고, 이번에도 떨어질 줄 알지만 뮤지컬 배우의 꿈을 아직은 가슴에 품고 있는 젊은이의 간절함을 넘치지 않게 잘 표현했고, 백마 탄 왕자님 같은 대표의 다가섬에 기뻐하기보다 계약직 자리나마 잃을까 겁내는 모습 또한 현실감 있게 표현했다.


조절력 있는 연기력만이 원진아 힘의 원천은 아니다. 그 간절함과 열성, 자신을 지키는 백이영의 힘에 배우 원진아의 눈빛이 큰 역할을 한다. 눈이 반짝이는 배우는 드물지 않다. ‘해피 뉴 이어’에도 반짝이는 눈을 가진 배우들이 있다. 원진아의 눈은 조금 다르게 반짝인다. 마치 점등과 소등을 오가는 것처럼, 등대의 빛처럼 반짝, 반짝, 한다. 그 반짝임에 인생에 대한 성실도 담기고, 힘겨움을 이겨내는 의지도 담기고, 사랑스러움도 담긴다.


그 눈을 보고 어찌 반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냥 재벌이 아니라 호텔 매각을 앞두고도 전 직원 승계를 중시하는 김용진 대표라면 알아볼 눈빛이고, 현실에서 이뤄지기 힘든 사랑의 기적에 개연성을 부여하는 눈빛이다. 덕분에, 남남 커플인 서강준(가수 이강 역)과 이광수(매니저 상훈 역)를 논외로 하고 김영광-고성희, 한지민-이진욱(이진호 역), 강하늘(박재용 역)-임윤아(모수연 역), 조준영(박세직 역)-원지안(임아영 역)의 조합 대비 이동욱과 원진아가 가장 잘 어울리고 사랑스럽다.


마음이 하는 일, 사랑 ⓒ

혼자만의 느낌인가. 영화에서 백이영이, 배우 원진아가 등장할 때마다 겹치는 얼굴이 있다. ‘배우 수애’이다. 쌍꺼풀이 도드라지지 않는 깨끗한 눈매에 유난히 반짝이는 눈, 순해 보이는 듯하면서도 강인해 보이는 이미지가 서로 닮았다. 원숙미와 노련미를 갖게 된 배우 수애를 시간을 되돌려 다시 보는 느낌이 반갑다.


배우 원진아에게서 수애를 발견한 건 ‘해피 뉴 이어’가 처음은 아니었다. 드라마 ‘지옥’에서, 갓 태어나 ‘고지’를 당한 튼튼이의 엄마 송소현으로 분해 자식을 살리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뛸 때도 선배 배우 수애가 보였다. 엄마는 처음인지라 자신의 아기를 해할 곳인지 모르고 새진리회 본당을 찾고, 남편(박정민 분)과 힘을 합해 탈출한 후에는 점차 모성으로 강해지는 모습을 설득력 있게 연기했다.


순수와 강인함을 동시에 지닌, 연상되는 공통 이미지를 지닌 두 배우 수애와 원진아를 통해 닮은 듯한 배우들을 보는 게 반가운 이유를 다시금 확인한다. 수애에게서 선배 정윤희를 보고, 원진아에게서 수애를 발견할 때의 즐거움(그렇다고 등식은 아니어서 정윤희와 수애, 원진아가 같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배우 김선호에게서 선배 최민식의 발성과 눈매가 느껴질 때의 반가움. 사랑에 원형이 있듯이, 우리가 대중적으로 좋아하는 배우에도 원형이 있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가는 유형의 배우를 다시 발견하는 데서 오는 기쁨, 샘솟는 흐뭇함이다.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